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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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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빚어진 여야대립이 날이 갈수록 심각한 국민분열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노무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간에 8·15해방 직후를 방불케 하는 대립이 빚어질까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 4·15총선이 탄핵과 맞물려 사생결단식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여 적잖은 우려감을 자아낸다.

이러한 국민분열 사태를 막는 길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탄핵소추에 관해 누구든 찬반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적어도 법률상으로는 국회의 이번 탄핵소추 가결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정부감독권한 테두리 안에서 행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의 쿠데타”라느니,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어찌 국회가 내쫓으려하느냐”는 식의 선동적 구호는 대의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며 국민을 오도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탄핵소추는 노 대통령이 4·15총선에 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선거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다짐만 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참으로 허망한 사건이다.

그런 허망한 일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 소추로 이어진 점, 그리고 탄핵소추 주동세력이 바로 노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이라는 점은 헌재의 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그로서는 대단한 정치적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탄핵 사유가 된 선거 관련 문제는 직접적인 계기일 뿐,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지난 1년간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과 경솔한 언행에 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탄핵 반대시위는 민주사회에서 허용되는 의사표현의 범위를 넘어 헌재의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부 시민단체에서 공언하듯 헌재에서 탄핵 기각결정이 내릴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다중의 힘을 빌린 압력행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중학교 2학년생이 같은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탄핵소추 규탄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가한 것은, 2002년 미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때의 촛불시위를 재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의 당사자인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결의 직후 “법적 판단과 국민 판단이 남아 있는데 두 판단에 기대를 걸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국민 판단’에 기대 걸겠다는 그의 자세는 탄핵반대 시위의 격화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런데 문제는 노무현 지지세력의 시위가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反)노세력도 시위를 벌여 노 대통령의 하야운동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두 세력간의 대립이 국론을 양분시키고 폭력사태를 부를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 하나 걱정되는 점은 친정부적 언론매체의 노골적인 편파보도다. 이들의 보도태도는 단순한 편향보도 차원을 넘어 탄핵소추 반대를 감정적으로 선동하고, 나아가 헌재의 심판에 압력을 가하려는 캠페인으로 보인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탄핵소추 가결 직후 이를 ‘쿠데타’라고 규정한 성명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 성명은 “탄핵소추결의는 총성 없는 반민주 수구야당의 쿠데타이며, 노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대안 언론인들은 오늘 단행된 수구야당의 국민에 대한 쿠데타를 하나도 빠짐없이 역사에 기록하고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돕는 일로 대안언론의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총선에 대해 편파보도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재판하는 데 방해가 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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