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尹, 청년 표심 얻으려면 86세대 임금 줄일 직무급제 공약해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ccw7370@hanmail.net

    입력2022-01-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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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에 실망, 安에 눈길 주는 2030

    • 2030은 기성세대 기득권 타파 원해

    • 尹, 청년에 와닿는 정책 내놓아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6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6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새해 벽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윤 후보는 1월 1일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부터 바꾸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선대위의 면면이다. 1월 3일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퇴서를 냈다. 사퇴의 이유는 2030 지지 폭락 탓이다. 신 전 위원장은 사퇴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퇴하라는 종용이 이어졌다. 신지예 한 사람이 들어와 윤 후보를 향한 2030의 지지가 폭락했다고 말했다”며 당내에서 사퇴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후보도 페이스북에서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신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한 사실을 언급하며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월 5일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도 결별하며 새 선대위를 꾸렸다. 과연 윤 후보는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을까.

    흔들렸던 젊은 세대 지지

    서울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6.8%, 윤 후보는 30.8%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은 9.3%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2030세대 지지율이다. 이 후보는 20대에서 25.4%의 지지율을 얻었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9.5%에 그쳤다. 안 후보는 20대에서 18.9%의 지지율을 얻으며 윤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로 제쳤다. 30대 지지율은 이 후보(34.3%), 윤 후보(18%), 안 후보(14.3%) 순이다.

    이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와 대조된다. 이 후보는 36%, 윤 후보는 35%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20대에서는 이 후보(20%)와 윤 후보(19%)는 초박빙 접전을 벌였었다. 안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9%였다. 2주 사이 20대 지지율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30대에서는 이 후보 35%, 윤 후보 21%, 안 후보 4%를 각각 기록했다. 30대에서도 안 후보가 2주 만에 10.3%포인트 지지율을 높이며 약진했다. 윤 후보 20대 지지율은 2주 사이 19%에서 9.5%로 ‘반토막’이 났다. 윤 후보를 지지하던 20대 유권자 마음이 안 후보로 상당수 옮겨갔던 것. 선대위 개편 뒤에는 윤 후보가 다시금 젊은 층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2030에는 집토끼가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2030세대는 왜 윤석열 후보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안철수 후보로 갈아탔던 것일까. 이들이 투표에 임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념이나 지역에 기대 투표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사건에 각 정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핀다.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이라도 생각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면, 경쟁 정당에 표를 던져 불만을 표출하다. 즉 ‘집토끼’라 불리는 특정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촛불정국 속 치러진 2017년 대통령선거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2030세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의혹 등을 보며 보수정당에 실망해 진보 성향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선거에서 투표에 나선 20대의 47.6%가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30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의 비율(56.9%)이 가장 높은 세대였다.

    이렇게 탄생한 민주당 정권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 의혹과 취업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일으키자 2030세대는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젊은 세대의 투표 성향을 보면 지금 부동층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여기서 부동층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정치 무관심층(Apolitical)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기성 정치에 불신을 보내는 인지적 무관심층(Apartisan)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즉 여야 양측 모두 아직 젊은 세대의 마음을 끌 만한 새 정치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2030세대 지지를 유지하려면 그들의 고통과 불만이 어디에서 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으나, 그 핵심에는 ‘86기득권 체제’가 있다. 2030세대의 유권자는 어느 당이 ‘86 기득권 수호당’인지 ‘86기득권 타파당’인지 지켜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86 기득권 체제’란 무엇인가. ‘불평등의 세대’를 쓴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8월 11일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정규직 중심 노동계와 유착한 86 운동권 그룹의 기득권적 태도를 통계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86세대가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기회와 특권으로 후속 세대에게 분배돼야 할 부와 권력을 15년 넘게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이제는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기득권 타파 없이 청년층 지지 받기 어려워

    이 교수는 또 “지금 우리 사회는 정규직 노조와 자본이 연대해 하청과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구조다. 1%대 99%가 아니라 20%가 80%를, 또는 50%가 50%를 착취하는 사회”라고 진단하면서 기성세대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도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 “청년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남발해 86 기득권이 혜택을 입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 후보의 청년정책의 선명성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전 의원이 이끄는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위원회’(1월 5일 해체)의 유튜브 생중계 발대식에 참여해 2030세대의 ‘쓴소리’를 직접 들었다. 청년들은 윤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연설이나 공약 메시지 등 정책 방향성에 관한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경쟁 후보인 이재명 후보에 비해 정책과 메시지의 선명성이 부족하고, 일반 유권자에는 부인과 장모 의혹만 기억에 남는다고 직언했다.

    나이와 무관하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쓴소리 라이브’에 참석해 윤희숙 당시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쓴소리 라이브’에 참석해 윤희숙 당시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후보는 여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남녀 성별을 떠나 2030세대가 집권 여당에 등 돌린 원인을 파악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동의와 지지를 받기 위한 정책 토론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86 기득권 체제 타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30세대의 분노가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86의 기득권적 리더십에 있는 만큼, 86의 기득권 타파와 함께 공정의 관점에서 부동산정책과 비정규 정책 및 병역제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직무급제 임금제도 도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직무급제 임금제도는 일하는 사람의 나이,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일의 성과에 따라 기본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윤 후보의 ‘노동정책 교사’로 알려진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직무급제가 2030세대의 공정 요구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정 교수가 제안한 ‘직무급제 임금제도’를 도입하려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 ‘특권화된 강성 노조’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개혁론’과 함께 ‘노사정 고통분담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야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공약을 내놓은 적이 있다. 2016년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은 4·13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새누리당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던 강봉균 전 재정경재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해 4월 3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현행 50%에서 4년 후 20%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기성세대 임금 인상폭 줄이면 청년 일자리 생겨

    셋째, ‘노사민정 고통분담론’에 대한 대타협을 통해 청년과 소상공인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청년 일자리와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할 손실지원금을 노사민정 대타협에 기초한 재정기금에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노사민정 고통분담론’ 핵심은 소득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그 동결분을 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와 함께 청년일자리 확대에 사용하는 것이다.

    2015년 5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전문가 간담회’에서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상위 10% 근로자 임금 총액은 118조9000억 원으로, 이들이 연봉 인상을 1%포인트만 자제해도 1조2000억 원 가까운 재원이 마련된다”며 “평균 연봉 인상률인 3%를 올리지 않는다면 그만큼 줄어드는 인건비로 적게는 15만1000여 명, 최다 21만8000여명의 청년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넷째, 병역 문제도 포퓰리즘적 모병제나 징병제가 아니라 자발적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민개병제로 전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개병제는 강제와 처벌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 애국심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군대를 말한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도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를 실시한다. ‘공화주의적 국민개병제’로 이행하려면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인정, 부당한 명령의 불복종 인정, 고위공직자의 병역 헌신, 시민교육 제도화, 애국심 고취, 공익활동복무제 등을 인정하는 것을 통해 자발적인 시민적 애국심을 복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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