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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이회창의 대권도전 그랜드 디자인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이회창의 대권도전 그랜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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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인 이한구 제2정조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국부유출론 등 경제논쟁을 주도,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면서 이총재의 핵 심 정책참모로 급부상했다.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 이총재의 전적인 신임을 받으며 현안검토는 물론 틈틈이 이론적 베이스까지 교습하고 있다.

이의원은 “이총재가 기본이 탄탄한 분이라서 세부사항만 보충하면 금세 이를 소화한다”고 전제한 뒤 “과거에는 간단히 요약된 자료를 올렸 다는데 나는 자초지종을 다 갖춰 이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 원인분석, 결과 등등의 순으로 이총재에게 설명을 하고 이총재가 질문을 하면 이에 답변하는 식이라는 것. 그 과정에 유사상황도 숙지하게 돼 다시 일일이 자료를 올릴 필요 가 없다는 얘기다.

정치지도자는 경제 뿐 아니라 사회 남북문제 정치 등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이를 살아있는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북문제와 관련한 어떤 사안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상호주의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느냐, 금융시장불안과 관련,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앞으로 1년간 생길 수 있는 경제현안은 어떤 게 있나 등등.

현대사회는 복잡·다단한 만큼 정치지도자는 종합적인 시스템의 내부 연관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종합적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야 집권 후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위원장은 “근본적 문제나 특수한 분야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수·전문가들을 통해 아웃 소싱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이위원장이 연구소 계통의 소장으로 15년간 재직하면서 쌓은 광범위한 인맥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한 이 위원장은 최근의 공적자금 투입문제, 경제위기론,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도 정부·여당의 불투명 성을 적극 비판, 쟁점화하는 ‘대여공격수’ 구실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런 이위원장에 대해서 “평론가이지 실물경제 운용능력은 검증된 바 없 어서 이총재에게 탁상이론 위주의 경제관을 주입시킬 위험성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지내다 올 3월 여의도연구소장에 취임한 유승민 박사는 남북 및 경제문제 등과 관련한 중장기 정책개 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박사는 한국재벌연구와 산업조직론 분야에서 촉망받는 중견학자지만 재벌개혁에 대한 김대중정부의 정책에 비판 적 견해를 보이다가 한계에 부딪히자 지난 2월 사직했다. “잘못된 경제정책이 정치논리 때문에 선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유박사의 지론이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소는 정권교체 이후 당의 재정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바람에 일부 유능한 박사들이 떠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유박사는 이에 따라 우선 외부의 젊은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외부팀에 아웃소싱을 하는 등 맨파워의 한계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조직 중심으로 정치참모 정비

남북문제나 경제처럼 집중적 학습만으로는 보강될 수 없는 게 정치력이다. 이총재의 정치력 제고와 대국민 이미지관리 등은 핵심당직자들과 참모그룹 등 다양한 인력 풀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대선과 총선, 그리고 몇차례의 경선을 치르면서 이와 같은 전력증강은 사조직보다는 점 차 공조직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총재가 96년 신한국당에 입당할 당시만 해도 서먹서먹했던 당이 이제 명실상부한 이회창의 ‘최고 참모본부’로 변모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총재가 확고한 기반을 장악했다는 얘기다.

이총재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 이총재를 따라온 원내인사는 황우려의원이 유일하다. 97년 대권레이스가 본격화 하면서 원내에서 하순봉 서상목 백남치 의원 등이 가세, 7인방이라는 측근그룹이 형성됐다. 그러나 7인방 가운데 지금까지 측근으로 비중을 인정받고 있는 이는 하순봉의원 뿐이다. 총풍 세풍 사정과 총선 등 정치적 격동을 거치면서 폭넓고 다양한 측근그룹이 새로 형성됐다.

5·31전당대회 이후 재편된 당 지도부에는 특히 이총재의 측근들이 전면포진했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부총재 7명 중 6명, 지명직 부총재 4명 중 3명이 범 이회창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양정규 하순봉 부총재는 특히 가장 확실한 측근 중진이다. 16대총선 공천심사위원장이라는 막강한 자리를 맡았던 양부총재는 이번 총재경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맹활약했다. 양부총재는 부총재 경선 및 중하위당직 인선에 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가호위가 지나치다’는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부총재는 97년 대선 당시 이총재의 비서실장, 4·13총선 때는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공천물갈이 등 악역을 도맡아왔다.

부총재 경선에서 1위로 당선된 최병렬부총재는 이총재에게 가장 비중있는 조력자. 지난 대선 당시 선거기획을 총괄했던 최부총재는 “이총재 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총재가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97년 대선당시 이총재의 후보경선대책위본부장을 맡아 지금까지 충성심을 보여온 인물이며 목요상 정책위의장 역시 지 난 대선 때부터 이총재를 적극 지지한 친이회창 중진이다. 정창화 원내총무 역시 총무경선에서 이총재의 지원설로 논란을 일으킬 만큼 신임 을 받고 있는 처지다.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맹형규(孟亨奎)의원과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홍신의원의 몫도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이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맹의원의 기획위원장 기용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라는 이총재의 뜻에 따른 것 이다.

중하위직 인선에서 정보취합 및 분석력이 뛰어난 정형근의원을 제1정조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남북정상회담 정국에 대한 적극 대처를 위한 포석이다.

특보단 중에서는 언론인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한 이원창 홍보특보와 고흥길 섭외특보 등이 이총재의 심중을 아는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원외에서는 지난 3월 합류한 양휘부 언론특보가 이총재에게 ‘부드럽고 포용력있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애쓰고 있다. KBS 금요토론과 정책진단 등 토론프로그램 사회자로 잘 알려진 양특보는 정치부기자와 해설위원을 거친 방송전문가로서 이총재의 대중적 이미 지 개선에 적임이라는 판단에 따라 활동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밖에 원외에서는 이흥주 박신일 이성희 특보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금종래정무특보, 재야·노동운동출신의 정태윤비서실차장이 각각 나름의 비중을 갖고 주진우 비서실장과 연계 아래 이총재를 보좌하고 있다. 해외공보관장과 보스턴 총영사를 지낸 박신일 외신특보는 외신 동향을 취합·분석해 정기적으로 이총재에게 보고하고 있다.

조용한 막후참모 윤여준

이총재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사조직들은 처음에는 측근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개인조직 형태였다가 책임자의 거취를 따라 대부분 공조 직에 용해되는 길을 밟고 있다.

윤여준 전여의도연구소장이 98년 총재경선을 앞두고 이끌었던 정동팀과 총선에서 각종 전략전술을 수립했던 금종래 정무특보의 정무팀, 진 영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법률가 그룹, 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부국팀 등등이 그런 예다. 정동팀은 98년 경선을 치른 이후 사실상 해체됐고 멤버들도 각기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상태지만 윤 의원은 개별적으로 청와대와 안기부 시절 형성한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여론동향과 대 북문제에 관한 다양한 정보 및 건의를 수시로 이총재에 제공하고 있다.

윤의원은 98년 총재경선 때 이총재 팀에 합류한 뒤 지난 총선기획 및 공천에 이르기까지 이총재의 정국구상과 당 운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까닭에 공천파동 당시 탈락자들로부터 ‘원흉’으로 찍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16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한 그는 언 론계 출신으로 안기부 특보와 청와대공보수석 환경부장관 등을 거쳤다. 권부핵심에서 체득한 정치적 식견과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을 드러 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로 이총재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주요 당무나 정치현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딪힐 때면 그는 버릇처럼 발을 뺀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이라는 전제를 붙여 조심스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상대방을 설득해 나간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해 마찰을 일으키지는 않으면서도 결 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외유내강형’이다. 윤 의원은 이같은 물밑보좌 방식으로 민산재건을 추진하는 김명윤 강삼재 박종웅 등 민주계의 원들에 대한 징계조치, 공천 물갈이 등 민감하면서도 이총재의 정치적 입지와 직결된 사안들에 관해 ‘원칙에 따른 정면돌파’라는 밑그림을 그린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윤의원의 말.

“야당총재도 소권력이다. 내부에서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편파적 보고를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다수국민이 바라는 것과 바라지 않는 것을 정 직하게 살펴서 총재께 말씀드리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한다.” 윤의원이 이를 위해 특히 중시하는 것은 언론인들의 의견이다. 청와대 공보수석 때부터 기자들을 많이 만나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특정 부류의 이해관계에 휩싸이지 않고 비교적 공정성을 유지하는 기자들을 많이 만 나는 게 현실에 대해 냉철히 중심을 잡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윤의원의 얘기다.

지난 5월 광주 망월동 참배여부를 놓고 당내에서는 예비역 장군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반대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윤의원 등은 광범위하 게 여론을 들어본 결과 ‘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총재도 ‘못갈 것이 뭐 있느냐’면서 방문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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