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길”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송영길

  • 고재석 기자

    ayko@donga.com

    입력2022-05-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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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집무실 안 보이는 나라는 독재국가

    • 대한제국 말기 러시아 공관 옆 고종처럼…

    • 尹 정부 내각·비서실은 대검찰청 부속실

    • 한동훈 전면 내세운 것, 尹 정권에 부메랑

    • 오세훈, 아이디어 고갈로 옛날 얘기 반복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호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호영 기자]

    인터뷰에 앞서 사진부터 찍자고 청했다. 182㎝ 키에 널찍하게 뻗은 어깨가 앵글에 담길 듯 말 듯하다. 군말 없이 바지런한 일꾼의 이미지다. 그가 원하건 아니건 큰 풍채는 그의 무기다. 우직하다는 평을 듣는 데 한몫했음이 분명한 그런 무기.

    송영길(59)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난 장소는 서울 중구 무교동 휘닉스빌딩이다. ‘유엔 5본부 설치’ 공약 홍보물이 후보실 벽면을 채웠다. 창밖 건너편에 서울시청이 있다. 공무원들이 쓰는 사무실 집기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사진기자는 “여기서 오세훈 시장도 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바쁘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일정을 만든다. 현직 시장과 맞서려면 노출 빈도부터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터뷰도 오전 9시에 진행하기로 했다가 30분 당겨졌다. “수도권에서 밀리는 판세 같다”고 하니 그가 낮은 톤으로 답했다. 잿빛도 장밋빛도 아닌 객관적 진단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불리한 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기대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생긴 겁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 있죠.”

    “영빈관도 다시 짓는다고 할 것”

    그를 만난 날은 5월 10일, 그러니까 국회의사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이다. 한껏 상기된 여의도의 공기와는 달리 무교동에서는 결연함이 엿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때문에 그런 거죠.”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용산 이전 문제에 관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요.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만들 겁니다. 또 당과 협력해서 대통령 집무실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어요.”

    민주당이 집권하면 청와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데요.

    “부동산 계약서 표준약관에 명시돼 있잖아요.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인이 임의로 임차 목적물을 변경했을 땐 (계약이) 끝나면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 정오부터 청와대를 개방한다고 합니다만.

    “이미 청와대가 개방돼 있는데 언론이 말을 잘못하고 있어요.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공간을 개방해야 의미가 있지, 청남대(대통령 별장)도 아니고 떠나고 난 뒤 개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한두 번이야 호기심으로 보겠죠. 미국 백악관에 가서 사진 찍으려는 것도 대통령 근무하는 곳이기 때문이잖아요. 문재인 전 대통령 계실 때는 (시민들이) 녹지원을 걸어가다 대통령과 만나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어요. 4층 여민관 집무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손 흔들면 아이들이 환호성도 질렀고요. 그게 살아 있는 개방 아니에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면서 폐쇄성이 강화된다고 보나요.

    “대통령 집무실이 국민 눈에 안 보이는 나라는 대부분 독재국가예요. 민주주의국가는 대통령 집무하는 공간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있습니다. 나는 (한국이) 완전히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부끄러운 일이에요. 나는 청와대 개방은 쇼에 불과하고 오히려 대통령 집무실이 완전히 폐쇄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죽은 공간을 내놓고 산 공간을 폐쇄한 거죠. 국민과 단절되는 길이고 검찰공화국의 시작입니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겨 청와대로 돌아가면 5년간 공백이 초래할 문제는 없겠습니까.

    “그건 나중 이야기죠. 나는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문제가 될 거라고 봐요. (아마도) 영빈관도 다시 짓는다고 할 거예요. 대한제국 말기에 러시아 공관 옆에 있던 고종 황제처럼 외국 군대(미군)를 옆에 놔둔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 있습니까.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주권의 문제죠.”

    오세훈 시장은 환영 입장을 냈습니다만.

    “서울시장 자격이 없는 겁니다. 각 시민단체나 용산 주민들을 대상으로 테이블을 하나 만들고 거기서 제기된 문제를 청와대에 전달해야죠. 우려 사항에 대한 수렴은 하나도 없고 ‘신용산 시대’라면서 오히려 용산 발전의 계기가 된다고 ‘윤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데, 옳지 않죠.”

    “‘윤석열 검사’ 유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지호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지호영 기자]

    그는 2010~2014년 인천시장을 했다. 임기 전반기는 이명박 정부 때고, 후반기는 박근혜 정부 때다. 이번 선거에 이기면 또 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된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유일한 광역단체장입니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지적도 있잖습니까.

    “모든 현안이 프리패스되는 국무회의라면 하지 말아야죠. 그럼 그냥 대통령 혼자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국무회의는 대통령 권한 행사에 있어 미비점을 보완하고 한 번 걸러내는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겁니다. 송영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무회의의 부실화를 막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겁니다.”

    초보 대통령의 한계를 보완한다?

    “내가 백신과 메기효과라는 표현을 썼어요. 국회의원도 아닌데 국무회의 가서 정치투쟁 하겠어요? 오 시장처럼 ‘윤비어천가’ 부르지 않고 시민 처지에서 필요한 걸 지적해야죠. 미군기지 부지 내 토양 오염 실태에 대해 지금 하나도 조사를 못 해요. 그 안에 엄청난 기름과 다이옥신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한 논의)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오면서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진 거예요. 지금까지 부지의 10%만 반환됐잖아요.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미국이 반환을 더 미룰 가능성이 크죠. 센트럴파크 역할을 해야 할 용산공원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왜 자기들이 뺏어가냐고요?”

    윤석열 정부 내각과 대통령비서실 인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대검찰청 부속실이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봅니다. 저도 변호사로 일을 해봤지만 검사들은 같은 검사 출신들을 신뢰해요. 검찰 동우회 정권이 되는 거죠.”

    검찰 사무국에 있던 인사 여럿이 대통령비서실에 들어갔죠.

    “‘윤석열 검사’ 유명했습니다, 자기가 데리고 있던 계장들을 끝까지 챙기는 사람으로. 국민과 야당을 수사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을 섬기는 대상으로 보는 대통령직에 맞을지 걱정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뭐….”

    날 선 반응이 나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밋밋했다. 수긍이라기보다는 냉소 같았다. 이 대목에서 그가 인천시장 시절 얘기를 끄집어냈다. (5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전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내가 ‘한동훈 논란’에서 주목했던 게 채드윅 스쿨(채드윅 송도국제학교)이에요. 서울 강남과 송파·서초의 소위 부잣집 아들·딸이 채드윅에 다닙니다. 정의선 회장(현대자동차그룹) 자녀도 채드윅 보내잖아요. 그걸 제가 만들었습니다. 지금 인천에 있는 뉴욕주립대, FIT(뉴욕패션스쿨),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5개 대학에 전 세계에서 온 3500명이 다녀요. 강남·서초에서 ‘송영길은 인천시장 했는데 무슨 서울시장 해?’ 이러다가 ‘채드윅 스쿨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 놀랍니다.”

    “실제 완전박탈 아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통과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검수완박이 아니고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점을 말씀드려 이해를 구해야죠. 검찰에 수사권이 남아 있어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고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권도 다 갖고 있잖아요.”

    ‘완박’이라는 표현은 프레임이다?

    “실제로 완전박탈이 아니잖아요.”

    검수완박에 대한 문답을 나눴으니 앞서 못 들은 그의 ‘한동훈론’을 다시 들어볼 때다.

    한동훈 후보자가 5월 5일 “송영길 전 대표, 최강욱 의원, 조국 전 장관은 서울시에서 후보자의 딸이 수상한 사실이 없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나는 페이스북에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썼고, 정치인이 그 정도 표현도 못 합니까? 남에게는 그렇게 화살을 쏘던 사람들이 자기에 대한 비판은 못 참는 태도를 보이는 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나는 한동훈을 저렇게 전면에 내세운 것이 이 정권에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나집’ 공약을 내걸고 있다.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거주한 뒤 최초 분양가격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그가 인천시장 시절이던 2014년부터 추진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6월 10일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인천 검단과 경기 안산, 화성, 의왕, 파주, 시흥 등에 누구나집 1만여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누구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인천시장 때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탓에 분양이 안 됐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할 수가 있었어요.”

    추진 과정에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싸웠다고 들었는데요.

    “잘 이해를 못하니까 수용이 안 됐어요. 당대표 되고 나니까 겨우 수용돼서 지금 1만 가구가 추진되고 있죠.”

    왜 민주당 내에서 공감대를 못 얻었을까요.

    “민병덕·유동수·박정·박성준 의원은 이해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거죠. 최초 분양가로 분양받을 권리를 주면 집값이 올라도 걱정이 없어요. ‘영끌’ 해서 비싼 이자 내고 돈 빌려 집 살 이유가 없죠.”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포함해 송 후보의 부동산 공약 기조는 민주당 기류와 다른데요.

    “2주택자라고 할지라도 금액이 낮은 경우 (종부세를) 조정했으면 좋겠어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는 당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갖고 있던 소신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당대표가 되자마자 종부세·양도세 완화를 추진한 겁니다. 오 시장은 나보고 ‘왜 진작에 하지 못했느냐’고 하던데, 당대표가 아니고 비주류인데 어떻게 해요?”

    진보 언론에서는 송 후보의 종부세 공약을 비판하는 분위기던데요.

    “종부세 세수 총액이 5조4000억 원이고 (그 중) 1주택자가 내는 총액이 1500억 원, 즉 2.4%밖에 안 돼요. 그걸 빼준 걸 ‘부자 감세’라고 하면 착각이죠.”

    “尹이 지나치게 빨리 자기 모습 드러내니…”

    민주당에만 몸담아 온 그는 부동산을 포함해 시장경제에 대한 시각이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당내 강성파와 충돌이 잦았다.

    스스로를 민주당 내 실용주의자라 생각합니까.

    “(민주당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다 반대할 때 난 찬성했잖아요. 모두가 ‘탈원전’ 찬성할 때 나는 탈원전에 문제 있다고 지적한 사람이에요.”

    그는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37세 나이로 국회에 입성했다. 친노·친문 색채가 옅은 비주류 행보를 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랬죠. 대연정에도 반대했고.”

    바깥에서 민주당을 보면 너무 똑같은 목소리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러니 내가 똑같은 소리 안 하다가 비주류가 돼 세력도 없이 외롭게 정치해 왔잖아요.”

    당대표까지 됐다면 당내에 송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게 무슨 계보나 파벌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불특정으로 (나의 의견이) 공감대를 얻었던 거죠.”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받기까지의 과정도 녹록하지는 않았죠.

    “그걸 보면서 오히려 우리 국민들께서 ‘송영길이 정말 계보 정치 안 하고 외롭게 활동해 왔다’는 걸 다 알게 된 것 아니에요?”

    4월 6일 ‘민주주의 4.0’이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 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이 출마를 비판했는데, 심정이 어땠나요.

    “대꾸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죠. 나를 비판했던 사람들의 처지도 이해하는데, 오 시장과 맞설 사람이 준비가 안 됐었잖아요. 오 시장과 제대로 맞서줘야 구청장과 시의원 후보들,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에도 도움이 될 텐데 그럴 만한 사람이 안 보이니 나라도 ‘장판교의 장비’가 조조의 백만 대군을 혈혈단신으로 맞설 때의 책임감으로 나서겠다는 것이었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이 아니라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금도 있는데요.

    “(5월 8일 부처님 오신날에) 조계사에서 안철수 후보(경기 성남 분당갑)와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했는데, 본인도 그거는(안 후보와 이 고문의 지역구 맞대결) 적절치 않다고 했어요. 겉으로는 (이 고문에게) 붙자고 했지만 대선이 끝났는데 또 제2의 대선 모양새가 연출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요. 그 말에 공감합니다.”

    이 고문의 출마가 가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이 고문이 제도권에 들어오는 게 맞다고 봐요. 대선에서 1600만 이상의 표를 얻었잖아요. (대선 이후) 이재명을 지키자고 16만 명의 당원이 가입했는데, 이건 간단한 현상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빨리 제도권에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잖습니까.

    “지나치게 빨리 지방선거가 있으니까….(웃음) 다르게 말하면 지나치게 빨리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 ‘윤로남불’ 내각을 출범시키고 대통령 집무실을 일방적으로 이전하고 이재명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는 행태가 이재명을 불러낸 겁니다.”

    “시의회 추천 인사 부시장 임명”

    화제를 시정(市政)으로 돌렸다. 서울시는 2022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TBS 출연금을 전년도 출연금(375억 원)보다 123억 삭감했다. 이후 시의회의 반대로 다시 67억 원을 증액했다.

    오 시장은 TBS가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되면 살펴볼게요. 지금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워요. TBS를 개혁할 점이 있으면 개혁해 나가야겠죠.”

    그는 4월 1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 자리에서 “(서울에) 아시아·태평양을 대표할 유엔 제5본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 서울시에 유엔 5본부 유치가 필요한가요.

    “우리가 유엔 분담금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이 부담하는데, 1만 명 넘는 유엔 본부 직원 중 우리나라 직원 수가 120명밖에 안 됩니다. 유엔 본부를 유치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돼요. 또 2만여 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제네바에서 연간 국제회의가 8000회 넘게 열리는데, 서울서 연간 열리는 국제회의는 500~800회 밖에 안돼요. 유엔 본부가 들어오면 마이스(MICE) 산업이 실질적으로 발전할 겁니다. 유엔 직원들이 오려면 자녀 교육기관이 필요해요. 국제학교가 생기면 서울 학생들이 글로벌한 경험을 갖는 데도 도움 되죠.”

    그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도 반대한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냈다.

    산은 이전 찬성론자들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산은이 온다고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서는 없어요. 산은은 서울에 있어야 합니다. 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옮길 수가 없어요. 오세훈 시장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잖아요. 이것도 심각한 문제죠. 그러면서 무슨 ‘금융 중심 서울’을 만듭니까.”

    최근 1년간 ‘오세훈 시정’을 상징하는 단어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다. 오 시장은 2월 7일 “위탁사업, 보조금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기득권 단체들에 관행처럼 흘러들어간 예산, 그런 단체들이 서울시에 들어와서 일하는, 조직 분위기를 망가뜨린, 이런 총체적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서울시판 적폐청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 시장이 공정과 상생이라는 말을 쓰면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모순이죠. 반대 세력을 포용하는 게 상생 아닙니까? ‘아이 서울 유’ 바꾸려 했는데 시의회가 반대해 못 했다고 불평이나 하는 게 상생인가요? 시의회 탓에 못 한다면 남경필 전 경기지사처럼 시의회에 정무부시장 추천권을 줘서 협치하면 되잖아요. 나는 지난 대선 때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어요. 서울시장이 돼서도 시의회 추천 인사를 부시장으로 임명할 겁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오 시장도 당시 국민의당 인사를 부시장으로 임명했는데요.

    “시의원 100여 명이 민주당 소속인데 거기를 배려해야 시의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 아니에요?”

    “‘디자인 서울’ 해봤자 무슨 의미 있나”

    5월 6일 서울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지상 최고 60층, 총 2400가구 규모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인근 한양아파트는 50층, 100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렇게 평했다.

    “저는 재건축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자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시범아파트·한양아파트 재건축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저의 차이는 뭐냐. 임차인에 대한 대책입니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임차인 재정착률이 20~30%가 안 돼요. 누구나집, 누구나상가로 임차인이 100% 재정착하도록 할 겁니다. 서울시민의 54%가 남의 집에 살아요. 공급을 많이 해도 현금이 없으면 살 수 없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50~60% 적용해도 9억 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안 해줘요. 서울 강북 평균 주택 가격이 9억 원이고 강남은 20억 원인데 HUG가 보증 안 해주면 중도금을 낼 수가 없잖아요. 현금 부자만 ‘줍줍’하는 거죠.”

    그는 두 달 전까지 집권여당 대표였다. 지금은 ‘야당 소속 원외 서울시장 후보’다. 이번 선거에 이기면 권토중래의 기회를 얻는다. 지면 한동안 자숙해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시민의 뜻에 맡기겠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4선 시장은 있을 수가 없어요. 아이디어가 고갈돼요. 오세훈 시장이 하는 말을 보면 반복이에요. 한강 르네상스, 세빛둥둥섬, 용산 프로젝트 모두 옛날 했던 이야기를 리바이벌하는 겁니다. 오 시장이 외신에 홍보비 쓰고 ‘디자인 서울’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일부 의미가 있겠지만, 유엔 본부 유치는 그와 비교가 안 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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