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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500억대 삼성 채권의 ‘꼬리’

대선 후 베트남 잠적한 채권 매입자, 여권 인사 측근설 제기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베일 속 500억대 삼성 채권의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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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맡았던 검찰도 “삼성이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에게 준 금액의 차이가 너무 커서 삼성이 노무현 후보측에 추가로 채권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 검사가 삼성 간부를 상대로 심문한 내용을 봐도 이런 점이 잘 나타나 있다.

“검찰에서 채권유통과정을 추적한 결과, 삼성그룹이 사채시장에서 구입한 국민주택채권 15억원 상당이 노무현 대통령이 운영하는 생수회사 장수천의 리스 채무 변제자금으로 유입된 사실이 최근 확인되자 삼성그룹에서는 이 정보를 입수하고 민주당이나 노 캠프에 제공한 무기명 채권이 이 15억원 상당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요.…

노무현 캠프나 민주당 관계자들도 2002년 11월25일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이후 상당한 정치자금이 들어왔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이 대선자금을 안주면 몰라도 주면서 이렇게 쩨쩨하게 겨우 30억원밖에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국민이 그 말을 믿을 것으로 생각하나요.”

2004년 5월21일 대검 중수부는 대선자금 수사를 마쳤다. 수사가 종결된 지 18개월이 지난 2005년 11월 현재까지 잔여 채권의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삼성에 그대로 보관돼 있는지 아니면 모두 제3자에게 건네졌는지, 일부는 보관돼 있고 일부는 제3자에게 건네졌는지, 제3자에게 건네졌다면 그중 정치권이 포함돼 있는지의 여부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여전히 채권의 행방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삼성측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명동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도록 지휘한 삼성 박재중 상무가 암으로 사망했고, 채권을 매입한 삼성 직원 2명은 해외로 출국했다. 두 사람 중에서도 채권 매입을 주도한 직원 최모씨는 2005년 초 귀국한 뒤 잠적했다. 일부 언론은 “최모씨를 조사하면 남은 삼성 채권의 용처가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최씨가 어디까지 진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은 800억원 규모의 삼성 채권의 일련번호를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대검 중수부는 증권예탁결재원의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계좌에 있는 삼성 채권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삼성 채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된 것이다.

삼성 채권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국민주택채권 유통과정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1종의 경우 만기가 5년이다. 수익률은 은행이자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이 채권은 민원인이 여러 가지 인·허가를 받으면서 의무적으로 구입해 유통되기도 한다.

국민주택채권은 1000만원권 등 고액권이기 때문에 거액을 주고받을 때 현금보다 간편하다. 이는 지난 대선 때 LG가 냉동차까지 동원한 ‘차떼기’로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현금으로 건넨 데 견주어 삼성은 국민주택채권으로 한나라당에 250여 억원을 ‘간편하게’ 전달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이 채권은 개인과 개인의 거래, 개인과 기관의 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개인 A가 다른 개인 B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국민주택채권을 팔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을 경우 A에 대한 신상정보는 거래당사자인 B만이 알 수 있다. 즉, A의 처지에선 B의 입만 막으면 완벽하게 자금 세탁이 되는 것이다.

“430억원어치는 추적 가능”

그러나 국민주택채권의 또 다른 특징은 현금만큼 완벽하게 출처조사를 피할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개인이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이 채권을 예치하거나 매도할 때 금융기관은 들어온 채권을 증권예탁결재원에 맡기며, 이 경우 해당 개인의 신상정보 기록이 당국에 남는다(증권예탁결재원은 소유주별로 채권을 구분해놓진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삼성 소유이던 채권의 일련번호를 미리 파악해둔 뒤 그 일련번호의 채권 가운데 일부가 증권예탁결재원에 들어갔음을 확인하고, 누가 그 채권을 증권예탁결재원에 맡겼는지를 조사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증권예탁결재원으로 입고된 삼성 채권의 경우 입고 직전 소유주의 신상은 파악할 수 있다. 이 소유주를 상대로 누구로부터 채권을 구입했는지 역추적해가면 대선 이후 해당 삼성 채권의 유통경로, 정치권 인사 포함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조사는 채권 한 장 한 장에 대한 일종의 저인망식 뒤지기여서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내게 채권을 판 사람의 신원을 모른다”고 하면 추적이 더는 불가능해져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증권예탁결재원에 입고되지 않은 삼성 채권의 경우엔 검찰이 일련번호를 알고 있다 해도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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