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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志 兵法 ⑮

극과 극의 두 남자, 조괄과 굴원의 처연한 비극

변화를 읽는 눈, 천군만마가 그 안에 있다

  • 박동운 언론인

극과 극의 두 남자, 조괄과 굴원의 처연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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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60년, 진나라와 조(趙)나라 간에 그 유명한 ‘장평(長平, 지금의 산시성 소재)의 싸움’이 벌어졌다. 단일 전역(戰域)에 투입된 병력의 동원수로 보아 전국시대 최대의 격전이었다. 대승한 진군은 여세를 몰아 동방으로 계속 진출하더니, 기원전 256년에는 항복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주(周) 왕조를 멸망시켰다. 실속 없이 정통성이니 종주권이니 주장하던 보수(保守)의 아성이 결국 무너져내린 것이다.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실력의 시대였다.

통일의 전주곡, ‘장평(長平)의 싸움’

당시 일부 군사개혁을 거친 조나라는 군사 동원력은 상당했으나, 외교에서 갈팡질팡하면서 국제적 신용을 잃고 고립을 자초했다. 더욱이 군주인 효성(孝成)왕은 자존심만 강한 ‘세대교체론자’로서, 이는 결국 진과의 싸움에서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진나라의 20만 대군이 영토분규 중이던 상당(上堂)으로 침입해 그 일대를 점령했을 때의 일이다. 조왕도 주저하지 않고 20만 대군을 파견했는데, 전군의 대장은 유능하고 용감한 노장군 염파(廉頗)였다. 현지에 도착해 진나라 군대와 몇 차례 승패를 겨뤘으나 그 전과가 신통치 않자 염파 장군은 전선의 세력판도와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에 이른다. 공격이 여의치 않으니, 방어 위주의 진지 구축으로 시간을 끌면서 판도와 정세가 변하기를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면 반공에 나선다는 책략이었다. 대치국면은 3년이나 지속됐고, 승패를 가름할 결전은 없었다. 답답해진 진왕이 유능한 승상인 범수(范)를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 범수가 말했다.

“적장 염파의 정세판단은 옳습니다. 우리 진군이 강하여 당장은 공격할 수 없으나 진군은 먼 길을 왔으니 지구전에 불리하고, 사정 변경이란 것도 있으니 진군이 피로가 누적돼 퇴각할 때를 기다려 공세를 취하자는 속셈이지요. 적장이지만 나름으로 현명한 판단입니다. 그러니 염파를 제거하기 위한 이간책을 써야겠습니다.”



진왕은 바로 막대한 금은과 재물을 뿌려 조 왕조의 권신들을 매수하고, 그들로 하여금 유언(流言)을 퍼뜨리게 했다.

“염파 장군은 늙어서 겁이 많아졌고 진군에 투항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진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는, 조나라가 최근 작고한 조사(趙奢) 장군의 아들 조괄(趙括)을 새 대장으로 임명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젊고 유능하며 용기가 탁월합니다.”

조왕은 조작된 ‘여론’에 금방 현혹돼 사령관 교체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됐다. 조사 장군은 침착하면서도 임기응변에 능한 명장이었다. 그러나 아들 조괄은 비록 소년시절부터 병서를 즐겨 읽고 군사문제에 정통했으나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데다 탁상공론(즉 紙上談兵)만 즐겨하는 게 문제였다. 이를 눈치챈 조사 장군은 생전에 비록 자신의 아들이지만 조괄의 작전 지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한번은 조괄의 모친이 그 까닭을 묻자 조사가 이렇게 설명했다.

“전쟁이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니 엄숙하고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도 조괄은 안이하게 군사를 말하고 있다. 앞으로 조나라가 그를 기용치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나, 만약 등용한다면 그가 조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조왕은 잘못된 여론만을 믿고 조괄을 등용했다. 조왕은 그의 화려한 언변에 감탄한 나머지 20만 신병을 추가로 보강해주고, 진군의 격퇴를 명했다. “즉각 전선에 나가 염파 장군을 대체하라”는 명령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괄의 모친은 황급히 조왕에게 상서(上書)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임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조괄의 성질이 장군으로서 군심을 얻었던 그 부친과는 전혀 다릅니다. 부친은 조정에서 상여(賞與)를 주시면 모두 부하들과 사병들에게 나눠줬고, 임명된 직후부터는 온갖 정성을 군사에만 쏟으면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조괄은 등용되자마자 위세만 부리고 부하들을 돌보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왕이 “나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변경할 수 없다”고 회답하자 조괄의 모친은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나를 연좌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조왕은 이에 순순히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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