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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경의선 복구! 2대 핵심쟁점

지뢰제거 DMZ, 인민군 남침루트가 될 것인가?

  • 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지뢰제거 DMZ, 인민군 남침루트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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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두 번째로, 지뢰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지뢰 제거 장면은 언제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캄보디아나 코소보 지역에서 들려오는 대인지뢰 희생자에 대한 소식은 지뢰 제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고 있다. 때문에 지뢰 제거에 투입되는 광개토군단 예하 공병여단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뢰제거 작업에는 금속탐지기나 탐침을 들고 지뢰를 찾는 ‘구닥다리’방식을 전혀 쓰이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은 비무장지대는 물론이고 민간인 통제구역도 대부분 지뢰밭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민간인 통제 구역 안에는 이미 지뢰가 제거된 논이 즐비하고 민간인이 사는 마을이 있다. 남방한계선(철책선) 바로 밑에까지 논이 펼쳐진 곳도 많다. 이러한 마을과 논에서는 경운기는 물론이고 콤바인·트랙터 등 무거운 농기계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에 복원되는 경의선과 새로 닦는 신국도 1호선 사이에도 ‘통일촌’이라는 마을이 있고 지뢰 안전지대인 논이 펼쳐져 있다.

광개토군단 공병여단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서 경의선 4.1㎞와 신국도 1호선 5.1㎞를 공사하는데, 이중 상당지역은 이미 지뢰가 제거된 안전지대다. 지뢰밭은 잡초지나 수목지역, 늪지역 등 농경지가 아닌 일부 지역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대부분 지뢰를 매설할 때 지뢰의 종류와 개수·지점 등을 표시한 매설 지도가 남아 있어, 어렵지 않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전 전후에 미군 헬기가 무지막지하게 지뢰를 뿌렸다는 것은 잘못된 소문일 수 있다. 헬기에서 지뢰를 뿌리면 낙하시의 충격 때문에 터져버린다. 하늘에서 떨어뜨려도 터지지 않는 것이 살포식 지뢰인데, 살포식 지뢰는 1950년대엔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뢰 매설 지도가 없는 일부 미확인 구간만 주의하면 지뢰 제거 공사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국민들은 6·25 전쟁 때 계곡에 매설된 지뢰들이 50년 동안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흙에 덮여 더욱 깊이 묻혔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경의선 지역은 비산비야의 야트막한 구릉지대라 국민들이 상상하는 것 같은 깊숙한 골짜기가 없다. 깊숙한 계곡은 산악 지대인 동부전선에 많은데, 산악지대엔 지뢰보다는 크레모어로 주로 방어전을 펼친다(지뢰를 많이 매설하지 않는다).

6단계로 지뢰 제거



경의선 복구를 위한 지뢰 제거가 발표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미클릭’이나 K-1 지뢰제거 롤러 등 지뢰지대 개척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미클릭(MICLIC)은 ‘지뢰 제거 선형(線形) 폭약’이란 뜻을 가진 영문 Mine Clearing Line Charger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100m쯤 되는 긴 줄에 폭약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들어 있다. 이 화약(선형 폭약)을 로켓에 넣어 발사하면 로켓에서부터 전방 100m 지점까지 일자로 ‘줄줄이 폭약’이 놓이게 된다. 로켓을 안전지대로 옮기고, 이 폭약을 폭파시키면 좌우 7m씩 도합 14m 지역에 있는 지뢰 95% 이상이 파괴된다.

미클릭은 짧은 시간에 상당히 넓은 지역의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만, 수목이 울창한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수목 지대에서 발사하면 미클릭이 나뭇가지에 걸려 지뢰가 아니라 나뭇가지가 폭파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한 것이 K-1 지뢰제거 롤러(roller)다. K-1 지뢰제거 롤러는 한국형 K-1 전차의 양쪽 무한궤도 앞에 800㎏짜리 롤러를 다섯 개씩, 도합 열 개를 붙인 장비다. 이 롤러를 붙이고 K-1 전차가 전진하면, 롤러 무게에 눌려 땅 속에 있던 지뢰가 터져버린다. 이 롤러는 특수하게 만들었으므로 대인지뢰는 아무리 밟아도 깨지지 않고, 대전차지뢰는 다섯 발 이상 밟아야 깨지게 된다. 따라서 평지에서는 미클릭을 터뜨리고, 수목지대에서는 K-1 지뢰제거 롤러를 밀고 다니면 대부분의 지뢰를 제거할 수가 있다.

그러나 광개토군단 산하 1공병여단(여단장 朴炳熙대령)은 미클릭과 K-1 지뢰제거 롤러보다 훨씬 더 안전한 지뢰 제거 방법을 제시했다. 1공병여단 병사들은 방탄조끼를 입고 1㎝ 두께의 철판으로 만든 엄폐호 안에서 여섯 단계로 작업을 진행한다. 제1단계는 병사가 엄폐호에 숨어 엄폐호에 뚫린 구멍으로 길이 14m쯤 되는 나무막대를 지뢰지대로 집어 넣는 것이다. 나무막대는 충격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막대에 밀려 지뢰가 폭발해도 병사들은 적은 충격을 받는다. 나무막대가 풀과 수목 그리고 돌이 뒤섞인 지뢰지대를 뚫고 들어가 무사히 ‘길’을 내주면, 이를 빼내고 나무막대와 같은 굵기의 PVC 통을 집어 넣는다.

PVC 통 안에는 다이너마이트가 들어있는데, 철제 엄폐호에 있던 병사들을 대피시키고 이 통을 폭파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작업은, 로켓 대신 PVC통으로 미클릭을 지뢰지대로 밀어넣는 것과 같다. 육군의 실험 결과 PVC통 폭발만으로도 대전차지뢰는 100%, 대인지뢰도 거의 대부분 파괴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2단계는 콤프레서를 이용해 PVC 통을 폭발시킨 지대로 ‘고압 공기’를 발사해 흙먼지 속에 파묻힌 지뢰가 있는지 찾아본다. 이어 고압 살수차로 ‘물대포’를 쏴서 미수거 지뢰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지뢰가 발견되면 병사는 유압 크레인이 들어주는 방탄 버켓(bucket·물통이라는 뜻인데, 흔히 말하는 ‘바께스’의 원단어가 이것이다)을 타고 들어가 수거하거나, 폭약을 장전해 폭발시킨다(병사는 전혀 땅을 밟지 않는다).

3단계는 수목 제거로, 병사가 유압크레인이 들어준 버켓을 타고 PVC통 폭파 지역에 들어가 절단된 수목에 로프를 걸어주면 M9 ACE 전투도저(불도저와 같다)가 로프를 당겨 수목을 안전지대로 끌어낸다. 이어 4단계에서는 1㎝ 두께 철판으로 운전석을 보호한 굴삭기(포크레인)가 톱니처럼 생긴 버켓(흙을 퍼담는 부분)의 발톱으로 PVC통 폭파지역의 흙을 긁어 지뢰가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본다. 굴삭기 버켓의 발톱 길이는 20㎝이므로 지표에서 20㎝까지를 뒤질 수 있는 것이다.

5단계는 M9 ACE 전투도저로 땅을 30∼50㎝ 깊이로 밀며, 또 한번 숨은 지뢰를 찾는 것이다. 1공병여단 관계자는 이 다섯 단계를 거치면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는 거의 100% 제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단계에서는 공군 EOD팀(폭발물 탐지반)과 폭발물 탐지견이 PVC통 폭파지역에 들어가 폭발물이 있는지 다시 한번 탐지한다. 공군 EOD 장비는 지하 5m에 있는 쇠붙이까지 탐지하므로, 이 과정에 지뢰는 물론이고 땅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불발 항공 폭탄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지뢰 제거가 끝나면 5개 대대로 구성된 육군 건설단이 지뢰가 전혀 없는 흙을 싣고와 지표에서부터 5m 높이로 쌓은 후 침목과 레일을 깔아 경의선을 복구하고, 아스팔트를 깔아 신국도 1호선을 닦는 것이다.

정중민 광개토군단장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서의 지뢰제거는 북측의 지뢰 제거 속도에 맞춰 진행한다. 북한은 공사를 하지 않는데 우리 측에서만 공사를 밀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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