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현역 국회의원이 학력을 위조했다는 보도는 접하기 어렵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적어도 17대 국회의원들은 학력 위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7대 총선부터는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학력이 공개돼 상대후보 또는 유권자의 검증이 가능해졌고, 허위로 신고한 게 밝혀질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있다. 그래서 16대 때 내세운 학력과 17대 때 신고한 학력이 다른 의원도 많다.
17대 국회에서 학력 위조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는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던 이상락 의원 한 사람뿐이다. 사실 그에겐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빈민운동가였던 그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지 빈민운동을 할 때부터 누가 ‘어디 나왔냐’고 물으면 ‘고향의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얼버무렸다. 그때는 그게 문제가 될 이유가 없었다.
1991년 성남시의원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이후 경기도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유권자에게 배포되는 홍보물에 한 번도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허위 학력으로 유권자를 속이거나 공표한 적은 없다. 그러던 것이 17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선거참모가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자기가 평소 알고 있던 대로 ‘○○고 졸업’이라고 기재했고 선관위는 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런데 정작 후보자 등록 때는 ‘무학’으로 등록했다가 선관위의 조언에 따라 ‘독학’으로 고쳤다.
이런 와중에 그의 측근이 ○○고로 달려가 다른 사람의 졸업증명서를 떼고는 이를 위조해 가짜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왔다. 이게 문제가 돼 이 의원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위사실 공표 및 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됐고, 결국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교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런데 학력을 위·변조한 17대 국회의원이 정말 이상락 전 의원 하나뿐일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의 학력과 이력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요 이력을 정리하면 이렇다.
1963년 중앙대 농경제학과 수석 입학
1964년 6·3학생운동 주도
1965년 8월30일 중앙대 제적
1966~1969년 군 현역 복무
1967년 이동중 교사
1972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1995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정리하면, 중앙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해 군에 끌려갔고, 대학 졸업도 안 했는데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다. 학사학위 없이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고려대에 석사학위 여부를 확인했다. 이 의원은 1972년 석사학위를 받은 게 분명했다. 고려대 도서관엔 지금도 그의 석사논문이 남아 있다. 고려대 측에 이 의원의 대학원 입학 자격에 대해 물었지만 “대학원 졸업 여부만 확인해줄 수 있을 뿐 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까지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