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총리 경선후보 중 1人, 법무 정성호, 경제수석 그래도 이한주? [이재명 섀도캐비닛]

‘민평련’과 친문 인사들 포진한 이재명 ‘열린캠프’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9-24 1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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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캠프’ 민주당 내 다양한 계파 모여

    • ‘원팀’ 강조한 이 지사, 화합 내각 구성?

    • ‘기후에너지부’ 신설…초대 장관은 양이원영?

    • 위태로운 여가부, 권인숙 장관으로 돌파 가능성

    • 캠프 안팎 ‘운동권’…인사 리스크 우려도

    9월 12일 강원 원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차 슈퍼위크’ 결과에서 과반 승리를 거뒀다. [뉴스1]

    9월 12일 강원 원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차 슈퍼위크’ 결과에서 과반 승리를 거뒀다. [뉴스1]

    9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51.41%(정세균 전 국무총리 득표 무효처리 후 53.7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과반 승리’를 거뒀다. 이후 불거진 ‘대장동 의혹’이 악재로 작용하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선 후보 적합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은 정치권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세’가 되면 각계각층 인사들이 지지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이 지사가 본선에서 승리하고 당선하면 이 지사 대선 캠프인 ‘열린캠프’와 전문가 그룹 등 범(汎)이재명 지지 세력이 ‘이재명 내각’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평련·이해찬계가 이끄는 ‘열린 캠프’

    ‘열린캠프’는 이름대로 민주당의 다양한 계파 의원을 흡수하며 세를 키워가고 있다. 우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우원식 의원(4선·서울 노원을)이 맡고 있다. 우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민평련은 민주당 주요 계파 중 하나다. 여기에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5선·경기 시흥을)도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민평련과 친문 성향 인사들이 열린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지역 확장성도 꾀한다. 경선이 시작되자 당내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변재일 의원(5선·충북 청주 청원구)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변 의원은 이 지사의 충청 지역 경선 승리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9월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열린캠프의 지향점을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그간 당내 비주류로 불려왔고 여의도 경험이 없는 만큼 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계파의 중진의원들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캠프에 다양한 계파 인물이 참여하면 확장성이 커지지만 그들에게 일종의 빚을 지는 것”이라며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내각에도 계파가 다른 인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지사가 청와대에 입성하면 이재명계가 아닌 당내 친문 혹은 중도 성향 인사가 국무총리를 맡아 이 지사의 개혁 성향을 ‘중화’할 가능성을 점친다. 8월 17일 민주당 경선 TV토론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누구와 함께 국정 운영을 이끌어 가고 싶으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지사는 ‘원팀’을 강조하며 다른 후보 전부와 함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캠프에 없는 것은 아니다. 열린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은 정성호 의원(4선·경기 양주)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30년 지기이자 ‘정치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기 전에도 당내 이 지사를 지원하는 세력의 좌장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석에서는 이 지사가 나보고 형이라고 부른다”며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의 친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9월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이재명 열린캠프 총괄본부장 조정식 민주당 의원(왼쪽)과 총괄특보단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역 공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9월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이재명 열린캠프 총괄본부장 조정식 민주당 의원(왼쪽)과 총괄특보단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역 공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명을 호위하는 최측근은 누구?

    정 의원은 ‘이재명 내각’이 출범하면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꼽힌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오랜 기간 활동한 경험이 있고, 20대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아 검찰 개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만일 그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오르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사법 개혁 기조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내며 함께 일해 온 최측근 그룹 역시 열린캠프에 합류했다. 이 지사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은 캠프 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김남준 전 성남시 대변인도 캠프에 합류해 대변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2017년 민주당 19대 대선 경선 때에도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는데, 그만큼 이 지사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은 함께 청와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상황부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의원은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에 발탁됐다.

    캠프 내에서 각각의 전문성을 지닌 의원들도 살펴봐야 한다. 8월 3일 열린캠프 산하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미래본부’가 출범했다.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권인숙 의원(초선·비례)이 문정복 의원(초선·경기 시흥갑) 등과 함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권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 물망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재학시절 학생·노동 운동을 하다가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가 된 권 의원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 “절망한다”며 당내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권 의원의 여성학에 대한 조예나 소신은 현재 위상이 흔들리는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의 브레인

    8월 18일 이재명 캠프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이 출범식을 열었다. 공동대표를 맡은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세바정’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8월 18일 이재명 캠프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이 출범식을 열었다. 공동대표를 맡은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세바정’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8월 18일 이재명 캠프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치 2022(세바정)’ 출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권 1위 후보답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과 함께 교수 등 전문가 18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노무현 정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문재인 정부)과 함께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전 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이 지사가 사법고시 준비생 시절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이 전 연구원장은 2011년 성남시사회경제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노무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윤후덕 의원(3선·경기 파주갑)과 함께 정책본부장 역할도 수행했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며 사퇴했다. 이 전 연구원장은 9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기와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전 지사의 대장동 공적이 오히려 의혹으로 둔갑돼 공격을 받는 상황 속에서, 사안의 논점을 흐려 정략적 모략이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캠프 내 정책본부장 직함을 사임하겠다”고 썼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도 기본소득 공약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전 연구원장이 ‘정치적 동지’로 불린다면 강 교수는 국내 기본소득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했던 성남시 청년배당에 닿는다. 청년배당 시행에 앞서 ‘성남시 청년배당 실행 방안 연구’가 발표됐는데, 그 연구 책임자가 강 교수였다.

    이른바 ‘기본 시리즈’ 공약 시행과 설계에 도움을 준 이들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으로 함께 옮길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했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 지사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환적 공정성장의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세바정’ 좌담회에 참석한 서왕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도 눈에 띈다. 이 후보 대선 공약 중 하나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이기 때문. 서 교수도 에너지환경정책학을 전공한,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 브레인’이었다. 현재 대통령 직속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다. 만약 이 지사의 공약이 실현되면 서 교수가 기후에너지부 초대 장관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열린캠프에서 기후에너지환경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초선·비례)이 초선으로서는 장관 자리에 ‘깜짝 발탁’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도저 이재명’ 인사 리스크 될 수도

    ‘섀도캐비닛(그림자 내각)’ 구성에서 이 지사의 ‘불도저’ 스타일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경기도 산하 기관장 인사를 두고 나온 잡음 때문이다. 8월 20일 이 지사와 친분이 있는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지만 여론이 싸늘해지자 자진 사퇴했다. ‘보은 인사’ 등 논란 속에서도 내정을 철회하지 않았던 이 지사는 황 칼럼니스트의 자진 사퇴 후 SNS에 “적격자라 생각하지만 의사를 수용한다”고 썼다.

    8월 26일에는 정의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이 자진 사퇴했는데, 24년 전 ‘이종권 치사 사건’(1997년 5월 한총련 산하 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 6명이 가짜 대학생 이종권 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집단 폭행해 사망에 이르한 사건)에 연루돼 상해치사죄로 실형 선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이 밖에도 김재용·강위원 씨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도 이 지사를 돕고 있다.

    경기도 공무원 출신 A씨는 “이 지사 부임 후 그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경기도 산하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과거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 대한 얘기도 들렸다”며 “인사에서 전문성보다는 친분과 의리에 방점을 두는 듯 한 이 지사 인사 스타일이 대통령이 돼서도 유지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내각’이 구성되려면 우선 경선 고지부터 넘어야 한다. 이 지사가 사실상 승기를 거머쥐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9월 13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사퇴함에 따라 정 전 총리 지지 세력의 향방도 중요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 전 총리의 사퇴가 민주당 호남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며 “호남에서 과반을 이룬다면 이 지사가 사실상 경선 후보가 되는 셈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반전을 노릴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명 #섀도캐비닛 #열린캠프 #세바정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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