2021년 8월호

비트코인 채굴에 폴란드 1년 전력량 필요한 이유는?

[우그그] ESG 투자 시대 맞아 대안 찾는 암호화폐 시장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8-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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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 연산 필요한 채굴…수천 개 그래픽카드 사용

    • 연이은 정전 사태…이란 9월까지 비트코인 채굴 금지

    • 이더리움 전력 소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 예정

    • 전문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5월 28일 미국 유명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Cathie Wood)는 “암호화폐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자 ESG 기준을 고려하는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투자를 잠시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ettyimages]

    5월 28일 미국 유명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Cathie Wood)는 “암호화폐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자 ESG 기준을 고려하는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투자를 잠시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ettyimages]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직원 A씨가 지하에 암호화폐 이더리움 채굴기를 설치한 사실이 발각됐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48일간 컴퓨터 2대와 그래픽 카드 11개, 냉각을 위한 서큘레이터를 지하 공간에 설치해 64만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채굴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A씨가 사용한 전기료를 환수 조치했는데 그 금액은 30만 원이었다. 일반용 전기 사용료로 전력 사용량을 추정해 보면 64만 원 이더리움 채굴에 약 3000킬로와트시(kWh)가 사용됐다. 이는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50kWh)의 8.5배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채굴 에너지=韓 온실가스 배출량 17.8%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에 많은 전력이 사용돼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선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암호화폐 채굴꾼이 모여든 중국·이란이 암호화폐 금지령을 내리자 암호화폐 가격도 따라서 출렁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 규모는 한 국가가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센터(CCAF)는 5월 13일 기준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데 사용된 전력을 143.85테라와트시(TWh)로 추정한다.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에너데이터(Enerdata)’가 조사한 2019년 한 해 폴란드(148TWh)의 1년 전력 사용량에 필적한다. 만약 모든 비트코인 채굴자가 에너지 소모에 비효율적인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전제하면 사용 전력은 519TWh로 치솟는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2020년 기준 국내 전력 판매량(509.27TWh)을 상회하는 수치다.

    막대한 양의 전력 사용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전력 생산에 화석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월 6일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비트코인 채굴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채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2024년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에너지는 297TWh에 달하고, 1억30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2018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7억2760만t)의 17.8%에 해당하는 양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 풀이에 전력 소모

    중국 쓰촨성에 있는 한 비트코인 채굴장 내부. 수백여 개의 그래픽카드에 연결된 전선이 얽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유튜브채널 캡처]

    중국 쓰촨성에 있는 한 비트코인 채굴장 내부. 수백여 개의 그래픽카드에 연결된 전선이 얽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유튜브채널 캡처]

    암호화폐 채굴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양의 전력이 소모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우선 암호화폐가 유지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 장부에 해당하는 블록(Block)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중앙 서버가 모든 거래 내역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거래 장부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국가나 기업의 간섭에서 벗어난 탈(脫)중앙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지만 거래 장부가 오염될 이중지불(double-spending)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앙 통제 시스템이 없는 암호화폐 특성상 동일한 자산이 두 명에게 동시에 송금될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중지불 가능성은 암호화폐가 화폐의 기능을 하는 데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각 암호화폐는 이를 막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을 이용한다. 새 장부(블록)를 등록하려면 해시값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고도의 연산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나 장부를 훼손할 수 없도록 컴퓨터 연산의 벽으로 보안시스템을 쳐놓은 셈이다. 대신 보안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비트코인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 한다.

    정리해 보자. 비트코인 채굴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다. 더 빠른 연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많은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꾼이 고성능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거대 채굴꾼은 수천 개에 달하는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한 것이다. GPU 가동으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서큘레이터도 전력 소모에 한몫을 단단히 한다.

    암호화폐 채굴에 더 많은 컴퓨터가 투입될수록 해시값을 찾는 문제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채굴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가 힘을 합쳐 한 문제를 푸는 데 10분이 걸리도록 2주에 한 번씩 난이도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투자 꺼려”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6월 20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장의 90%를 폐쇄했다는 ‘중국 글로벌타임스’ 보도가 나오며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 날 8% 넘게 급락했다. [뉴스1]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6월 20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장의 90%를 폐쇄했다는 ‘중국 글로벌타임스’ 보도가 나오며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 날 8% 넘게 급락했다. [뉴스1]

    2018년에 이어 2020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비트코인 채굴꾼이 늘어났다. 덩달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도 늘어나자 채굴꾼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 채굴기를 설치했다. 대표적 국가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65%(CCAF 분석)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채굴꾼이 사용하는 전력량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는 5월 21일 과도한 전력 사용을 이유로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했다. 한때 비트코인 채굴기를 유치하기도 한 이란도 5월 26일, 9월 말까지 비트코인 채굴을 막기로 했다.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서 정전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각국의 채굴 규제는 5월 중순 암호화폐 가격 급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SG투자가 활성화되자 비트코인 투자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졌다. ESG투자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유명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Cathie Wood)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5월 28일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연 행사에 참석해 “암호화폐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로 인해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투자를 잠시 멈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미국 그린피스는 5월 22일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기 먹는 하마’ 작업증명 대신 지분증명으로

    환경 이슈가 암호화폐 시장의 악재로 떠오르자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책이 고안되고 있다. 전력 소모가 큰 작업증명 방식 대신 이중지불을 막을 다른 방식을 이용하려는 시도다. 지난해 12월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은 “2022년까지 작업증명을 지분증명(Proof of Stake)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분증명은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따라 새로운 장부를 제작하는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는 그 지분의 이자 개념으로 지불된다. 주식 보유량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컴퓨터 성능이 암호화폐 채굴량을 좌우하는 작업증명과 다르게 암호화폐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거짓 장부를 등록해 시장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에 바탕을 둔 방식이다.

    해시값을 찾는 계산 과정이 없으니 전력사용량이 작업증명 방식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이더리움 측은 작업증명 방식을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 전력사용량이 현재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물론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지분증명 방식은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분증명 방식을 이용하는 암호화폐는 환경 이슈가 불거지자 수혜를 보기도 했다. 5월 1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전력 소모가 커 환경을 파괴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린 뒤,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에이다(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4위) 가격이 치솟은 게 대표적 사례다. 5월 초 개당 1달러 초반대 거래되던 에이다는 같은 달 16일 2.42달러를 기록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기술 발전으로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결국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 문제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하긴 어렵다. 기술이 개발에 따라 암호화폐가 가진 한계는 점차 극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 #환경오염 #작업증명 #우그그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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