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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푸틴에게 항모·수호이27·디젤잠수함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김정일 방러단 선발대가 말하는 북·러 비밀거래 내막

  • 글: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i@donga.com

김정일, 푸틴에게 항모·수호이27·디젤잠수함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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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5개 사항 요구

김위원장은 8월2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미 국내외 언론보도에도 나왔듯이 회담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북한 미사일 발사 유보에 대해서도 김위원장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양국 정상은 모스크바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회담 직후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북한은 ‘러시아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수립 과정에서 거론되었던 내용이다. 철도연결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김정일 방러단 선발대를 만난 앞서의 인사는 회담이 이렇게 된 것은 “푸틴의 성급한 철도연결 제안과 김정일의 과도한 무기제공 요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위원장을 만나자마자,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철도를 연결하자”는 말부터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극동개발 대책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철도연결이 내가 김위원장을 이곳으로 초청한 이유”라며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다. 중국보다 좋은 조건으로 사업을 따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 김정일 방러단 선발대가 러시아에 들어오던 8월10일 무렵만 해도 양국 정상회담은 확정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러시아 국내 사정 때문에 푸틴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당시에는 우세했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은 지난해처럼 국빈 방문이 아니라 비공식 방문이었다. 러시아쪽 초청자도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콘스탄틴 폴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전권대표였다. 따라서 푸틴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온 것은 상당히 무리한 행보였다.



푸틴이 목을 맬 정도로 대륙철도와 한반도철도(TKR)를 잇는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중국으로 연결하는 노선은 경의선과 중국횡단철도(TCR)를 잇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에 연결하는 방안이다. 이 노선을 따를 경우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丹東)을 연결하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자우랄리예를 거쳐 모스크바에 이른다. TSR을 통해 극동과 시베리아를 개발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이럴 경우 실익이 거의 없다. 러시아는 어떻든 한반도 철도를 두만강 건너 러시아의 하산역으로 이어서 극동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노선을 관철해야 한다.

김위원장이 러시아의 이런 이해관계를 놓칠 리 없다. 김정일 방러단 선발대는 러시아측의 이런 속내를 파악하고 김위원장에게 “좀 무리하게 요구해도 먹힐 것 같다”는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발대 보고서를 토대로 김위원장은 푸틴에게 다섯 가지 요구 사안을 내놓았다. 첫째는 러시아 극동 함대의 잠수함 기지가 있는 볼쇼이 카멘항에 정박중인 퇴역 항공모함(민스크급, 5만t)을 달라는 것이었다. 핵추진시설 등 핵심 시설은 떼내고 껍데기라도 제공하라는 요구였다. 또다른 요구사안은 △디젤 잠수함 4척 △수호이 27 전투기 1개 편대(4대) △SS미사일(500km미만) 공동생산(극동지역의 생산공장에 북한 기술자를 파견하여 기술을 제휴하고 공동 생산) △러시아제 전투헬기 제공 등이었다.

조금은 터무니없는 김위원장의 요구에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 무력을 계속 증강하겠다는 말이냐?”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담은 철도연결 등 기존에 진행되던 사안을 빼고는 합의내용이 없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 직후 내놓은 발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는 “양측은 그동안 여러 수준에서 다양한 논의를 해왔으며 이번에 사업의 여러 부분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했다”는 수준으로만 언급했다. 정상회담 직전 그가 “철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며 강한 의욕을 보인 점에 견주면 회담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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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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