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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부활’인가 ‘시한부 생명 연장’인가

‘당 대표 된 패장’ 안철수

  • 유창선|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부활’인가 ‘시한부 생명 연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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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 선발이 무슨 소용”

‘부활’인가 ‘시한부 생명 연장’인가

4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

안 대표는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출마를 강행한 것일까. 당권에 조급하게 집착한다는 세간의 시선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어째서 다들 때가 아니라며 만류하는 길을 택한 것일까.

스스로 설명했듯, 안철수 부재 상태에서 국민의당이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출신이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노선을 추구하는 정동영이나 천정배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차별성이 사라진다.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과 부분적 연합공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안 대표는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은 사실상 소멸 위기를 맞게 되고, 나중에 자신이 복귀하려야 할 곳이 없게 된다고 봤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3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다. 4차전을 하려는데 5차전 선발 투수로 나오라고 한다. 4차전에서 지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경선 과정에서 안 대표가 반복한 얘기다. 실제 생각이 이랬을 것이다.

물론 경선에 나선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펄쩍 뛰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과의 합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안 대표가 자신의 출마 구실로 꾸며냈다는 반박이었다. 정치라는 생물의 세계에서 누구의 말이 장차 맞을 것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안 대표가 앞으로의 여러 상황에 대해 극히 불안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히는 것이다. 안 대표도 2선으로 물러났을 때 국민으로부터 잊히는 상황을 두려워했을 법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는 원내 40석의 제3당을 다시 이끌게 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건재함을 보일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지방선거 이후를 기약하기에는 그의 마음이 너무도 바빴다.

물론 그가 국민의당 대표직을 맡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당 창당 때 공동대표를 맡아 4·13 총선에서 녹색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이후 느닷없는 리베이트 사건 수사로 당은 휘청거렸고 안 대표는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안 대표는 두고두고 그때의 사퇴를 아쉬워하곤 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판명된 사건에 휘말려 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기회를 놓침에 따라 국민의당이 시스템을 갖춘 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당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물러설 것이 아니라 차제에 자신이 대표가 되어 당을 제대로 만들어놓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다른 후보들은 “당의 위기를 불러온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데 거꾸로 자신만이 당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궤변”이라고 반발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안 대표는 재기의 기회를 예상보다 일찍 갖게 되었다. 앞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국민의당을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대선 패배의 상처를 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큰 기대’와 ‘큰 실망’

앞으로 안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게다가 산세가 험준하다. 우선 ‘안철수 피로감’을 어떻게 넘어설지가 숙제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짧은 기간 동안 큰 기대와 큰 실망을 함께 받았다. 안철수를 찍겠다는 사람이 유권자의 3분의 2는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는 한때 관심의 한복판에 섰다. 특히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은 안철수라는 대체재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TV토론을 거치면서 그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만다. 문재인 후보와 2강 구도까지 만들었다가 순식간에 추락했다. 심하게 말하면, ‘밑천 다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안 대표는 정치 휴지기를 가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 뒤 복귀하는 게 바람직했다. 모호하고 답답한 화법,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취약함, 국민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면 차기 대선에서도 어림없다는 평이 많았다.

사실, 지금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기 변신을 꾀할 시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영국으로 갔다. 이후 훨씬 유연해진 ‘뉴 DJ’가 되어 돌아왔고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안철수에게도 이런 재충전-숙성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이 과정을 건너뛰었다. 대선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전면에 복귀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안철수’를 보이면 재기의 기회가 되겠지만, ‘달라진 것 없는 안철수’로 평가되면 국민의 안철수 피로감은 더 극심해질 것이다.

안 대표의 출마를 만류하면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호기심과 그리움의 대상이 될 때까지는 잊히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이유도 피로감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표 경선 과정 당시 TV 토론에서 안 대표는 대선 때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안 대표는 달라졌다고 수없이 말했지만,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안철수 바람이 불 때의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바뀌는 위기를 막는 일은, 차기 대선을 내다보는 그의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야당 대표로서 안철수는 문재인 정부 비판의 선봉에 설 태세다. 그런데 아직 집권 초기이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다. 그런 마당에 ‘안철수 대 문재인’의 대결이 반복되는 것도 안철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본의가 무엇이든, 이런 장면은 ‘문재인을 이기지 못한 안철수의 복수’로 비칠 수 있다. 이런 문-안 갈등의 책임은 고스란히 안 대표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대선에서 실패한 정치인이 무대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이 선택의 여지없이 계속 지켜봐야 하게 됐다. 이런 정치인이 여야 갈등의 한복판에 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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