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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되풀이되는 ‘不姙회동’ 의원들은 중구난방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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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8월말 전남 구례에서 2박3일 동안 진행된 의원 연찬회에 출발하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택수, 박종근 의원 등 영남 중진이 “왜 호남에서 연찬회를 하느냐” “우리가 싫다는 데 억지로 갈 필요가 있느냐”며 김 대표의 결정에 반대한 것도 그의 고향에 대한, 딱히 설명하기 힘든 적대감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구가 지역구인 한 의원의 고백.

“대선에서 두 번 지면서 호남과 충청권을 잡지 않고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 수도 이전에 대해 아직도 당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도 충청권의 파괴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은 좀 다르다. 우리가 무엇을 한들 호남이 마음을 돌릴 수 있겠느냐는 일종의 패배주의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호남 출신인 DR이 당 전면에 나서는 것을 아직까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가 오랫동안 정치를 했지만 YS(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에는 늘 비주류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치고 올라온 것도 좀 그렇고….”

이런 인식이 영남권 저변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8월28일 전남 구례 연찬회장인 농협수련원에 도착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 앞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을 보고 자기네 뜻을 더 굳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호남의 거목 김덕룡 선생 만세!”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직 공개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적은 없다. YS의 공보비서 등을 오래 해서인지 좀처럼 자기 생각을 노출하지 않는 게 김 대표의 스타일이다.

천·신·정 중 유일한 당내 생존자

천 대표의 원내대표 임기는 내년 5월 초까지. 천 대표가 대과(大過) 없이 원내대표직을 마칠 경우 일단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3인방 중 자신에 맡겨진 당직을 완수한 유일한 인물이 된다.

이에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총선 당시 ‘노인 폄훼 발언’으로 총선 직후 당 의장을 그만뒀고, 신기남 의원은 부친의 일제 치하 헌병 복무와 관련된 거짓말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이럴 경우 천 대표는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차지해 재도약을 위한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내 또 다른 세력인 유시민 의원 등 국민개혁정당 계열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주로 상대하는 원내대표와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야 하는 당 의장(대표)과는 그 위상과 요구되는 능력 및 자질이 다른 만큼 천 대표가 원내대표 이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또 향후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에 비해 김 대표는 향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이제 와서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나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할 수 있게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유력 대선 후보군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07년에 킹 메이커를 자임하거나 향후 당권을 노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당내 ‘반(反)김덕룡’ 세력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김 대표의 ‘원내대표 이후’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표측에서도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투명한 DR의 미래

현재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전략적 제휴 관계, 다시 말해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와 김 대표의 개혁적 중진 이미지를 결합해야 일단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뭉친 사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의 한 측근은 기자와 만나 김 대표에 대해 이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사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표 체제가 아니라면 그리 쉽게 원내대표직을 맡을 수 있었겠느냐. 그런데도 여권의 정수장학회 의혹 제기 등의 과정에 김 대표가 박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표와 제휴는 하면서도 유신체제 등 박 대표가 갖고 있는 ‘원초적 그늘’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것 아니냐.”

다시 말해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김 대표가 예기치 못한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고, 박 대표의 대응도 그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대표의 미래도 박 대표와의 관계 및 영남 보수성향 의원간의 관계설정 등에 따라 언제든지 안개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0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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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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