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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노무현 2003-2008, 빛과 그림자 - 교육

  •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yoosch@sogang.ac.kr

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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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경기도 일산의 학원가. 참여정부가 집권하는 내내 사교육비 문제로 시끄러웠으나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또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다양한 교육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하도록 EBS 수능 강의, 방과 후 학교 등을 시도했다. ‘삼불(三不)정책은 고수하면서 고교교육 중심의 입시 제도로 바꿔 2008년 입시부터 내신강화, 수능등급제 등을 도입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을 선정하는 등 소외 계층이나 지역을 배려했다. 아울러 유아교육법을 제정함으로써 유아교육을 제도교육 안으로 끌어들였다.

대학 교육력을 높이고자 전문대학원을 도입하는 등 전문화, 수월성 정책을 펴기도 했다. 대학 연구력 강화를 위해 BK에 이어 NURI(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라는 지방대학 육성 프로그램도 펼쳤다. 아울러 대학구조 개혁을 위해 국립대학의 법인화, 대학 통폐합 정책을 수립·추진했고 특성화와 국제화의 기반 마련에 노력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더욱 중요한 평생교육에서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평생학습축제, 평생학습도시 조성 등의 사업을 펼쳤고, 학점은행제, 독학사, 원격대학 등을 통한 성인의 대안적 고등교육 기회 확대에도 힘썼다.

이렇게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내용만 보면 꼭 해야 할 숙제를 그런대로 열심히 한 셈이다. 거듭 확인할 수 있듯 지난 국민의 정부 정책을 이어간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교육정책의 일관성이나 해묵은 교육관련 난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이 되는 학벌사회, 경쟁위주 교육, 시험 중심 학습 등의 폐해를 극복하는 숙제나, 지구화·지식정보화의 거센 물결에 맞서고 다문화 사회나 저출산 같은 새로운 바람에 마주하는 과제 해결은 미숙하거나 부족했다.

교육 당사자 배제한 교육정책



그러나 정작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문제는 그 내용이 아니다. 바로 그 정책 수행과정과 성과가 문제다. 일단 수행과정부터 뜯어보자. 다른 영역도 그렇지만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수행과정의 민주성, 일관성, 효율성 등의 측면을 소홀히 한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수립이나 수행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진행되어 바람직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바로 이런 정책수립과 수행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거나 미처 헤아리지 못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니 그 과정이 삐걱대고 성과가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보기가 다름 아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나 교원평가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다. NEIS나 교원평가제 모두 도입 취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지식정보사회에 학생들의 종합적인 정보를 체계화해서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교사들이 이른바 ‘철밥통’으로 알려진 교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계발, 갱신을 꾀하도록 평가제를 도입하는 일 또한 그렇다. 그런데도 이를 반대하고 나선 교사들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것이 당사자인 이들의 의견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한 정부의 비민주성과 졸속성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그밖에도 많은 제도 도입과 개선과정에서 거듭됐다.

사립학교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던 탄핵정국 이후 개혁입법에 목숨을 걸고 야당이나 반대세력과 이전투구를 벌이다가 노무현 정권은 지리멸렬해졌다고 한다. 결국 제대로 된 내용도 담지 못하고 누더기만 남은 개정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셈이다. 그 내용에 대해서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과정만큼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과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생활세계 영역은 그 정책의 성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급하고 절실한 부분은 5년 안에 해결이 나거나 적어도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가 가장 중요시하고 또 중점을 둔 교육격차 해소 문제가 상징적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이래 교육격차는 더욱 벌어져 교육은 양극화의 주범 및 그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오랜 교육에 따른 재생산 구조를 그 증세만 건드리고 소박한 지원정책에 그쳐 본질적인 접근을 못한 탓도 있으나 그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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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yoosch@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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