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안철수 작심토로 “나는 이걸 다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니…”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조강특위 위원, 대변인, 부대변인, 여연 부원장 다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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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07-01 14: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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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집권 여당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안철수(60)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대선후보 단일화, 합당 선언까지 이걸 다 했는데 (합당에 따른) 약속이 안 지켜지면 (당과 당 사이에)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선언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안 의원은 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추천한 최고위원도 안 받아들이고 있고,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도 (추천을) 안 받고 지금 (공석이 된 조직위원장) 내정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국민의당 몫으로) 하기로 명시돼 있는데 하나도 안 지켜지고 있다”면서 “권력투쟁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약속 위반”이라고 했다. 이날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비교적 가감 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등 당내 세력화 시도가 이뤄지는 데 대해선 “모두 덧없다”면서 “여당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하지 않고 내부 세력화를 하면 오히려 국민이 실망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선 “내부 정보가 전혀 없다”면서도 “윤리위는 독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당원의 입장에서 판단이 나오면 거기에 따를 뿐”이라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포럼에 간 데 대해선 “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에 참석했다”며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혜안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것과 관련해선 “재선 의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이라며 “국민의당 출신의 목소리는 (최고위에서) 한 사람이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아래는 인터뷰 중 최근 국민의힘 당내 현안에 관한 문답만 따로 정리한 내용이다. 인터뷰 전문은 7월 19일 발매 예정인 ‘신동아’ 8월호에 실린다.

    “국민의힘, 기득권자만 대변해서는 안 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둘러싼 내홍 논란에 대해 “내부에서 권력투쟁이나 헤게모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영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둘러싼 내홍 논란에 대해 “내부에서 권력투쟁이나 헤게모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영철 기자]

    여당 소속으로 의정 활동을 하는 건 처음인데 야당 때와 다른 점이 있나.

    “그동안 (선거 때마다) 최소한 3자 대결을 했다. 3자 대결, 4자 대결, 5자 대결…. 초선 때는 기호 5번 달고 무소속으로 당선했고, 재선 때는 3번 달고 1번 단 이준석 대표(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20% 넘는 차로 이겼다. 처음으로 양자 대결을 하니 지금까지 치른 선거 중 가장 큰 격차로 이겼다. 야당은 여당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고 여당은 성과를 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대한민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이 위기를 극복할 몫이 주어져 있어 책임감이 크다.”

    외교안보통일위원회를 지망했다고 들었다.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미‧중 패권전쟁 특히 과학기술 패권전쟁이다. 예전에는 과학기술이 먹고 사는 문제였다면 이제는 외교와 합쳐지면서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면 내가 과학기술과 경제에 대해 가진 전문성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만난 외교관이 말하길 외교부에서 공학 박사를 뽑았다더라. 외교부에 왜 공학 박사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모든 외교 현안이 전부 과학기술이라고 한다. 백신, 서플라이 체인, 메모리 반도체를 모르면 외교를 할 수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고, 또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분야라고 생각해 외통위를 지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지망은 국방위, 2지망 외통위로 지망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외통위에서 경쟁하면 경쟁 우위는 있어 보인다.

    “(웃으며) 경쟁이 되겠나?”

    장제원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혁신 포럼에 참석한 것을 두고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접점을 이루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에 참석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혜안을 갖고 있는 분이니까 말씀을 듣고 싶어 갔다. 포럼 주최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했고, 그 다음에 원내대표와 국회부의장이 축사를 했는데 예정에 없이 나보고 축사를 하라더라. 내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출신이고 이 정권이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로 시작됐다는 상징성 때문에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소속된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등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기득권 정당(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어떻게 들었나.

    “내가 계속 말해온 것과 맥락이 같다. 대중정당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품는 정당이 되지 않으면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민주당도 특정 기득권 노조만 대변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국민의힘도 기득권자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 이념 지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자기 머릿속에 있는 세상처럼 만들고 바꾸려고 한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다. 보수적 방법이든 진보적 방법이든 현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게 실용정치의 관점이다. 내가 정당개혁에 관해 갖고 있던 문제인식이 이 두 가지인데, (김 전 위원장이) 정확히 짚으셨다.”

    “김종인, 1대 1로 만날 때는 따뜻해”

    대선후보 단일화 당시 국민의힘을 실용적·중도적 정당으로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단일화) 목적이 국민으로부터 더 사랑받고 지지기반이 더 넓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까 말한 두 가지(대중정당, 실용정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악연이라고 알려졌는데, 지난 보궐선거 당시 안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 전 위원장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이 다시 소통하게 된 계기가 있나.

    “명절 때마다 꾸준히 찾아뵙고 말씀을 나눴다. 1대 1로 만날 때는 조언을 잘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신다. 그런데 바깥에서 정치적 진영이 다를 때는 자기 역할이 있지 않겠나. 그럼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지.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축사하러 그 멀리까지 와주셔서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는 모습이) 의외일 수 있지만 저희는 안 그렇다.(웃음)”

    두 사람이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는 걸 보면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똑같다.”

    6월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당내 의원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가 출범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도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히 순수한 공부 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계파 정치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 만들어진 ‘새미래’니 ‘민들레’니 하는 모임을 두고 세력화 시도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나는 그게 모두 덧없다고 본다. 여당은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를 풀 책임이 있다. 그 역할도 하지 않고 내부 세력화를 하면 오히려 국민이 실망감을 갖게 된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있을 때도 당내 계파 갈등에 상당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던 기억이 난다.

    “맞다. 내부 세력 다툼에서 이긴다고 한들 도대체 그게 국민 삶에 무슨 도움이 되나? 높은 지위를 갖는 게 정치하는 목적인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추천’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정 의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당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는데, 적임자라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그분이 재선 의원 중 간사다. 재선 의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 격인 분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 구성을 보면 재선 의원이 없다. 국민의당 출신도 좋지만 국민의당 출신의 목소리는 한 사람이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오히려 재선의 목소리까지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게 건강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걸 다했는데… 힘을 모아야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이후 화학적 결합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나.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4월 18일 (합당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 지금 70일이 넘어가는데, 국민의당이 추천한 최고위원도 안 받아들이고 있다.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도 저희들이 추천하기로 돼 있는데 안 받고 지금 (공석이 된 조직위원장) 내정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당 대변인,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국민의당 몫으로) 하기로 명시돼 있는데 하나도 안 지켜지고 있다. 그게 돼야 화학적 결합이 되는 거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해서 야당의 패색이 짙었을 때 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고 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정권교체 발판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성공시켰다. 세 번째로는 합당 선언을 했다. 그러고 나서 지방선거를 크게 이겼다. (나는) 이걸 다 했는데 최고위원, 조강특위 위원, 대변인,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추천 등) 약속했던 게 안 지켜지면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는다. (톤이 높아지며) 힘을 모아야지.”

    바깥에서 보면 이게 오래 끌 일인가 싶기도 하다.

    “마찬가지 생각이다. ‘이게 왜 오래 끌어야 할 일이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당 대 당이 대국민을 상대로 서로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예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권력투쟁인가 싶기도 한데.

    “권력투쟁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약속 위반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7월 7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를 개최한다고 한다. 어떤 입장인가.

    “나도 내부에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 윤리위원회는 독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당원의 입장에서 판단이 나오면 거기에 따를 뿐이다.”


    “엉뚱하게 내부서 싸워서야”

    국민의힘을 두고 내홍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내부에서 권력투쟁이나 헤게모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급박하다. 이를 해결할 책임은 정부 여당이 갖고 있다. 여당이 그 일을 해야지, 엉뚱하게 내부에서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한 당청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한다고 보나.

    “책을 쓰다 보면 내가 써놓고도 오자나 탈자는 내 눈에 안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금방 보인다. 마찬가지다.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조언하고 고쳐서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당청이 협력해야 한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문재인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실패 요인이 권력 내부의 견제 기능 상실로 보는 사람이 많다.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 받지 못하면 부패하기 쉽다. 미국의 경우 선출직 권력과 임명직 권력 간에 굉장히 정교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돼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로 정교하지 않다. 갈 길이 멀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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