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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최악의 상황’ 염려한 절박한 선택 vs ‘최악의 상황’ 부를 수 있는 미숙한 개념

  • 진행·정리: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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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전제가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균형자론은 그 뉘앙스가 중국과 일본이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는 듯한데,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부문이 해운사업입니다. 중국이 대량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본 거죠. 그래서 일본 기업 가운데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손잡아야 먹고사는 것 아니냐,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리가 중일 패권경쟁 속에 있는지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해요.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고 와서는 안 될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결정의 순간은 분명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정재호 : 동북아 균형자라는 개념이 현재의 상황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겠죠. 그러나 미래 지향에 관한 것임을 감안하면 공감할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10년, 20년 후를 생각할 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에 화두를 던지는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합의해두지 않으면 20년 뒤 국가생존이 불투명하다는 긴박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저도 중일간 혹은 미중간 패권경쟁과 관련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는 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한국 외교는 대개 낙관론에 근거해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으니까요. 경제관계, 교역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은 이제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됐죠. 만약 미중관계가 갈등과 대립으로 향할 경우 예전처럼 간단히 ‘한미동맹’이라는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지, 250억달러가 넘는 대중투자와 총 무역흑자의 80%가 넘는 대중국 교역을 일거에 포기할 수 있는지, 이런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우상 : 중국과 일본의 경쟁구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균형자론 구상이 나왔다는 말에는 100% 동감합니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이 중국의 성장에 대해 느끼는 불안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큽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그걸 공식적인 형태로 발표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미국은 대(對)중국 봉쇄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도 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이 중국을 무조건 없애버리거나 냉전구도를 만들어 이기겠다는 생각은 아니잖습니까. 중국이 아직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가치관에서 다른 부분이 많으니까 불안해하는 거죠. 대만 문제도 있고요. 중국의 패권화를 경계하는 의미에서 여러 정책을 눈에 확 띄지 않게,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화해와 협력관계로 나아가려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모두 대비책을 세우는 거죠. 이 상황에서 한국이 미일간 경쟁이나 미중간 대립을 공식화해버리고 동북아 균형자 같은 카드를 꺼내면 오히려 그러한 경향에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오해를 살 여지도 있고요.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최악의 상황’ 대비한 고민 있어야

사회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 봉쇄정책과 관련해 한국에 가장 민감한 주제가 아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문제가 갖는 의미, 중국이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등에 대해 분석해주시지요.

정재호 : 먼저 균형자 발언이 중일간 패권경쟁에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김 교수님 말씀은 우리에게 균형자적 ‘소질’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흥미롭습니다(웃음). 저는 한미동맹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군의 동북아 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한미군·주일미군의 개념보다는 주한기지·주일기지의 개념이 존재할 뿐이지요. 이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한국이 대만해협 문제에 연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이 상하이엑스포나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대만의 독립성향에 대해 유연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최근 반국가분열법을 만들어 ‘이러이러한 경우에는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대만이 2006년 개헌, 2007년 독립선언 시나리오로 나아간다면, 또 그 시점이 중국이 수륙양용 작전능력을 갖추는 시점과 일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미사일 발사 수준을 넘어서는 ‘국지전적’ 군사대립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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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정리: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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