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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설계권 넘겨주고 2사단용 시설까지 지어준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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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하늘에서 내려다본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용산기지 대체시설 설계의 기본원칙은 ‘기능 중심’이다. 구시설의 특정건물이 담당하는 기능을 새 건물에서도 그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지난해 진행된 협상과정에서 별 무리 없이 유지돼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4차 미래동맹회의 당시 미국측이 제시한 초안에도 ‘기능 중심’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지은 지 수십 년이 된 용산기지의 개별 건물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새 기지에서 그대로 감당하려면, 건물의 수나 규모가 훨씬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용산기지는 그 규모가 작아 편법으로 건물이나 시설을 ‘우겨 넣었던’ 측면이 있었다. 쉽게 말해 불편해도 그냥 참고 살았던 것이다. ‘기능 중심’ 원칙에 따르면 새 기지에는 그러한 ‘편법’ 부분이 충분히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에 맞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결국 시설규모나 건물의 수가 용산에 비해 늘어날 것이다. 독일이 택한 ‘반사 규칙’과는 판이한 결과다.

【새 숙소, 무상으로 지어줘야 하나】

설계 원칙을 둘러싼 논란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른바 ‘숙소 추가건설’ 문제다. 지난 3월22일 ‘한겨레’는 ‘미국 쪽이 주한미군용 주택 1200채를 새 기지 터에 무상으로 지어줄 것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으며, 이 문제가 7차 미래동맹회의가 결렬된 요인의 하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1200채는 현재 용산 일대의 미군주택 수. 용산기지 안에 미군이 지은 320여채와 주택공사가 지어 임대한 400여채,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미군이 임차해 사용하는 400여채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문제는 미군이 용산기지가 비좁아 영외에서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주택까지 새 시설에서는 모두 새로 지어 무상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능 중심’ 이론으로 생각해본다면 미국측의 이러한 요구를 근거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원칙에선 미군이 지은 320여채는 무상제공하고 나머지 임대주택 880여채는 한국정부가 지어 임대하는 방안 정도가 최고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사 규칙’이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용산기지 안에 있는 320채만 그대로 지어주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주택들은 모두 미군의 ‘삶의 질’ 규정에 맞게 건축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영관장교는 몇 평짜리 단독주택, 하사관은 몇 평짜리 아파트, 편의시설은 대략 한 블록에 한 개 등의 원칙에 맞게 단지와 주택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용산기지 안에서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주택들은 이러한 규정에 상당부분 미달하는 상태다. ‘반사 규칙’에 따르면 이 상태대로 신규주택단지를 건설해주면 되지만, ‘기능 중심’ 이론에 따르면 모두 ‘삶의 질’ 규정에 맞게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단적으로 지난해 이후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근무 자원장교를 모집하면서 “그간에는 영관급 이상 장교만이 가족을 데리고 부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부사관에게도 가족거주시설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기준에 맞추자면 새 기지에 지어야 할 주택은 기존의 1200채를 두 배 이상 능가하는 규모다.

【새 기지의 2사단 사용분은 누가 부담하나】

그동안 정부는 “‘이전을 먼저 요구한 측에서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은 독일과 일본의 전례에 따른 것이므로 변경하기 어렵다”고 설명해왔다. 독일 시민단체측 자료에 따르면, 라인마인기지 대체시설의 경우 일부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는 했지만 ‘독일측 부담’이 큰 원칙이었음은 사실에 부합한다. 일본 관동계획이나 후텐마기지 이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있다. 오산·평택의 새 기지에는 용산기지만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원칙에 따르면 의정부에 있는 주한미군 2사단의 이전비용은 ‘전세계적인 미군 재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이전을 결정한 미국측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누차에 걸쳐 “용산은 우리가, 2사단은 미국이 이전비용을부담한다”고 설명해 왔다. 주목할 것은 2006년 무렵까지 용산기지가 오산·평택의 새 기지로 이전을 마치고 나면 2010년 무렵까지 2사단이 이 새 기지로 통합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국정부가 지어준 시설에 2사단이 덧붙는 형식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계획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한국측이 지어준 용산기지 대체시설의 상당량은 2사단이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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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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