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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역할론’확산… 박근혜가 뿔났다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역할론’확산… 박근혜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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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론’확산…       박근혜가 뿔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월 30일 서울 용산구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젠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왜 이 대통령에 대해서 실망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11월2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32.3%, 이 대통령 지지율은 23.7%로 8.6%의 차이를 보임).

대통령후보 경선 때 대립하면서 주고받은 말들 때문에 상대방을 배척하는 건가요. 오바마는 경선 때 경쟁자인 힐러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박 전 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얼굴에 칼 맞아가면서(피습사건) 선관위 사상 유례가 없는 압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때 박 전 대표가 얼마나 강행군을 했는지 모릅니다. 유권자들을 만나고 차에 타면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 정도였는데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박 전 대표가 2년3개월 동안 야당 대표하고 있던 사이 열린우리당은 9명의 대표가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여당을 초토화한 겁니다.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약세라고 했지만 121명이나 당선시켰어요. 그럼에도 박 대표는 그들을 줄 세우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총선, 10월 연기군 보궐선거 때 박 전 대표가 안 도와준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바로 선거에서 박 전 대표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이들입니다. 어떤 의원은 자기 입으로 그랬어요.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박 전 대표가 한번 왔다 가니까 다음날 기적같이 지지율이 올라가더라’라고. 그런 사람들이 정작 박 전 대표가 필요로 할 때는 어디 가 있었나요. 그러다 이제 와서 또 필요하니까 역할론을 들고 나오는 게 정말 말이 된다고 봅니까?

박 전 대표는 부모를 모두 총격으로 잃은 사람이에요.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를 모셨던 이들이 격하운동을 벌이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몰라요. 그래서 박 대표에게 배신이라는 말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박 대표를 ‘얼음공주’니 뭐니 표현하는데, 그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배고픔과 육체노동만 어려운 일입니까.”

친박계 의원의 이 같은 토로에 비춰보면 앞으로도 한나라당 내 화합이 결코 쉽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더욱이 요즘 정계에서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친이계 밤에는 친박계)이니, 월박(越朴·친박계로 넘어감), 본박(本朴·본래 친박계) 등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물밑 구도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새해 정국이 회오리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 민생정치 행보

그동안 ‘박근혜 역할론’은 쇠고기 정국 등 여권의 위기 때마다 등장했고, 박 전 대표의 ‘총리설’ ‘대북특사설’ 등이 거론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최근 역할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경제위기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탓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자리가 주어지든 연연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오 전 의원도 12월4일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관한 강연회에서 “집권당 의원은 누구든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하고 박 의원은 당에서 중요한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이 많은 역할을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할론’확산…       박근혜가 뿔났다

박근혜 전 대표는 12월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부 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받았다.

더욱이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MB 성공의 조건은 포용의 리더십”이라며 불을 지폈다.

친이계가 역할론을 확산시키는 배경에는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얻지 못하더라도 밑질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역할론을 외면할 경우 국민 여론이 돌아설 것이고, 그만큼 당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전에 없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11월초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날을 세운 뒤부터 민생정치에 많은 신경을 쓰며, 측근들과의 회동도 부쩍 늘렸다.

지난 11월30일 오전 10시30분 박 전 대표는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수백여 명의 지지자와 함께 김장 담그기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 누적 방문자 800만 번째 돌파를 기념해 회원수 7만명의 인터넷 팬 사이트인 ‘호박(好Park)가족’이 준비했다. 박 전 대표와 회원들은 이날 쌀 2500kg과 김장배추 1100포기를 독거노인들이 사는 ‘쪽방촌’과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전달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인터넷 정치시대에 박 전 대표만큼 많은 지지를 받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시대에 걸맞은 정치인이 아닐 수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민생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월6일 밤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경기 침체 여파로 많은 분이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어려울 때 우리가 비록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그만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면… 사랑은 촛불 같아, 하나로는 작고 약하지만 하나하나 모여 주변으로 점점 퍼져서 밝고 따뜻한 불꽃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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