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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외신 ‘융단폭격’에 상처입은 대한민국의 ‘입’

부처간 엇박자, 국가홍보 전략 부재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외신 ‘융단폭격’에 상처입은 대한민국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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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융단폭격’에 상처입은 대한민국의 ‘입’

10월7일, 국회 문광위 국정홍보처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이 국정홍보처의 방송광고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위기관리 방식을 둘러싸고 “국내 언론엔 강하게 대응하면서 해외 언론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10월21일 국정홍보처 확인감사에서 “국정홍보처가 통상적인 국가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외신 규모만 해도 80개 매체가 넘는데, 자이툰 부대의 안전을 위해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은 17개 매체에 불과하다. 자이툰 부대의 안전이 오직 보도 자제에 달린 듯 국내 언론은 통제하면서 외신은 대충 처리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통령홍보수석실의 국내언론팀과 해외언론팀에 배치된 인력의 차이도 따져볼 만하다. 안영배 국내언론비서관이 7명의 행정관을 이끌고 있는 데 비해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은 3명의 행정관과 외신 대응을 논의한다. 이에 대해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국내 언론이 대통령 관련 보도를 훨씬 빈번하게 내보내고 있다. 수요를 고려할 때 해외언론팀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노 정부의 기록적인 언론중재신청 건수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올해 8월까지 1년6개월간 대통령을 비롯, 정부가 국내 언론에 제기한 언론중재신청 건수는 모두 308건. 이는 김영삼 정부 5년간 27건, 김대중 정부 5년간 118건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한편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해외 언론의 왜곡·추측 보도는 11개국 22매체 32회에 달했고, 올해엔 8월까지 4개국 9매체 10회에 이르렀다.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은 “일련의 외신 오보에 침묵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오보가 날 경우 정정·반박문 게재 요청, 항의 서한 발송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고 항변한다. 가령 지난 10월 말 ‘평양의 더러운 일 해주기’라는 사설로 한국 정부의 개혁입법안을 비판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월4일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요구한 반박문을 가감 없이 게재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홍보원의 이와 같은 적극적 대응이 다른 위기 상황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하는 외신 기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홍보 마인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손지애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CNN 서울지국장)은 노무현 정부가 ‘브리핑 제도’를 도입, 내외신 기자를 차별하지 않는 정책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취재 환경은 김대중 정부 시절보다 오히려 나빠졌다고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상 적극적으로 외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국가운영 철학을 진솔하게 털어놨어요. 외신을 적극적으로 이용,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거죠. 그의 열린 태도와 국제적 감각은 기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그런데 노무현 정부엔 외신을 대하는 특별한 철학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현재 몇몇 국내 언론과 사이가 나쁘다 보니, 이른바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해외 언론도 가까이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듯해요. 게다가 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외신과 인터뷰 한번 갖지 않았죠. 자주 만나며 이야기해야 서로 이해하게 될 텐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 ‘홍보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외신 보도를 통해 국제사회에 민주화 투사로 알려진 만큼, 외신과의 관계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특히 1998년 외환위기로 경제난에 빠진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은 1~2주일에 한 번씩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투자 유치를 호소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 베트남 등지를 해외 순방하면서 현지 언론과 구체적 목적을 갖고 몇 차례 인터뷰한 것이 전부다.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외신 내 편 만들기 전략’을 국익 차원에서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어 외신 기자와 친해지기 쉬웠다. 또한 극한의 경제 위기에서 외신과의 적극적인 인터뷰는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각 부처에 외신 담당 부대변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에 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 각 부처에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신 담당 부대변인이 배치됐다. 특히 기자가 많이 몰리는 재정경제부는 영어 실력과 브리핑 능력을 두루 겸비한 이들이 눈부시게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를 제외한 모든 부처에서 외신 부대변인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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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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