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박지원 게이트’ 의혹 제기 후 尹 하락세 멈칫… 洪도 상승세 주춤

[데이터로 본 여론]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에 도리어 반전 계기?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ankangyy@hanmail.net

    입력2021-09-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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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발 사주 의혹’, 국민의힘 경선 결과 최대 변수 부상

    • 오세훈, 이준석 승리는 20∼30대 주도, 60대 이상, 영남 추인

    • ‘홍나땡’이라며 여유 부리던 민주당, ‘무야홍’ 기세에 경계경보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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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대통령 후보는 대략 세 명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예비후보(후보)가 그들이다.

    10월 10일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은 이재명 지사로 기우는 분위기다.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까지 마무리한 9월 12일 현재 누적 득표율에서 이재명 지사는 절반을 넘겼다. 9월 25일과 26일 호남 경선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득표율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선 투표 없이 이 지사가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반 저지에 실패한 이낙연 후보는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쳤음에도 대구·경북 경선에서 이 지사 독주를 막지 못했다. 이재명 지사 과반 흐름은 9월 12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어졌다. 세 번째 순회 경선까지 치른 가운데 누적 득표율에서 이재명 지사는 53.7%로 2위 이낙연 후보(32.5%)를 멀찍이 따돌렸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8월 말∼9월 초를 지나면서 홍준표 후보와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여야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여야 대상에선 윤·이 후보에 이어 이낙연 후보와 함께 3∼4위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야권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다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추월해 1위에 올라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초반 ‘고발 사주 의혹’이 주요 변수로 부상, 공수처가 수사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사건 추이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 예비후보들은 완주를 선언했다.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막판 단일화 여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후보 결정, 60대·영남→2030세대로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 핵심 지지 기반은 60대 이상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영남)이다. 대선후보와 당대표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지지를 받는 영남 출신이다. 다른 지역 출신이라도 60대 이상, 영남 지지는 필수조건이다. 민주화 이후 1992년 당선한 김영삼 대통령은 PK(부산·경남) 출신이다. 2007년 당선한 이명박 대통령, 2012년 당선한 박근혜 대통령은 TK(대구·경북) 출신이다. 1997년·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선 이회창 후보는 충청 출신이지만 60대 이상, 영남의 지지를 받았다. 2017년 낙선한 홍 후보는 경남 합천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후보, 홍 후보는 모두 당대표를 지냈다.



    60대 이상, 영남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당대표 선출 공식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갑작스러운 균열을 보였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당시 오세훈 후보 승리는 의외의 결과였다. 오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게 줄곧 뒤지다가 막판 극적으로 역전했다.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실시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 후보 승리는 2030세대 지지 덕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 후보가 20대 이하에서는 55.3%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34.1%)를 앞섰다. 30대에선 오 후보가 56.5%로 박 후보(38.7%)를 제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030세대 파워는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11일 이준석 당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이 대표 당선은 2030세대가 주도하고 60대 이상, 영남이 뒤늦게 이를 추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당대회 직전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2030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 후보는 전제 지지율에서 48.2%를 나타냈지만 18세∼20대에선 56.8%, 30대에선 51.0%를 획득했다. 60대 이상에서도 47.2%로 4050세대 지지율을 추월했다(쿠키뉴스 의뢰, 9월 5∼7일 100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개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보수정당 핵심 지지 기반 변화가 확실한지, 일시적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2016년 총선,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거푸 패배한 것은 지지 기반이 60대 이상, 영남에 갇혔기 때문이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대략 28%, 영남은 25% 내외다. 보수정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다른 세대, 다른 지역으로 지지 기반이 확충돼야 한다. 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이준석 당대표 선출에선 2030세대가 선호하는 인물을 60대 이상, 영남이 추인한 결과다. 이는 60대 이상, 영남이 전략적으로 2030세대 맞춤형 정치인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홍준표 상승세, 2030세대 선호도 증가 때문

    홍 후보 상승세는 2030세대, 범보수 대선후보 적합도(역선택 논란), ARS 여론조사 등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홍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 상승은 눈부시다. 6∼7월에만 해도 한 자릿수에 그쳤던 홍 후보 2030세대 지지율은 최근 50%대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9월 9일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36.5%로 윤 후보(26.5%)를 10.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홍 후보는 20대에서 무려 53.6%를, 30대에서 39.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홍 후보는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6월 전당대회 이준석 당대표가 누렸던 2030세대 인기를 잇는 셈이다(매경·MBN, 9월 7∼8일 1035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다수 여론조사기관에서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설문을 삽입하는 것도 홍 후보 상승세의 한 원인이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질문은 역선택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이 발탁해 검찰총장이 됐으나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과 맞서면서 보수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 윤 후보는 응징해야 할 배신자로 비칠 수 있다. 홍 후보는 윤 후보에게 돌직구를 지속적으로 날렸다. 진보진영에 윤 후보는 배신자이지만 홍 후보는 배신자를 때리며 대리만족을 가져다주는 인물인 것. 진보진영은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홍 후보를 선택하고 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역선택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무선 ARS 여론조사 방식도 홍 후보 상승세를 부추긴다. ARS는 응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에서 인용한 알앤써치 여론조사 응답률은 4.4%이다. 반면 넥스트리서치는 20.9%에 달했다. 응답률이 떨어지면 응답자가 정치 고관심층 중심으로 구성된다. 정치활동에 적극적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또 언론 노출이 잦고 화제가 되는 정치인에게 유리하다.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는 응답률이 높아지는 만큼 정치 무관심층까지 응답한다. 면접원이 육성으로 직접 질문하다 보니 좀 더 심층적인 여론이 반영된다. 홍 후보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ARS 여론조사에서 높다. 또한 윤 후보와 격차도 ARS에서 훨씬 크다. 요즘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ARS가 다수로 전체 여론조사의 70∼80% 수준이다.

    홍 후보가 2030세대, 특히 20대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원인은 세대 특징과 연관돼 있다. 20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출생했다. 이들은 2010년 이후 사회 진출을 본격화했다. N포세대(여러 가지 포기해야 하는 세대) 헬조선(Hell·지옥+조선)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괜찮은 일자리는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아르바이트도 경쟁이 심화됐다. 또 이들은 포털 대신 동영상에 익숙하고 집단 대신 개인을 선호한다. 탈이념, 탈진영 성향을 강하게 띠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과거에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홍 후보의 시원한 사이다 화법, 정치적 맥락에 구애하지 않는 소신 발언 등이 2030세대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정치공작 프레임 성공할까?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한 후 줄곧 여야 1∼2위, 국민의힘 1위를 지켰다.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윤 후보의 본선 진출은 당연해 보였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에서 외부인이 대선후보가 된 사례는 1997년 이회창 후보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1996년 신한국당에 입당, 같은 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했다. 신한국당 후보로 1997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 후보는 외부인 출신이긴 했지만 당내 대체재가 없었고, 높은 지지율로 당을 확고히 장악했다. 이에 비해 윤 후보는 당 장악력도 떨어지고 홍 후보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위기감이 남다르다.

    윤 후보에게 고발 사주 의혹은 위기이자 마지막 기회다. 여야 간 ‘고발 사주 의혹 vs 박지원 국정원장 게이트’ 공방이 격화하면서 윤 후보 하락세가 멈추고 홍 후보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9월 13일 발표된 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보수권 차기 대선 적합도에서 윤 후보는 28.1%로 전주(28.2%)와 차이가 없었다. 홍 후보는 28.7%로 전주(26.3%)보다 소폭 올랐지만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9월 둘째주에 본격화한 여야 고발 사주 의혹 공방이 윤 후보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발 사주 의혹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제보자 조성은 올마이티미디어 대표가 9월 12일 한 언론에 출연해 “우리 원장님이나 내가 원했던 보도 날짜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 이는 박 원장과 보도 날짜를 의논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 후보 캠프는 9월 13일 박 원장과 조 대표를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박 원장 선거 개입을 높고 정치공방이 격화됐다. 공수처, 검찰의 윤 후보와 가족 수사는 보수 지지층에게 ‘윤석열 죽이기’로 비칠 수 있다. 이러한 여론이 KSOI 여론조사에 반영되면서 윤 후보는 오히려 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윤 후보 캠프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박지원발(發)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윤 후보-홍 후보 최종 승자는 ‘정치공작 vs 2030세대’ 프레임 전쟁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발 사주 의혹 초반 수세에 몰렸던 윤 후보는 박 원장 등장과 함께 되레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윤 후보는 반(反) 문재인 대표성을 강화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홍 후보는 2030세대 지지를 필두로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60대 이상, 영남 공세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이라며 한껏 여유로웠던 민주당은 최근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의 거침없는 기세에 경계의 시선을 보이는 것도 걸림돌이다. 자칫 역선택의 이점이 완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발사주의혹 #박지원국정원장 #윤석열 #홍준표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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