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與 안동 출신 이재명의 출현…“‘TK 대회전’ 시작됐다”

보수 60~80%, 진보 20%대 득표해야 靑입성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insightkceo@gmail.com

    입력2021-09-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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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로 분석한 TK 지지율과 대선

    • TK 민심이 차기 大權 결정한다

    • 1987년 이후 대통령 7명 중 3명 TK

    • TK 최다 득표 박근혜, 20%대 득표한 盧-文

    • ‘영향력’ ‘상징성’은 결정적…民心은 ‘정권교체’

    • TK 출신 與 이재명의 출현…민주당 전략 지역

    • 이재명 ‘반등’, 이낙연 ‘추격’, 尹 ‘주춤’, 洪 ‘기지개’

    TK(대구·경북)지역이 차기 대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TK지역은 유권자 수로만 따지면 수도권이나 PK(부산·울산·경남)지역이 더 많지만, 상징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선거 때마다 주목받는 곳이다. TK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탄생한 7명의 대통령 중에서 3명이 TK 출신이고, 모두 보수정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래서 TK를 보수의 텃밭이자 심장이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수정당에만 표를 몰아주지는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016년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대구의 ‘프랜차이즈 정치인’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정치적 위상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TK 지역의 정치 성향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TK 출신 대통령 당선자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 고향이 경북 안동인 점도 주목된다. 그가 만약 더불어민주당의 본선 후보가 된다면 보수 세력 텃밭인 TK 출신의 민주당 대선후보가 탄생하게 된다. 선거에서 지역의 중요성으로 보거나 정치 성향에 따른 상징성으로 보아도 TK지역의 중요성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더 커졌다.

    盧 대구 70.7%·경북 66.4%, YS 대구 59.6%·경북 64.7%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TK지역 성적표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먼저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36.6%의 득표율로 당선한 노태우 대통령은 전체 투표자의 3분의 1을 겨우 넘긴 득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당대 정치판을 호령했던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과 맞붙어 이긴 선거였기 때문에 선거 전략의 승리로 평가받는다. 특히 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지역은 TK였다. 다자 대결이었지만 대구에서 70.7%를 득표했고, 경북에서는 66.4%를 얻었다. TK 성적표가 압도적이라는 의미는 타 지역에 있는 TK 출신 유권자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다.

    노태우 대통령을 이어 14대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YS)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이후 탄생한 보수정당 대통령 당선자 중에서 유일한 PK 출신이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둔 YS는 1987년 대선 실패와 1988년 총선에서 통일민주당이 3당으로 밀려나면서 민정당(민주정의당)과 3당 합당을 통해 차기 대선에 도전했다.

    1992년 대선에서 YS가 받은 전체 득표는 42%. 대구에서 59.6%, 경북에서 64.7%를 득표했다.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구에서 득표율 60%를 넘지 못했다. 보수정당 후보로 TK지역에서 높은 득표를 했지만 노태우 대통령만큼 압도적인 득표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TK지역에서 YS에게 표를 몰아준 셈이다.



    제15대 대선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구호로 내건 김대중(DJ) 대통령이 당선됐다. 출신 지역인 호남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하고 수도권에서 선전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중도와 보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DJP(DJ+JP)연합’은 신의 한수 였다. DJ는 보수 성향의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JP) 후보와, TK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과 정치적 연대를 이뤘고, 이 연대는 선거 승리에 결정적 한 수가 됐다.

    당시 민주당 소속 호남 출신 DJ의 TK지역 득표율은 대구 12.5%, 경북 11%였다. 전국 득표율은 40.3%였다. 지역 대결 구도가 극심했던 당시 선거에서 TK 민심은 DJ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남권 출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조금 달라졌다. 제16대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5공 청문회 스타였고 YS의 3당 합당에 저항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그는 새정치국민회의와 합당으로 여당 소속이 됐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다. 2002년 대선에서 단일화를 거친 노무현 후보는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투표일 전날 울산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둔 정몽준 전 의원과 단일화가 깨졌지만 선거 판세는 뒤바뀌지 않았다. 노무현 당선자의 전체 득표율은 48.9%였다. 대구에서 18.7%를, 경북에서 21.7%를 얻었다. 직전 선거에서 DJ가 얻은 경북 득표율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즉 영남권 출신 민주당 대선 후보의 TK지역 득표 경쟁력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TK 최다 득표 박근혜, ‘친구’와 득표율 같았던 文

    제17대 대통령과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는 모두 보수정당의 TK 출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북 포항,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가 지역구였다. 같은 TK 출신의 박근혜 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대 득표차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제쳤다. 전체 득표는 48.7%였고, 대구에서 69.4%, 경북에서 72.6%를 득표했다.

    TK 지역에서 득표를 가장 많이 한 당선자는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후 몇 차례의 정치적 고비가 있었지만 영향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상 당내 경쟁자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이후 당선된 대통령 중에서 TK지역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결집도와 충성도를 본다면 단순히 박근혜 개인에게 투표했다고 보기 힘들 정도다. 이른바 박정희 후광 효과였다. 2012년 선거 직후 TK지역 투표자 다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구와 경북에서 모두 80%가 넘는 득표(대구 80.14%, 경북 80.82%)를 기록했다. 다음 당선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TK 득표 비율은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득표 비율과 거의 비슷했다. 경북의 득표율은 21.7%(대구는 21.8%)로 똑같았다(그림1 참조).

    1987년 이후 대선 결과를 분석해 보면 보수정당 대선후보 당선자는 TK지역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달성했다. 적어도 60% 이상, 많게는 80%를 넘는 수준이었다. TK 유권자들은 보수 진영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줬다. 이는 야당인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TK지역에서 60~80% 수준의 압도적인 득표를 하지 못하면 당선되기 힘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선 본선에 나가기 이전 당내 경선에서 TK지역 지지율이 더 높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에게도 TK지역은 소홀히 취급할 지역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자 대결임에도 이 지역에서 20% 이상 득표했다. 보수 성향 후보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가 나섰고, 홍 후보와 유 후보는 TK지역에 기반한 정치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적은 득표율이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여권 후보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지사는 TK 출신 후보이기도 하다. 만약에 이 지사가 여권의 최종 후보가 된다면 ‘TK 전쟁’은 더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의 성격을 볼 때 TK지역에서 여권 후보와 보수 진영 후보는 최소 얼마나 득표가 가능할까.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투표 기준은 구도.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궁금해진다.

    TK 民心은 정권교체 가능성 높은 후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3~4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3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응답률 5.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내년에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더니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49.8%로 나타났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 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42.7%였다. 그러나 TK지역에서는 정권교체 의견이 67.3%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정권 재창출 응답은 25.8%였다. 이를 이번 선거 예측으로 환산해보면, 보수정당 본선 후보는 거의 70% 가까이 득표한다는 것이고 민주당 본선 후보는 25% 정도 득표가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풀이된다(그림2).

    당내 경선으로 좁혀보면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중 어느 한쪽이 TK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면 판세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교체 의향을 반영한다면 다수의 TK 민심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여주는 후보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경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TK지역 출신인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의 대결에서 어느 쪽이 더 경쟁력 있는 지지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본선 경쟁력과 대선 승리 가능성 지수가 달라진다.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를 사퇴하며 경선 배수진을 친 이낙연 후보에게는 호남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TK 역시 중요한 지역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역 경쟁력을 얼마나 차단하는지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TK 출신 이재명의 출현…민주당 전략 지역

    그렇다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들의 TK 지지율 추세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KSOI가 TBS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전국 1000~103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응답률 5~10% 내외,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TK지역 응답 추세는 이렇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7월 30~31일 조사에서 45.3%를 기록했고, 입당 이후 실시된 8월 6~7일 조사에서 46.6%로 올라갔다. TK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로 각인되는 것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는 달랐다. 9월 3~4일 조사에서는 32.4%로, 10%포인트 이상 TK지역 지지율이 빠졌다.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이 커지면서 TK지역 지지율도 영향을 받는 양상이다.

    아직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하기 전인 만큼 추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TK지역 민심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상징성을 감안하면 위기 국면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사회생’하는 모습이다. 7월 30~31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TK지역에서 20.8%를 기록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TK지역에서 얻은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8월 6~7일 조사에서는 11.9%로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여권 내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고향인 TK지역 기반이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회복 속도도 빨랐다. 9월 3~4일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18.1%로 다시 올라섰다. 아직 여당의 최종 후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결과다.

    상대인 이낙연 후보의 TK지역 지지율은 하향 추세다. 7월 30~31일 조사에서 11.7%였던 지지율은 9월 3~4일 조사에서 6.6%로 내려앉았다. 이재명 후보와 벌이는 TK지역 대결에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에게 TK지역은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윤석열 후보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선택을 받는 ‘민야홍’ 현상(민주당 지지층이 선택하는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 크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 본선 후보로, 또 보수 진영 후보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곳이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TK지역이다. 다자 대결에서 TK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그에게 고무적이다. 지난 7월 30~31일 조사에서 홍 후보의 TK 지지율은 5.1%에 불과했다. 같은 시점 윤 후보와 비교하면 거의 40%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9월 3~4일 조사에서 TK 지지율은 13.8%까지 올라갔다(그림3). 윤 후보를 앞서지는 못하지만 TK지역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는 고무적이다. 단순히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구조적 역선택’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TK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국민의힘과 보수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고, 본선에서 홍 후보가 승리할 후보로 평가받기 시작한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추세만 놓고 보면 TK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반면, 여권 내 이재명-이낙연 후보 격차는 조금씩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TK의 ‘영향력’과 ‘상징성’

    그렇다면 TK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전통적으로 TK지역의 정치 성향을 분석하거나 차기 대권 구도 성격을 보더라도 이 지역은 보수 성향 대선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대선후보의 선택이 오로지 정당이나 이념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해도 전체적인 지역의 선거 환경은 정권교체 의향이 높고, 보수정당의 최종 후보에게 유권자의 다수가 투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여당보다 더 큰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진영은 물론 보수 쪽이다. 대선 본선에서 TK 지역은 보수 당선자에게 60~80%의 표를 몰아줬다. 최종 당선자가 되기 위해서 TK지역의 절대적인 정치적 후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11월 초 결정되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 결정에도 TK의 ‘영향력’과 ‘상징성’은 결정적이다. TK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사실은 ‘보수의 심장’에서 선택받았다는 상징성과 다른 지역 유권자까지 선택하도록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TK민심 또한 ‘본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나온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소속 당선자가 60~80%의 압도적인 득표률로 성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 경선에서는 상대적으로 TK지역 비중이 다른 지역, 특히 호남에 비해 낮지만 유력 후보의 고향이 TK라는 점에서 전체 경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영향이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는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하는 지역, 이낙연 후보는 최대한 격차를 줄이고 반전의 승부를 펼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지역이다.

    그동안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TK지역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하지는 못했지만 유의미한 20% 이상은 확보했었다. 적어도 민주당 지지층 또는 TK지역 중도층까지 부분적으로 지지를 얻어낸 결과다. TK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TK민심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홍준표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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