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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가상 오피스 ‘메타폴리스’ 출근해보니…

나는 재택, 아바타는 출근…실제 사무실 근무 환경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직방’ 가상 오피스 ‘메타폴리스’ 출근해보니…

  • ● 본사 건물 없앤 ‘직방’, 메타버스서 영구 재택근무
    ● 아바타에 가까이 가면 직원 얼굴 보이고 목소리 들려
    ● LG디스플레이도 비대면 교육 위한 가상 교육장 열어
    ● 비언어적 소통 한계…“설계‧업무 툴 치밀해야”
페이스북 가상간담회 현장. 현실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는 ‘메타버스’ 바람이 기업 근무 환경에도 불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 가상간담회 현장. 현실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는 ‘메타버스’ 바람이 기업 근무 환경에도 불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가상 오피스로 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 3차원(3D) 아바타를 통해서 컴퓨터 속 가상 오피스로 출근하는 영상이 눈에 띄었다. 가상 오피스로 출근한다고? 궁금증에 영상을 클릭해보니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7월 1일부터 서울 서초구 오프라인 사무실을 그대로 본 따 만든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에 출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현실 세계의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로만 출근하는 영구 재택근무로 전환했다는 말을 듣고 슬쩍 호기심이 동했다.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기업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에 구현된 또 다른 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일상을 보내는 건 직방이 처음이다. 2010년 창업한 직방은 부동산 중개 메커니즘을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본사 건물 없앤 직방, 메타버스에서 영구 재택근무

‘직방’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 속 가상 오피스(왼쪽). 실제 본사 건물(오른쪽)처럼 회의실과 데이블 등이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직방’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 속 가상 오피스(왼쪽). 실제 본사 건물(오른쪽)처럼 회의실과 데이블 등이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메타버스는 ‘가상’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메타’(meta)와 ‘현실세계’라는 뜻을 가진 영어 ‘유니버스’(universe)를 합쳐 만든 말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가 엔터테인먼트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게 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5G 상용화를 이끈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이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기업 업무마저 가상세계에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기업 업무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등 그 파장이 단순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직방의 가상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8월 12일 직방의 협조를 얻어 가상 오피스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일단 가상 오피스로 출근하려면 직방이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Metapolice)’를 설치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임시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메타버스에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을 만난다. 아바타 생성하기가 그것이다. 아바타는 가상세계에서 사용자의 정체성을 담은 가상의 분신이다. 아바타는 사용자와 동일시되기 때문에 아바타가 경험하는 것을 사용자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직방 직원들은 아바타 10개 중 1개를 골라 가상 오피스로 출근한다. 가상세계에서나마 평소 시도하지 못한 헤어스타일에 도전하려는 마음으로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아바타 하나를 골랐다.



아바타 다가가면 직원 얼굴과 목소리가…

메타폴리스 속 회의실에서 찍은 사진. 회의실은 6인용부터 32인용까지 마련돼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메타폴리스 속 회의실에서 찍은 사진. 회의실은 6인용부터 32인용까지 마련돼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아바타가 도착한 곳은 강남 빌딩숲을 옮겨 놓은 길거리. 건물들 사이로 서울 강남역 랜드마크 GT타워를 연상케 하는 30층 높이의 빌딩이 삐쭉 보였다.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의 거리에서 봤음직한 풍경 그대로다. 직방 가상 오피스가 입주해 있는 사옥에 들어서자마자 ‘실제 사옥 풍경과 똑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건물 1층 로비 한 켠에는 출입게이트가 놓여 있고, 그 안으로 엘리베이터가 마련돼 실제 사옥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4층 버튼을 누르니 직방 가상 오피스가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가상 오피스의 아바타들은 ‘열일’ 중이었다. 6인용 가상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하는 아바타들이 있는가 하면, 회의실에 모여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담소를 나누는 아바타들도 적잖았다. 아바타들 머리 위로 직원 이름과 소속팀을 알려주는 글자가 떠 있었다. 메타폴리스에서 아바타들은 다른 아바타가 다가오는 순간에만 웹캠과 마이크가 작동돼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다. 화상회의를 위해 상대방에게 인터넷 주소 링크를 보내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때마침 지나가는 아바타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아바타 얼굴 위로 직원 얼굴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렸다. 아바타와의 거리가 멀어지자 이번에는 직원 얼굴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다 이내 들리지 않았다.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아바타 뒤 사용자 얼굴을 보기 어렵지만, 사용자의 표정과 목소리를 전해주는 메타폴리스의 경우 동료의 목소리 변화나 심정 동요를 식별해낼 정도로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직방 가상 오피스에서 만난 고아라 매니저의 설명이다.

“화상회의 플랫폼은 동료들이 서로의 얼굴은 볼 수 있지만 회의와 관련한 발언만 하게 돼 동료 관계가 건조해진다. 하지만 메타폴리스는 동료에게 다가갔을 때 아바타를 통해서 동료 표정이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실제 오프라인 사무실처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유대감이 생긴다. 캐릭터가 고정된 여느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달리 아바타가 서로 반응한다는 게 메타폴리스의 매력이다.”

‘교통 통근’ 시대에서 ‘통신 통근’ 시대로

그렇다면 직원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100% 원격근무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지난 5월 입사한 신명섭 매니저는 “처음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걱정했는데, 실제 사무실과 유사한 환경이라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일상적으로 필요한 자료 공유와 업무 결재는 클라우드(데이터를 인터넷에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서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나 결재시스템을 통해 해결하고, 회의는 메타폴리스 아바타를 통해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직방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사라져 삶의 질이 높아지고, 동료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이득이 많다”는 게 직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영업직처럼 회사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원들도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과거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그런데 가상 오피스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업무를 보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 상황이나 정보를 동료와 나눌 수 있다. 직방은 이러한 이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전국적인 영업망을 한층 탄탄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 출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가상오피스가 지닌 매우 큰 경쟁력이다. 그 덕에 직원들은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고, 회사 가까이에 살며 비싼 거주비용을 감당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슬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어난 만큼 직원들의 삶이 여유로워졌다는 걸 느낀다”며 “제주도에서 일주일 또는 한 달 살기에 도전하며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장비를 휴대한 채 자유롭게 떠도는 사람)이기를 자처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했다.

회사가 입사 지원자의 거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것도 가상 오피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구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전에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거주지가 멀면 채용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해외에 머무는 인재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오프라인 사무실을 두지 않음으로써 임대료를 아끼는 효과도 있다.

메타폴리스의 지향점은 ‘더 퍼스트 글로벌 디지털 시티(The First Global Digital City)’. 단순히 가상 오피스 하나가 아니라 가상도시의 형태로 구현한 게 바로 메타폴리스다. 이슬 차장은 “지금까지 교통을 통한 통근(commuting by traffic) 시대에 살았지만, 앞으로는 통신을 통한 통근(commuting on the network)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Z세대 비대면 교육 한계 절감, 메타버스로 유대감·소속감↑

LG디스플레이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 구현한 ‘LG디스플레이 메타버스 교육장’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신입사원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 구현한 ‘LG디스플레이 메타버스 교육장’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신입사원들. [LG디스플레이 제공]

직방은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에서 가상 오피스를 분양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 안으로 직방이 사용하는 4층 이외 나머지 가상 오피스를 다른 기업에 분양할 계획이다. 국내 유수 기업 10여 군데에서 입주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근무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업무 효율을 확인한 상태다. 전통적 근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근무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도구로 메타버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요즘 입사하는 Z세대 사원들은 사무실 밖에서도 사무실과 같은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요즘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 ‘LG디스플레이 메타버스 교육장’이라는 가상 교육장을 마련하고, 7월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한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 사례다.

LG디스플레이가 가상 교육장을 마련한 것은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면 교육이 축소되면서 실제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 신입사원은 다른 구성원에 비해 유대감과 소속감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신입사원들이 연수 과정에서 친밀감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가상 교육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가상 교육장에는 경기 파주 R&D(연구개발)센터 등 실제 LG디스플레이 사업장 외관을 그대로 본 뜬 건물 5개를 구현해 사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건물마다 8명씩 수용이 가능한 회의실 5개가 갖춰져 있어 수용 가능한 인원은 200명에 달한다. 아바타가 교육장을 돌아다니다 다른 아바타를 마주치면 카메라와 마이크가 켜져 소통할 수 있다.

신입사원 200명은 가상 교육장 건물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화상캠으로 소통하고 미니게임 등에 참여했는데, ‘동기와의 관계 형성에 효과적이었다’는 반응이 91%를 기록했다. 편기현 LG디스플레이 홍보실 책임은 “예전 같으면 직원들이 혼란을 초래한다고 메타버스 활용을 꺼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구성원 간의 관계 맺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덕분인지 요새는 메타버스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부쩍 높아졌다. 신입사원뿐 아니라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도 가상 교육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간 설계, 업무 툴 적용 치밀하게 기획해야”

그렇다고 메타버스 공간이 만능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그 안에 어떤 업무 툴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 치밀하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위정현 중앙대 전문경영학과 교수(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의 설명이다.

“가상 오피스에서 실제 직원들이 모여 근무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e메일, 결재시스템, 업무공유 시스템 등을 연동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이를 가상 오피스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상회의 중에는 몸짓 등 비언어적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와 같은 회의 느낌이 떨어진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지 못하면 직원들은 여전히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일부 기업들의 시도가 기업 근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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