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무신사 ‘짝퉁’ 망신살, 머스트잇·트렌비·발란도 타격했다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5-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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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품 판매로 망신당한 무신사

    • 오픈마켓 단점 보완한 ‘정품 인증’ 플랫폼 급성장

    • 짝퉁 논란으로 소비자 의심↑

    • 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처 반사이익

    ‘멸망전(戰)’. 얼마 전 벌어진 두 인터넷 플랫폼 업체 간 신경전에 붙은 수식어다. 지는 쪽이 ‘망한다’는 뜻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리셀(재판매) 플랫폼 네이버 ‘크림’ 사이에 벌어진,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이었다.

    두 업체의 갈등은 겨우(?) 10만 원대 티셔츠가 초래했다. 미국의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Fear of God)’의 세컨드 브랜드 제품인 ‘에센셜(essential)’이란 티셔츠다. 무신사가 이 제품을 팔았는데, 일부 소비자가 이를 네이버 크림에서 재판매하려 했다. 그런데 크림이 이를 가품이라고 판정하면서 신경전이 시작됐다. 크림은 에센셜 제품의 가품 예시로 사용한 사진에서 무신사 브랜드 태그를 노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티셔츠로 인한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네티즌이 이를 멸망전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 중 한 업체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무신사가 고개를 숙였다. 크림 측에서 미국 피어오브갓에 의뢰한 결과 무신사가 판매한 제품이 ‘가품’이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일부 네티즌에게 ‘짭신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무신사·크림 성공 전략은 ‘정품 인증’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업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티셔츠 하나가 온라인 패션업계를 주름잡는 업체들에 이 정도로 타격을 준 까닭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41%가량 증가한 466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 업체인 브랜디(1262억 원), W컨셉(1014억 원), 에이블리(935억 원), 카카오스타일(652억 원)의 지난해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무신사의 최근 4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5%에 달한다. 수익성도 좋다. 무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42억 원으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이커머스 업체는 각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액으로 규모를 비교하곤 한다. 지난해 무신사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전년보다 90% 늘어난 2조3000억 원이었다. 한국 패션 플랫폼 중 2조 원을 돌파한 것은 무신사가 처음이다. 무신사 스토어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월간 순 이용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무신사가 이 정도로 성장한 비결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오픈마켓과 달리 브랜드 직영점만 입점하도록 하는 정책을 써왔다는 점이다.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는 무신사가 직접 매입해 판매했다. 사실상 오프라인 백화점과 유사한 구조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소비자 신뢰도를 높였고, 이는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크림 역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 공을 들인 플랫폼이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2020년 한정판 스니커스 거래 플랫폼으로 출범했다. 초창기 주거래 품목은 스니커스였는데, 이후 패션과 명품, 아트토이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크림은 올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4% 늘어난 3700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거래액(7000억 원) 절반을 넘는 실적을 낸 셈이다. 시장에서는 크림의 올해 연간 거래액이 1조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네이버는 크림의 성장세에 힘을 더욱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취임 후 첫 번째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리셀 상품 카테고리를 지속 확장해 국내 1위 C2C 커머스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두 업체는 각 영역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런데 10만 원대 티셔츠 하나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티셔츠가 정품이면 크림의 ‘정·가품 감정’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깨지게 되고, 가품이라면 무신사의 ‘정품 유통’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상품 2배 보상 나선 무신사

    크림. [앱스토어 캡쳐]

    크림. [앱스토어 캡쳐]

    이에 따라 무신사는 크림의 판정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가품 판정은 브랜드 고유 권한”이라며 크림 측을 자극했다. 크림의 경우 “사용자 보호를 위한 리셀 플랫폼 사업자의 노력을 브랜드사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활동으로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무척 안타깝다”고 반박하는 등 첨예한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무신사는 해당 상품에 대해 200% 보상하겠다며 수습에 나서야만 했다. 또 관세청 산하 (사)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해 검수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해외 브랜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어오브갓은 국내에 직접 진출한 브랜드가 아니다. 팍선과 센스, 미스터포터 등 공식 유통사 3곳을 통해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무신사가 이 가운데 팍선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무신사의 설명이 맞는다면, 국내 공식 유통사에서조차 짝퉁을 판매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신사도 어떤 측면에서는 피해자로 볼 수 있다.

    무신사는 팍선 외 다른 유통사에서도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 피어오브갓에 보내 정품 여부를 의뢰했다. 그런데 이 역시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후폭풍은 더욱 커졌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처지에서는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이라는 수식어는 물론 ‘국내 공식 판매처’라는 이름도 믿지 못하게 된다.

    사실 이는 온라인 쇼핑 채널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오픈마켓에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탓에 네이버나 쿠팡은 물론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인 미국 아마존에서도 짝퉁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지속해 이어져 왔다. 아마존조차 지난해 6월 위조 범죄 담당 부서를 신설하는 등 여전히 짝퉁과의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형 업체들이 오랜 기간 지속해 그 나름의 가품 판매 방지 시스템을 갖추면서 소비자의 신뢰 역시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무신사와 크림도 이런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이번 사건은 이렇게 어렵게 쌓은 신뢰가 자칫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 업계의 촉각을 곤두서게 했다. 그야말로 대형 사건으로 여겨졌다.

    불똥은 다른 곳으로도 튀었다. 어쩌면 가품 논란에 가장 예민한 업종이다. 바로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 시장이다. 최근 한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늘면서 시장이 지속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 달러로 전년보다 5% 성장했다. 전 세계 7위 규모다. 

    머스트잇 등 명품 판매 플랫폼으로 불똥 튀어

    4월 1일 크림 측은 “미국 피어오브갓 본사에 의뢰한 결과 무신사가 판매한 제품이 가품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피어오브갓 홈페이지]

    4월 1일 크림 측은 “미국 피어오브갓 본사에 의뢰한 결과 무신사가 판매한 제품이 가품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피어오브갓 홈페이지]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명품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국내 명품 판매 온라인 플랫폼 중 빅3로 여겨지는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의 지난해 거래액은 각각 3500억 원, 3200억 원, 3100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한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경우 백화점에서 구매할 때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여겨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 플랫폼은 정식 수입처와 달리 해외 명품 부티크나 국내 병행수입 셀러, 해외 리테일러 등을 통해 제품을 들여오는 덕분에 가격이 저렴하다.

    문제는 이런 유통 방식은 가품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제품을 확보하는 탓에 가품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시장이 커질수록 물량이 많아져 제품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감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 업체는 제각각 신뢰를 쌓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공을 들여왔다. 우선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 업체는 판매 상품이 위조품일 경우 책임지고 해당 구매 가격의 200%를 환불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덧붙여 사내 명품 감정팀을 확충하거나 전문 감정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온라인 명품 시장은 G마켓이나 롯데온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도 최근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시장이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업체들도 자체 명품 인증 프로그램을 갖추거나 전문 감정사를 통해 무료로 감정받는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200% 환불 등의 시스템으로는 가품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짝퉁 제조 기술이 갈수록 진화하는 탓에 이번 무신사 사건처럼 해당 브랜드 본사가 직접 판단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브랜드들이 정·가품 감정을 꺼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감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공식 수입처가 아닌 곳에서 구매하는 것도 권장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신사 사건에서 피어오브갓이 정·가품 판정에 나선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피어오브갓이 빠르게 커지는 가품 시장에 경고 메시지는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논란, 판단은 소비자 몫?

    온라인 판매에서 가품 유통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거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영국 지식재산청(UKIPO)이 공동 발간한 ‘위조상품 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EU 세관이 코로나19 이후 위조 상품을 적발한 사례 중 56%가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채널이 이제 막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중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명품 플랫폼에서 가품 리스크를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거나, 아니면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백화점 등 공식 수입처에서 제품을 구매하느냐를 각자 알아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명품 판매를 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런 논란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 대형 백화점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판매 채널이 코로나19 등으로 급성장하긴 했지만, 명품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지속해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품 제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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