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이준석에게 듣는 內訌 전말 “윤석열은 확실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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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01-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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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대표 공격 행위가 내부 총질

    • 세대포위론 배제한 대선, 상상 못해

    • 여성가족부 폐지에 다수 여성, 동의할 것

    • 안철수 지지율은 신기루…단일화 효과 없어

    • 尹, ‘검사 대통령’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한 달간 이준석(37) 국민의힘 대표는 허허로웠다. 두 차례에 걸친 선거대책위원회 이탈은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띠인 그는 소띠 해(2021)에 비상했다. 연령 제한을 둔 출마 규정만 아니라면 당장 대권에도 뛰어들 기세였다. 1월 6일 그는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요구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언론이 그에게 붙이는 수식어는 ‘신드롬’에서 ‘고립무원’으로 달라졌다.

    그를 만난 날은 1월 10일이다. 사퇴 결의안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다. 얼굴에 노곤함이 묻어났으나 표정은 덤덤했다. 속내를 듣고 싶었다. 사퇴 결의안이 철회되지 않았다면 자칫 불명예를 떠안았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이 지경까지 온 데 대해 후회는 없을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대표는 선거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 중 하나다. 결과론이지만 선대위가 개편되니 얼마나 좋나. 선대위를 개편하라는 주장을 다른 많은 분도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당대표만 열심히 하면서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된 거지. 내가 정을 맞는다 해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선대위 개편 주장이 꼭 있어야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 10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조영철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 10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조영철 기자]

    “나는 정치하면서 후회한 적 거의 없다”

    적정선에서 휴전하자는 생각이 그에게는 없다. 타고난 논쟁꾼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든 발판이다. 한데 정치는 집단 사이의 전면전이다. 언제까지고 우군 없이 홀로 전장에 나설 수는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그의 지역구는 보수의 무덤인 서울 강북 아닌가.



    이 대표도 현실 정치인이다. 지역구는 국민의힘 약세인 노원병이다. 당내에 탄탄한 기반을 갖춰야 선거에 나가기에도 수월할 텐데 너무 무모한 싸움 아니었나.

    “보통 우리 당 정치인들이 큰 정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당내에서 미움과 비판을 받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에 이기면 많은 사람이 반추하겠지. 어떤 지점이 전환의 계기였는지. 전환점에서 승부수를 던진 사람이 누구였는지 많은 사람이 기억할 거다.”

    정말로 후회는 없나.

    “나는 정치하면서 후회한 적이 거의 없다. 정치를 하다 보면 ‘오르락내리락’을 겪겠지만, 자기 선택에 항상 책임지면 되는 거다.”

    없는 길을 개척해 온 사람에게 엿보이는 자의식이 느껴진다. 궁금증은 남는다. 1월 6일 의원총회의 혼란상은 다소 급작스레 마무리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후 7시 50분경 등장해 “선거 승리의 대의를 위해 다 잊자”고 말한 직후다. 명시적 합의문까지 작성한 지난해 12월 3일 ‘울산 담판’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각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휴화산’ 상태에 있다고 보는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갈등의 강도는 컸는데 봉합은 너무 쉽게 이뤄져버린 모양새인데.

    “선대위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게(봉합이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갈등이 불거질 때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찾거나 전화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한다. 두 사람 간 간극이 있나.

    “후보가 사람 쓰는 방식이 다른 정치조직의 인사 운영 방식과 다소 다른 것은 맞다. 그것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후보의 운영 원칙에 따라 (대선) 캠프가 돌아가는 것은 맞는 거니까. 내가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이 있던 상황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그만둔다고 했던 건 후보의 낙선을 바랐기 때문이 아니다. 기획이나 지휘 등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이 없는 것 같아 물러난다고 했다. 조직개편을 촉진하기 위해서였지 다른 의도는 없다.”

    당무우선권을 둘러싼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것 아닌가.

    “‘울산 합의’ 때 당무우선권에 대해 후보의 요청이 있으면 당대표가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보가 당대표에게 명시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뜻이고, 당대표는 선거에 필요한 당무에서는 후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철규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놓고도 이견이 노출됐는데.

    “이 의원이 과거 나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전략부총장은 선거 사무뿐 아니라 당무도 담당하기에 나도 인사에 이견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 문제는 후보가 ‘이 의원을 꼭 써야겠다. 하지만 대표에게 오해 살 만한 언급을 한 게 있다면 이 의원이 사과하고 풀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잘 마무리됐다.”

    “보수 유튜버들이 安 밀자면서 야욕 드러내”

    3·9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또 다른 지뢰밭이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는 서울 종로,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대구 중-남 등 5곳이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윤 후보와 당무우선권을 놓고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재·보궐선거 공천 사무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새로운 갈등의 뇌관이 되지 않겠나.

    “지금까지 나와 후보 간에 재·보궐선거 공천에 대해 언급한 바는 단 하나도 없다. 지방선거 공천의 경우 후보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공천 관련 실무 작업은 시작했나.

    “이번 주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지도부가 출범한 뒤 전 지역구 경선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이번에도 국민과 당원이 생각하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것이다.”

    전략공천 가능성은 없나.

    “당헌당규상 전략공천이나 우선추천 제도는 전략공천 대상인 후보의 경쟁력이 타 후보 지망자에 비해 월등할 경우 실시하게 돼 있다. 각 지역구로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의 경쟁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 최대한 경선 원칙을 지켜나가는 게 옳다.”

    종로 후보는 윤 후보의 대선 러닝메이트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나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로란 지역구의 상징성이 있다 해도 종로구민을 위해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정치 공학적으로 (후보를) 고른다고 해서 쉽게 이길 수 있는 지역구도 아니다.”

    이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은 없나.

    “없다.”

    야권 일각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라는 프레임을 많이 퍼뜨렸는데.

    “보수 유튜버 등이 내부 총질이라는 프레임을 잡아 나를 공격했다. 당대표는 내부 총질을 할 수가 없다. 본인이 의사결정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이끄는 방향에 대해 의도적인 오해를 양산하거나 공격하는 행위가 내부 총질에 가깝다. 선대위 개편 이후 나한테 ‘내부 총질 한다’고 공격하던 유튜버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밀자면서 드디어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당대표에 대해 음해하는 것 자체가 총질이다.”

    세대포위론은 60대 이상과 20·30세대를 결합해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취지인데, 윤 후보도 동의하나.

    “세대포위론은 서울시장 선거 승리와 6·11 전당대회에서의 (30대 당대표 선출) 파란, 역대급 대선 경선 흥행을 이끈 원동력이다. 이를 포기하고 본선을 치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정치에 소극적 관여층으로 꼽히던 20·30 세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어젠다를 정치에 투영해 효능감을 맛보고 있다.”

    “여가부 폐지, 지지율에 긍정적”

    1월 7일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남겼다. 이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이튿날이다. 국민의힘이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 대표가 조언한 내용인가.

    “나는 그 형식(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해서는 조언한 바가 없다. 여가부 폐지야 당내에서 계속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이다. 이에 대해 후보가 화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윤 후보는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방향에는 동의하나.

    “여성부가 초기에 호주제 폐지라든지 여성문제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것은 맞다. 그 이후 여성 업무를 딱히 특화해서 할 게 없다 보니 가족 업무를 끌어안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다 게임 셧다운제(이슈)까지 끌어안으면서 부처 설립 취지 자체가 모호해졌다. 여성부와 통일부는 다른 나라에는 잘 보이지 않는 특임 부처로 존재하는데, 더는 부여된 특수 임무가 없다면 다른 특수 임무로 (업무를) 바꿔야 한다. 출산율 하락 등은 여성문제에 비해 우선순위가 높은 특수 임무로 보인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일각에서는 남녀 간 갈라치기라고 한다.

    “여가부 폐지를 여성들이 원치 않는다는 인식 자체가 굉장히 얕은 이해다. 경희대에서는 여학생만의 투표로 총여학생회가 해체됐다. 관념의 세계와 달리 실제에서는 훨씬 진취적인 움직임이 있다. 여론조사를 봐도 남성의 절대 다수가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에서도 (찬반 의견이) 반반이 나온다. 지금까지 여가부가 여성들도 다수 만족할 만한 부처 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놓는다 해서 여성표가 떨어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성 중에서 이런 개혁 방향에 동의하는 수가 많아질 거다.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며 “여성(부)이라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라고 하자고 이미 발표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특별히 여성인권 문제 등에 깊은 이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 간 대화(‘형수 욕설’ 녹음) 등을 보면 여성이나 가족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이 좋아할 만한 행보를 하지 않는 분이다. 선언과 실제 행보가 일치하지 않는 분들이 광역단체장으로 가면서 끼쳤던 손해는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이 후보도 실천적으로 그런 걸(페미니즘을) 할 수 없다면 과도하게 언급하는 건 옳지 않다. 그게 바로 복어알을 삼키는 과정이다.”

    어떤 식으로 묻건 답변 취지는 같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그의 확신은 날것 그대로다. 그는 1월 8일 페이스북에 “며칠 사이 여가부 해체 공약 및 여러 정책의 명쾌한 정리 과정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급격한 속도감과 변화에 궁금해한다”고 썼다. 이어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 개별 영입 인사들의 발언이 가져오던 혼란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라 덧붙였다.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나 그가 영입한 신지예 전 부위원장 혹은 김민전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염두에 둔 표현인가.

    “우리 당 방침(여가부 폐지)과 정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후보의 영입 인사로 들어오니 오해가 생겼다. 후보는 그분들의 전문성이나 역할을 보고 영입했겠지만, 20·30세대는 그분들의 특정 입장에 굉장히 강하게 반응한다. 이 점을 걷어내니 후보가 정책 행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자유로워졌다.”

    김한길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직책은 없으나 후보에게 계속 조언한다던데.

    “후보가 많은 조언자를 두는 건 나쁘지 않다. 단 계선(界線) 안에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가져가야지, 조언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면 조직이 흔들린다.”

    “내가 별나서 이런 얘기 하겠나”

    그가 정치적으로 사숙(私淑)하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대선판에서 이탈했다. 그는 그간 “김 전 위원장은 대선후보 개표 방송에서 후보 옆자리에 있을 분”이라고 말해 왔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말만 총괄이지 실상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얘기하더라.

    “아마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일갈했던 대목과 닿는 지점이 있을 거다. 후보가 정치를 처음 하다 보니 많은 분의 조언을 받았다. 그런데 그분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계선 밖의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또 조수진 의원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하극상 아닌가. 나에게 있던 일을 본다면, 김 전 위원장에게도 어떤 일이 있었을지 추측해 볼 수 있을 거다.”

    그는 지난해 12월 2일 “윤석열 대선후보 핵심 관계자발(發)로 언급되는 저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윤핵관’ 문제를 공식화했다. ‘윤핵관’은 지난해 말부터 모 인터넷 매체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선대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1월 5일에는 해당 매체에 ‘국민의힘 한 관계자’발로 “김 위원장이 전략도 정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캠프 통솔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 잡음의 주원인인 이준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거캠프 가지고 역모 꾸민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 보도를 전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선거에서 책임과 기여도가 크지 않은 분들이 본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언론에 센 말을 하는 것은 가장 안 좋은 정치 행태다. 김 전 위원장같이 여든 살이 넘으셨고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분에게 그런 공격적 언사를 쏟아내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 되나. 핵심 관계자란 이름에서 조금씩 지칭하는 대명사만 바뀌면서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은 진짜 악랄한 사람이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났으니 선대위 내에 ‘NO’라고 할 사람이 없어진 셈 아닌가.

    “내가 아는 권영세 사무총장(선거대책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할 말을 다 했던 인사다. 선거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임에도 박근혜 정부 내내 큰 혜택을 입지 않았다. 권 총장처럼 자존감이 높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난 분은 (윤 후보에게) 직언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권성동·윤한홍·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 3인방’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두고 “공식적으로는 후퇴한 것처럼 돼 있지만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금 우리 대선 캠프에서 보이는 위험 요소를 그 나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표현한 거겠지. 그와 같은 사실 분석에는 상당한 진실성이 담겨 있다. 어떤 후보건 성격상 장단점이 있다. 선대위 내지 선거캠프의 역할은 그것(후보의 성격)을 알고 후보가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도 이를 시도하던 중 벽에 부딪힌 게 아니겠나. 이 부분(‘윤핵관 3인방’의 영향력 잔존)은 나도 지적했고, 김 전 위원장도 지적했다. 나도 정치에 10년 넘게 있었고 많은 선거캠프를 경험했다. 별나서 이런 얘기를 하겠나, 아니면 실제 위험 요소가 있으니 이런 얘기를 하겠는가. 후보도 후자라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었다.”

    “때로는 양비론, 때로는 청개구리”

    그는 “후보도 후자라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다”가 아니라 “있었다”라고 했다. 과거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했는데, 그의 뉘앙스는 미묘하게 다르다.

    측근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선대위 규모가 줄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후보가 어떤 방향성과 목소리에 반응해 길을 잡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최근의 후보는 확실히 바뀌었다. 의사선택 방식이나 최종 결과물이 크게 달라진 점을 국민도 느낄 거다. 선거를 60일 앞두고 바뀐 게 늦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겠지만, 60일이면 충분하다.”

    김 전 위원장은 “정책실에 ‘왜 정책이 빨리 안 나오느냐’고 물으면 자기들이 만들어서 후보에게 갖고 가면 비서실 단계에서 제대로 진행이 안 돼 발표를 못 한다고 했다”는 말도 했는데.

    “실제 그 문제의식은 선거캠프 내의 많은 분이 공유했다. 좋은 공약이 많이 정체돼 있었는데, (앞으로는) 의사결정 구조 어딘가에서 막혀 있던 것을 뚫어내는 게 중요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을 두고 박근혜 정권 시절의 ‘문고리 3인방’에 비유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은 박 전 대통령의 충직한 보좌진이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애초에 그와 같은 업무 체계를 만든 박 전 대통령에게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많다. 우리 후보에 대해서도 그런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김 전 위원장이 비판했을 것이다.”

    윤 후보가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인재 영입이 있었기에 혼란이 있었다. 그 점이 해소된 지금은 원래 우리 당이 갖고 있던 20·30세대에 대한 장점이 발휘될 거다.”

    20·30세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올랐다.

    “안 후보는 젠더 이슈에 관해 젊은 세대가 지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말한다. 이 점이 부각되면 일시적으로 우리 후보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한 (안 후보) 지지율은 신기루같이 사라질 거다.”

    과거 안 후보의 발언을 알면 젊은 세대가 계속 지지하지는 않을 거라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한 건가.

    “안 후보가 젠더 이슈에 대해 내놓는 발언은 때로는 양비론적이고 또 때로는 청개구리식이다. 이준석에 대한 반대로 점쳐진다. (20·30세대가) 전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곧 안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올라간다?

    “당 지지층, 정권교체에 찬성하는 층만 놓고 여론조사를 하면 단일화 조사에서도 다른 양상이 나온다. 나는 단일화가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은 과거에도 있던 일이다.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산술적으로 문재인 당선자를 넘었다.

    “산술 합이 될 수 없는 구조였다. 지난 대선까지 안 후보는 ‘박근혜 탄핵’을 외친 범진보 진영 인사였다. 그분이 보수 쪽으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지지층의) 지형이 축소됐다. 지금도 안 후보와 우리 후보가 단일화하면 산술적인 합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김 전 위원장은 명시적으로 ‘단일화는 필요 없다’는 표현은 하지 않던데.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의) 산술 합이 안 나오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를 그리 크게 보고 있지 않으신 게 맞다.”

    “그거야말로 아무도 안 믿는 거지”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인 과정에서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를 좀체 뚫고 가지 못했다.

    “과거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정부와의 차별화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박근혜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계승 정부라기보다는 중도화를 지향한 캠프로 각인돼 성공했다. 이 후보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는 크게 되지 않고 더 왼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오히려 더 매운맛이 돼가는 모습이어서 지지층 확대에 한계가 있다.”

    부동산 세제 등에 대해 그 나름대로 차별화를 하지 않았나.

    “그거야말로 아무도 안 믿는 거지.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도 세종시 이슈 등에서 상당한 시각적 차이를 보였다. 그렇기에 (차별화 행보를) 믿지, 이 후보처럼 급격히 바꾸면 국민은 반응하지 않는다.”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메시지를 낼까.

    “섣불리 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제1야당을 중심으로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나.

    “그 메시지도 직접 냈을까 의구심이 든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요청을 이기지 못해서 마지못해 냈을 수는 있지만. 내가 아는 박 전 대통령이라면 정치 상황에 가볍게 참여하진 않을 것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19년 당시 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이면 여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을 때다. 그럴 때 (사면 논의를) 던지면 오해를 살 수 있다. 패스트트랙이니 뭐니 싸우고 있는데 (사면 논의를) 던지면 딜(deal)을 하자는 것이냐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정도의 정치적 대화를 할 정도로 여권이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당시 당 지도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

    노 전 실장의 말이 일면의 진실만 담고 있다는 건가.

    “그냥 (일부 사실만) 발췌됐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우리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냈을 것 같지는 않다.”

    윤 후보가 반드시 집권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0대 당 대표를 만들고 주요 정당 대선후보를 의정 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뽑은 것은 여의도 정치가 대변혁을 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치권에 빚도 없고 어떤 구태에도 찌들지 않은 윤 후보가 당선돼야 개혁의 정신을 받들기 좋다. 많은 사람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검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나는 반대한다. 우리 후보는 사회의 굵직굵직한 병폐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 나는 우리 후보가 ‘검사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적폐 청산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인가.

    “그와 같이 사람 잡는 식보다는, 특수부 검사의 넓은 시야로 사회 병폐를 시스템적으로 개혁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지 않아야만 하는 이유도 묻겠다.

    “그분이야말로 철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표 되는 것은 다 하는 분이거든. 저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국제적으로 조롱받을 수 있다. 외교를 어떻게 할지도 의심된다. 중국 가면 중국 듣기 좋은 소리하고, 미국엔 미국 듣기 좋은 소리하고. (집권) 1년 지나면 다 드러난다.”

    지면 사퇴, 이기면 국지전

    윤 후보가 대선에서 지면 그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두 차례나 ‘이탈 파동’이 있던 만큼 그가 감내할 책임의 크기는 작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가 이겨도 숙제가 생긴다. 신(新)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하기 위한 국지전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6월 지방선거는 그와 ‘윤핵관’ 그룹 간 헤게모니 다툼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러설 데가 없는 게임. 이준석의 운명이 얄궂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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