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列國志 兵法 ⑮

극과 극의 두 남자, 조괄과 굴원의 처연한 비극

변화를 읽는 눈, 천군만마가 그 안에 있다

  • 박동운 언론인

극과 극의 두 남자, 조괄과 굴원의 처연한 비극

3/5
성공한 CEO는 비관주의자?

‘사기(史記)’에 나타난 조괄의 결점은 여기까지이지만 이후 그는 실전 경험이 녹아들지 않은 탁상공론을 펴고, 임기응변력 부족,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방자함, 이기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대 경영학의 잣대로 보면 조괄은 식견보다도 ‘성격’이 문제되는 CEO였던 셈이다.

미국과 일본의 CEO관(觀)에는 이미 상식이 된 통념이 하나 있다. ‘성공한 경영자’와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CEO는 거의 모두 비관주의자였다고 한다. 실패할 가능성을 미리 따져 이리저리 대비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성공하는 CEO라는 것. 반면 ‘실패한 CEO’는 거의 모두 낙관주의자였다고 한다. 모험심과 투기성이 강해야 사업에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하면 된다’ 식으로 성공의 가능성만 낙관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재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며 일단 돌진하고 보자는 성격이다.

그래서 CEO의 기획실에서는 이른바 ‘복수 변화요인(multifactor)’ 추적을 중시한다. 유동적인 난세에 살아남기 위해선 환경조건의 변화 요인을 계속 추적, 기록하면서 잠정적으로 작성해놓은 전략과 계획을 빈번하게 재검토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발사태 대응전략(contingency plan)’의 작성도 중요하다. 불확실성의 다원화 시대에는 경영전략도 과거처럼 한 가지 방안만 책정해 고수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하는 우발사태 대응전략을 마련해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고대 조나라의 조괄은 자고자대(自高自大)하는 낙관주의자인데다 경솔한 세대교체론자였다. ‘성급한 일반화’를 즐기고 ‘경솔한 간단화’에 능한 성격적 문제아였다.



파격 人事가 불러온 재앙

여하튼 조괄은 새로 보강된 20만 신병 부대를 거느리고 의기양양하게 전선으로 향했는데, 이로써 그는 모두 40만~45만 대군을 통솔하는 대장군이 되었다. 같은 시각 이런 정보를 접한 진왕은 크게 고무돼 유능한 백전노장 백기(白起)를 새로 전선 총사령관에 임명하고 병력도 보강해줬다. 하지만 사령관 교체 사실을 극비에 부쳐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조괄은 전선에 도착하자 그의 신조인 세대교체론에 따라 우선 지휘관 인사 교체부터 단행했다. ‘새 시대는 새 인재를 필요로 한다. 구세대는 늙어서 용기와 기획력이 없으니 새 시대에 일할 자격이 없다’는 투였다. 그의 세대교체론 핵심은 연령의 차이를 절대시한 배타주의. 이는 노·장·청을 막론하고 동시대인, 동국인(同國人)이 더 중요함을 몰각(沒學)한 경솔한 발상이었다.

그의 파격적인 인사조치는 당장 두 가지 치명적 폐해를 초래했다. 우선 적정(敵情)은 물론, 아군의 실정을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전선에 도착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적진의 새 사령관이 백기로 바뀐 사실을 알고 보고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을 정도였다. 다음으로 군심(軍心)이 흩어졌다. 납득할 수 없는 풋내기가 지휘관이 되자 군사들은 더는 일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괄은 인사 단행을 명분 삼아 부대 배치를 변경하고 자주 출격했다.

다른 한편, 진군의 대장 백기는 조나라 장수 조괄의 약점을 검토한 끝에 새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새 작전의 핵심은 거만한 적장의 판단착오를 유도하는 것. 진군이 마치 전투에 패배해 퇴각하는 것처럼 보여 적군을 진군의 주력 진지 앞까지 깊이 유인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조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동시에 그 보급선을 끊고 분할 포위해 철저히 섬멸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백기는 진군 기병대를 아군의 좌우측 끝에 배치했다가 퇴로를 차단하는 한편, 다른 기병부대로 하여금 조군의 중앙으로 돌진케 해 적군을 둘로 갈라놓았다. 더욱이 백기는 가짜 작전 명령서를 적군 진지에 흘려 조군의 판단착오를 유발하기도 했다.

“40만 모두 산 채 묻으라!”

결국 계략에 말려든 조군의 주력부대는 무모하게 적진으로 진격했고, 진군 주력진지 앞에서 포위당하고 말았다. 때를 같이해 진군의 기병대는 조군의 보급로 겸 퇴로를 끊었다. 전선 양쪽으로부터 압박해오는 진군의 포위망은 조군에게 위협을 가중시켰다. 궁지에 몰린 조괄은 인접한 제나라와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제왕은 손쉬워 보이던 양곡 차관마저 거절했다.

보급로와 양곡 배급이 끊긴 지 46일. 조군 진영에서는 굶주린 병사들 간에 식인(食人) 사태가 발생했다. 조괄이 금지령을 내렸으나 소용이 없었고 군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극한 상황에 빠져든 조괄은 조군을 네 개 단위로 개편해 진군의 포위망에 돌파구를 뚫고자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조괄 자신이 근위대와 함께 진두에 서서 돌진했으나, 비 오듯 퍼붓는 진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졸지에 총사령관까지 잃은 조군은 각 부대가 제멋대로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40만 대군이 샅샅이 흩어져버렸다.

3/5
박동운 언론인
목록 닫기

극과 극의 두 남자, 조괄과 굴원의 처연한 비극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