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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주심 주선회 재판관 묘한 발언

“17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이 바뀐다면…”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탄핵심판 주심 주선회 재판관 묘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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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년에 1000여건을 처리한다. 그런데 ‘헌법소원 심판청구’ 등 일반적인 헌재 심판의 경우 심리 도중 청구인이 청구를 철회함으로써 심판이 취하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탄핵심판도 철회될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안의 청구인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되어 있다. 우선 ‘현 청구인인 김기춘 법사위원장(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이 되지 못할 경우에도 청구인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헌재측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될 경우, 그가 바뀐 청구인이 되어 탄핵심판청구 철회를 요청하면 헌재는 받아들이겠는가”라는 질문을 이어서 던져봤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은 선례가 없다. 난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헌재 관계자는 “주선회 주심에게 17대 국회 들어서 국회 법사위원장이 바뀌는 상황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주심은 “그때가 되어봐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일”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17대 국회는 6월1일 개원 직후 의장선출 및 상임위 구성에 들어간다. 헌재 관계자는 “향후 증거 채부(採否), 변론종결, 평의, 결정문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5월 말쯤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결될 수도 있지만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밀이 지켜질까

통상적인 헌법재판소 절차에 따른다면 ‘법정’에 해당되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여부가 공표된다. 9인 재판관 중 6인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파면되나 그렇지 않을 경우 탄핵안은 기각된다. 이 자리에서 헌재의 최종 선고와 그 사유를 담은 결정문이 공식적으로 나온다. 결정문엔 찬성 이유와 반대 이유가 각각 들어간다.



그러나 대심판정에서의 공표 이전에 재판관들은 대통령 탄핵 여부를 이미 결정해놓은 상태다. 여기서 탄핵 심판의 또 다른 변수인 ‘시차’ 문제가 발생한다. 통상 헌법재판소는 9인 재판관의 마지막 평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평의는 격주로 목요일에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다. 한편 대심판정의 선고일은 매월 마지막 목요일이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해놓고도 선고까지 길게는 수 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재판관들은 선고 이유를 담은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1995년 11월 발생한 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검찰의 5·18 관련 피의자 불기소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평의에서 “5·18 관련 피의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결정문 내용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접한 청구인들이 청구를 취소해버렸고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취하됐다. 심판결과가 외부에 새나가면서 최종 결정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여건 변화로 헌재 스스로 그 결정을 번복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측은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여부를 최종 결정한 날로부터 실제 선고일까지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 “청와대, 정부, 국회, 법조 및 각계의 관심이 워낙 높고 언론의 취재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밀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고 전 헌재 결정이 유출될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이 일지는 예측불허다. 헌재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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