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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언론과의 싸움’보다 ‘국정 해결’이 시급하다

노무현 대통령 언론관에 대한 苦言

  • 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siuk_nam@yahoo.com

‘언론과의 싸움’보다 ‘국정 해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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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장 향응사건에서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노대통령이 그의 비위사실에 대한 처리는 제쳐놓고 양실장이 향응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이른바 ‘몰카’ 조사를 더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누군가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양실장을 음해해 청와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려다 문제의 우선순위를 혼동해 양실장을 감싸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검찰 조사 결과 이 ‘몰카’는 양실장 주변 인물 간의 알력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써 ‘정치적 음모’ 때문이라고 의심했던 노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세상 물정에 얼마나 어두운가를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이 사건에서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양실장의 향응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매체는 노대통령이 타깃으로 삼는 ‘동아’ ‘조선’ ‘중앙’의 3대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보다 더 상세한 내용을 최초 보도한 중앙지는 ‘한국일보’였고, 같은 날 저녁 8시뉴스에서 문제의 비디오를 특종 방영한 방송은 SBS였다.

노대통령은 3대지를 제외한 다른 언론매체도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정부를 비판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정부 비판은 모든 언론의 보편적인 속성이다. 지난 4월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자실 폐쇄와 브리핑제 도입, 그리고 공무원의 기자접촉 보고 의무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홍보방안을 마련해 물의를 일으켰을 때, 평소 노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매체들도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나왔었다.



어느 인터넷신문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솔직하게도(?) ‘왜 우군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나. 지금이 언론과 맞서 힘을 소진할 때인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가 ‘국정브리핑’이라고 하는 새로운 인터넷신문을 만들기로 결정하자, 평소 친노(親盧)적인 입장을 보이던 언론마저도 사설에서 “이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盧의 부정적 언론관

3대지에 대한 노대통령의 부정적인 언론관은 상당히 뿌리깊다. 지난 8월3일 2차 국정토론회에서 그는 “5공 때 문귀동(文貴童) 성추행사건 당시부터 언론에 대한 불신이 내 마음속에 싹터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검찰이 ‘운동권 세력이 성(性)을 혁명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발표하자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인용보도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개탄했다.

언론매체는 수사기관의 발표를 기사화할 때 그 진실성을 검증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예컨대 피의자나 변호인의 반박을 함께 실어주는 것이 그것이다. 문귀동 사건 때 언론이 검찰 발표만 기사화하고 반대편에 있는 피해자(권모양)의 주장을 실으려 노력하지 않아 국민의 불신을 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5공을 겪은 모든 사람이 언론을 불신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노대통령의 부정적인 언론관은 개인적인 피해의식에다 과거 자신과 관련된 기사로 언론과 소송을 치러 승소한 경험, 그리고 일부 대신문들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자신감이 복합되어 형성된 것이리라.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19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나름대로 서민을 위해 활동했는데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해 12월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그는 현지의 노동자 집회에 참석해 “울산은 노동자가 많이 사는 곳이니까 노동자 대표를 뽑아주시고, 저는 또 다른 어느 곳에 가면 당선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그런데 일부 대신문들이 이 대목을 “나는 어디 가든지 당선된다. 나 같은 사람 20명만 있으면 국회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해 자신을 ‘교만한 정치인’의 표본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참다못해 기자실을 찾아가 해명하고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언론은 성명 가운데 과격하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만 인용해 그를 더욱 오만한 사람으로 만들고 사설까지 써서 그를 ‘지근지근’ 밟았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보도가 아니라, 정치인이 노동자의 집회를 찾아다니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정치인의 가치관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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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siuk_na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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