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1년 기다림 끝 상장 LG엔솔… 中 CATL 시총 따라잡나

IPO 대어 몰려온다 _ LG에너지솔루션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kr

    입력2022-01-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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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 출범, 한때 적자로 애물단지 취급

    • 2020년 물적분할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 소액주주 거센 반발도

    • 상장 후 기업가치 시총 2위 SK하이닉스 넘볼 정도

    • 3년 안에 배터리 글로벌 생산능력 3배 이상 확대

    • 안전성 문제, 배터리 내재화… 해결 과제 산적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배터리를 장착한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을 선보였다. [뉴스1]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배터리를 장착한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을 선보였다. [뉴스1]

    “지난 30여 년 동안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이 IPO라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100년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을 시작하겠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1월 10일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한마디에 LG에너지솔루션의 과거, 미래, 현재가 모두 담겨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1위, 글로벌 2위 배터리 제조사다. 1996년 2차전지 연구개발(R&D)을 시작해 26년 동안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 결실로 IPO를 하기에 이르렀다.

    애물단지 취급받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는 26년 뚝심의 결과다. LG화학이 처음 리튬이온전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안팎에서 회의론이 나왔지만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길게 보고 투자하라”며 담당자들을 독려했다. 2005년 무려 2000억 원대의 적자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LG화학 내부에서 전지사업본부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 벌지는 못한다”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1월 IPO를 앞두고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화려한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년 전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 방식으로 독립할 때 이미 IPO를 염두에 둔 회사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LG화학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분사에서 IPO에 이르는 일련의 계획은 시기의 문제일 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왜 2022년 1월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시장의 조명을 받을 때 최대한 몸값을 높게 평가받고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지금을 놓치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역시 반영됐다. 배터리 관련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자본을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게 곧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무한 증설 경쟁에 나선 것 역시 규모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전기차 시장이 한창 확대될 때 선두주자로서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R&D 역시 시대 흐름상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2차전지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납축전지에서 시작해서 니켈계 전지를 거쳐서 리튬이온전지로 발전했다. 지금은 리튬이온전지가 2차전지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꼽히고 있지만 앞날은 알 수 없다. 앞으로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각 배터리 제조사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적분할부터 IPO까지 진통, 출범 1년 만에 CEO 교체되기도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으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2020년 12월 1일 물적분할을 통해 LG화학의 100%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했다.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분할 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배터리 사업 등 핵심 사업 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어 반대를 결정했다”며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주사인 ㈜LG의 지분율이 30%를 넘겨 주총은 무사히 넘겼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이 다가올수록 맥을 못 추고 있다. 핵심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더블 카운팅’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상장 시기도 결국 미뤄졌다. 기존 계획은 지난해까지 ‘연내 상장’이었지만 해를 넘겼다. 지금은 해결됐지만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 에너지저장장치(ESS)·완성차 시장에서 불거진 리콜 이슈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에 마이너스 요소였다. 이 과정에서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등의 상처도 남겼다. 바람 잘 날 없던 1년을 보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말 권영수 부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았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IPO 골든타임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다. 권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취임 2개월 반 만에 기나긴 여정을 마감하고 IPO를 성사시켰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업계에서는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을 두고 최적의 타이밍이라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충전 등 현실적 문제로 ‘전기차 시장이 과연 열릴까’하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면 이제 ‘어느 전기차를 살까’가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우호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가의 경우 2030년에서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혹은 화석연료 차량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며, 미국 지방정부의 경우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심장, 전기차 배터리를 향한 시장의 기대와 관심 역시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시장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수요는 2020년 258GWh로 2015년 73GWh 대비 약 3.5배 성장했다. 앞으로도 연평균 27%씩 성장해 2030년에는 2833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단군 이래 최대 공모 규모, 예상 시가총액 70조 원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14일 공모가를 희망가 최상단인 30만 원으로 확정했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70조 원이다. 삼성전자(약 467조 원), SK하이닉스(약 92조 원)에 이어 단번에 시가총액 3위에 오른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기록한 뒤 다시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렇게 되면 시총은 100조 원을 훌쩍 넘어 182조 원까지 늘어난다. 다소 큰 덩치라는 우려, 새해 들어 약세를 보이는 증시 등이 걸림돌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시장의 오랜 기다림과 그만큼 쌓인 기대감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첫날 따상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추가 상승 여력이 더 많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권영수 부회장 역시 간담회에서 “세계 1위의 CATL과 시총 차이가 크지만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3년 후 매출에 대해 미리 수주한 금액이 현재 260조 원이며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최소 25%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ATL의 시총은 234조 원가량이다.

    조달된 10조2000억 원은 어디에 쓰일까. 이 가운데 8조8000억 원이 증설에 쓰인다. 거점별로 살펴보면 미국 공장에 5조6000억 원, 유럽 공장에 1조4000억 원, 중국 공장에 1조20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나머지는 국내 공장 몫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투자로 향후 3년 안에 배터리 글로벌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 이상인 연 40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FP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년 전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로 출범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전경. [뉴스1]

    LG에너지솔루션은 26년 전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로 출범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전경. [뉴스1]

    업계 1위 CATL 성장세 꺾고, 안전성 문제 해결해야

    상장은 이제 시작일 뿐, LG에너지솔루션에는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CATL이다. CATL은 2011년 설립돼 10년도 되지 않은 2018년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에 올랐다. CATL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대가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회사를 지원해 왔다. 문제는 그동안 ‘안방 호랑이’에 그쳤던 CATL이 중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궁극적 목표는 CATL을 넘어선 글로벌 1위다. 이를 위한 무기로는 25년 이상의 업력에서 축적된 지식재산권(IP)과 미국, 유럽, 중국 등 다변화된 글로벌 고객군이 꼽힌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IP 측면에서 CATL을 압도하고 있다”며 “자국인 중국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채우는 CATL과 달리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의 발목을 잡아왔던 안전성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 코나EV를 비롯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EV 리콜 사태가 단적인 예다. 두 건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충당부채로 잡은 금액만 1조4000억 원(2021년 3분기 기준)에 이른다.

    국내 경쟁사들도 LG에너지솔루션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SK온은 업계 후발주자지만 2017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이후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5년 만에 세계 5위 배터리 회사로 성장했다. 포드, 현대차, 기아,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누적 수주 잔고는 220조 원에 이른다. 전기차 2000만 대 이상에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너 일가를 대표이사로 맞아 더욱 공격적 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SK온을 이끈다. SK온은 현재 약 40GWh 수준인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 역시 주시해야 한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BMW 등 완성차 회사들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속속 발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배터리 산업이 고도의 기술을 토대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요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재무적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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