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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정신분석학으로 본 정몽헌 회장 자살

현실도피, 복수심, 과도한 책임감

  • 글: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letter913@yahoo.co.kr

정신분석학으로 본 정몽헌 회장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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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닝거는 이런 3단계 심리가 갑자기 발동해 자살을 실행하는 현상을 급성자살(acute suicide)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면 만성자살(chronic suicide)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메닝거는 만성자살 현상의 예로 알코올 중독증(alcoholism)을 들고 있다. 이 경우 술이 여러 모로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서서히 죽여간다는 것이다. 만성자살은 알코올 중독증 이외에도 고혈압 걸리기, 비만증 되기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메닝거의 이론에는 급성자살과 만성자살 이외에 신체의 일부분을 죽이는 ‘부분자살’도 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두통이나, 검사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사지가 마비되거나, 갑자기 사물이 보이지 않는 현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살에 관한 세 번째 학설은,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E. 뒤르켐(Emile Durkheim)이 주장한 사회환경설을 들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사회가 갑자기 변하고 전통적 가치는 무너졌는데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지 않는 경우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는 곤경에 빠졌을 때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 무규범(無規範), 즉 아노미(anomie)의 자살이라고 했다.

이는 어찌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잘살아보세’ ‘가난의 한을 풀어보세’ 하고 열심히 일하던 ‘근대화운동’과 그 과정에 인권과 자유가 침해되었다면서 열화와 같이 일어난 ‘민주화운동’에 이어 우리가 북한보다 좀 잘살게 되었다고 우쭐대면서 ‘북한어린이 돕기’ ‘분유 보내기’ ‘국수공장 지어주기’ “김정일도 민족주의자다” 하면서 북한을 지원하는 이른바 ‘남북평화운동’이 진행되면서 상당수 한국인은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울증과 깨달음

뒤르켐은 ‘아노미적 자살’말고도 자기가 속한 동지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충성하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순교자적 자살’이라 명명했다. 이런 와중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고 죽음을 택하는 것은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de)’로 분류했다.

뒤르켐 주장의 핵심은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환경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1000만명 이상이 접속한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살사이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인간이 자살하는가에 대한 네 번째 학설은 유전설이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작가 E.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노벨상문학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와 영예를 누렸지만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가계를 조사했던 바 4대에 걸쳐 5명이 자살로써 삶을 마감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정몽헌씨 일가도 평탄치는 않다. 그의 큰형(몽필)은 사고사를 당했고 바로 위 형(몽우)은 자살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자살에 대한 다섯 번째 학설은 이른바 대뇌생리학설(大腦生理學說)이다. 이것은 간단히 말하면 대뇌의 신진대사에 필요한 세로토닌(serotonin)이란 물질이 일정량 있어야 생기가 돌고 살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이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기고 살맛을 잃게 되며 때로는 자살을 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실험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오늘날 세계의 제약회사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우울제(antidepressant)를 제조하여 공급하고 있고 이 약물은 전세계의 정신과 진료실에서 애용되고 있다.

이때 물론 전문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쓰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자살도 예방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약물만으로 처방하는 경우 그 효과는 지속성이 없고, 약이 떨어지면 더 큰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약물을 이용해 자살충동을 억제하는 것 외에 그의 삶의 자세인 인생관을 바꾸어주는 ‘깨달음’의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 행복이나 마음의 안정, 참다운 기쁨은 약물이나 돈이나 물질 또는 권력만으로 얻을 수 없고, 각 개인이 가진 높은 정신적 가치와 깨달음, 그리고 자신의 태어남의 의미를 꿰뚫어보는 새로운 삶의 자세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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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letter91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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