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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변호인 안동일 변호사가 털어놓은 ‘대통령의 사생활’

“궁정동 안가 불려간 여성 200명 넘었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김재규 변호인 안동일 변호사가 털어놓은 ‘대통령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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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에서 김재규의 제지로 입을 다물었던 박선호는 1980년 1월23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대통령의 여자 문제에 대해 진술할 경우 일류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고인을 욕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이므로 진술을 피한다”고 진술했다. 그의 진술을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정희의 은밀한 사생활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박선호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도 박정희의 여자 문제를 잠깐 언급했어요. 전날 공판에서 ‘그 집(궁정동)이 사람 죽이는 집이냐’는 검찰관의 신문에 열 받은 박선호가 박정희의 여자 이야기를 하려고 작심했는지 언성을 높였어요. ‘(궁정동을 다녀간 여배우들의) 명단을 밝히면 시끄러워지고 궁정동 안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히면 세상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진술하자 재판부가 다급히 ‘범죄사실에 관해서만 말하라’고 제지했죠.

김재규는 ‘박선호가 법정에서 한 증언이 죄다 사실’이라고 합디다. 당시 웬만한 연예인은 다 대통령에게 불려갔다는 거예요.”

화제를 돌렸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안 변호사는 “약간의 허구가 가미되긴 했지만 대체로 사실에 근접한 영화”라고 했다.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 살해사건에 가담하거나 휘말려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배우 윤여정과 한석규(박선호 역)의 대화로 시작된다. 다음은 유명 탤런트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윤여정의 대사다.

“새벽에 언뜻 깨보니 (대통령이) 자기 몸을 쓰다듬고 계시더래요. ‘곱다. 정말 곱다’ 이러시면서. 한없이 계속. 온몸을. 글쎄 쟤(딸)가 배시시 웃으니까 그때서야 멋쩍게 옷을 주섬주섬 챙기시는데. 아, 지(딸)가 그냥 자빠져 있을 수 있겠어요. 어르신(대통령) 옷 먼저 입으시라고 쟤는 벗은 채로 수발을 들었대요. 벗은 채로. 그러다가 결국 어르신이 쟤를 한번 다시 품어주시고. 그 어른 참 대단하세요. 예~에. 그 연세에! 쟤를 꼭 품으신 채로 그러셨대요. ‘꼭 다시 놀러오라’고. 제가 청와대고 어디고 쫓아다닌 건 죄송합니다. (한석규가 봉투를 내밀자) 이런 거 바라고 그런 게 아닙니다. 밑에 분들 힘든 거 알아요. 아는데 어쩌겠어요. 그분 심중을 헤아려 드려야지. 그분이 원하시는데. 그분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거…. 우리 애 이렇게 따돌리는 거 큰 실수하시는 거예요.”



‘김재규 가슴속에 뭔가 있구나’

세간에 널리 알려진, 그러나 ‘헛소문’ 취급을 당했던 영화 속 ‘연예인 모녀’ 이야기에 대해 김재규는 안 변호사에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고백했다.

“딸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된 사실을 알게 된 모 여배우의 어머니가 박선호를 찾아와 ‘아랫사람들이 대통령과 내 딸이 만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항의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우리 딸이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더랍니다. 아마도 그 여배우 어머니는 든든한 ‘빽’ 하나 생겼다고 여긴 모양이에요. 대통령의 품에 안겼으니 톱스타 되고 출세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항간에 ‘간호장교’ 이야기도 떠돌았는데요.

“군 병원의 간호장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해요. 사단과 군 병원 등에서 ‘괜찮다’ 싶은 여군이 있으면 여배우와 마찬가지로 궁정동 안가로 불러들여 대통령 수발을 들게 했다는 거죠. 그게 어디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세상에 어떤 여자가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그런 자리에 불려나가는 걸 달갑게 여기겠어요. 더군다나 궁정동 안가에 도착해서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협박성 주문도 뒤따랐고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김재규와 실제 김재규의 모습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영화에서는 김재규가 유약하기도 하고 조금 냉소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나도 상당히 고압적이고 강인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만나보니 그렇게 온화하고 겸손할 수가 없더라고요. 속으로 ‘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살해했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정부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회 군법무관 시험을 거쳐 국방부 법무관을 마친 뒤 1978년 개업한 안동일 변호사는 원래 이기주(중정 경비원)와 유성옥(박선호의 운전기사)의 국선(國選) 변호인이었다.

그런데 1심 4차 공판(1979.12.11)에서 김재규가 대규모 사선(私選) 변호인단의 변호를 거부하고 국선 변호만 받겠다고 요청하고 재판부가 안동일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김재규의 변호를 맡게 됐다.

“이기주, 유성옥의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김재규가 박정희와 함께한 만찬석상에서 대통령경호실장 차지철과 싸우다가 욱 하는 마음에 총질을 했겠거니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판이 시작된 직후 김재규의 진술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반체제인사나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김재규가 변명하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김재규의 진술이 당시 반체제 인사로 구성된 사선 변호인단의 조언에 따라 각색된 것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검찰 신문 때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최고 권력을 탐해 자신을 총애한 대통령을 배은망덕하게 살해한 패륜아로 여기기엔 너무나 논리가 정연하더라고요. ‘김재규 가슴속에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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