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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정권 따라 춤추는 방산(防産) 인사·정책 난맥…컨트롤타워가 없다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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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이탈리아 2위 재벌이 받쳐줘

아에르마키가 속해 있는 그룹은 ‘핀메카니카(Finmeccanica)’이다. 1948년 설립된 이 그룹은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 보안산업, 자동화 산업, 수송분야, 에너지 산업을 주로 펼쳐온 이탈리아 2위의 재벌이다.

핀메카니카 그룹의 자회사 가운데 하나가 ‘알레니아 아에로노티카(Alenia Aeronautica)’인데, 이 회사는 유럽 4개국(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이 공동으로 개발·제작하는 유러파이터 타이푼 사업에 21%를 투자했다. 핀메카니카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아구스타웨스트랜드는 헬기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술력과 명성을 갖고 있다. 첨단 레이더 제작 기술을 갖춘 세렉스 사도 핀메카니카 그룹 소속이다.

이렇게 ‘빵빵한’ 자회사들이 있으니 핀메카니카 그룹은 20억달러 규모의 산업협력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핀메카니카 그룹이 제시한 ‘파이’ 중에서 UAE 지도자들의 환심을 산 것은 항공기용 복합재 제조공장을 합작으로 지어주겠다고 한 대목이다. 결국 T-50의 불행은 T-50을 제작하는 KAI가 빵빵한 그룹을 갖고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KAI는 산업은행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반(半)국영회사다. 이 회사는 과거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의 항공부문, 현대우주항공이 합쳐서 설립된 것이라 지금도 삼성항공의 뒤를 이은 삼성테크윈과 대우중공업을 이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모그룹이 없으니 KAI는 내놓을 것이 적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청와대는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이 팀장을 맡는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T-50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협력과제 마련에 나섰다. KAI나 국방부가 주축이 되는 항공협력과 산업자원부가 주도해 민간기업을 조율해 만드는 일반협력 과제가 그것이었다. 그 결과 KAI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주축으로 30여 개의 협력 프로젝트가 마련돼 지난해 중반 UAE 측에 전달됐지만, UAE 측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UAE는 만성적으로 물 부족을 겪는 나라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플랜트 제작기술을 갖고 있다. UAE는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원자력발전 실력은 세계 3강이다. UAE의 인구는 430만명에 불과하기에 UAE가 도입하는 원자로 크기는 한국이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가 적격이다. 한국은 해수 담수화플랜트와 원전협력 등을 일반협력 분야 과제로 제의했으나 UAE는 이를 고등훈련기 사업을 위한 산업협력으로 쳐주지 않았다.

대신 UAE 측은 항공산업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는 UAE가 항공산업을 자국의 성장동력사업으로 중점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모하메드 왕세자가 개인적으로 항공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항공분야에서 KAI는 내놓을 것이 많지 않았다. 한국 공군이 F-15K를 도입해준 덕분에 보잉사로부터 받은 일감을 UAE에 제공하겠다고 제의하는 등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서 내놓은 것이 2억달러 규모였던 것이다. 이러한 제의는 이탈리아 측이 내놓은 것과 큰 격차가 났다.

또 다른 항공분야 협력과제로 UAE 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중고도 무인정찰기(UAV)의 공동개발 문제였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16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이 사업에 모하메드 왕세자 측이 기술협력과 공동개발 의사를 타진했지만, 보안상의 이유와 원천기술 유출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국방부가 난색을 표해 성사되지 못했다.

왕세자의 분노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UAE 측의 부정적인 의사와 추가제의 요구가 한국 측에 전달됐지만, 이후 한국은 이렇다 할 추가사업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형오 의장의 서한에 인용된 모하메드 왕세자의 말은 그간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지금까지 9개월을 기다렸으나 한국 측에서 기술이전에 관해 아무런 제안이 없었다. ” 수출추진 업무에 관여했던 한 전직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방법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UAE와의 일반분야 협력 프로젝트를 유도해 이를 묶어내는 것뿐이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기업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조율과 통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나.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만을 따지며 주춤한다면 정부는 당근을 제시하며 협조를 이끌어냈어야 옳다. 무기수출은 특히 초기 개척과정에서는 2억을 써서 1억을 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협력사업에 들어갈 돈이 수출로 얻는 이익보다 큰지 작은지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게 바로 ‘시장개척’ 아닌가.”

UAE와 오래 협상해온 사람들에 따르면 UAE의 실세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한국의 산업화 발전 모델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60여 년 전 처절한 전쟁을 치른 자원빈국이 G-10 수준의 국가로 올라서고 세계 최고의 고등훈련기를 만든 비결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UAE가 산업협력 문제에 엄청난 가중치를 부여하고, 거듭 구체적인 추가 프로젝트를 요구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UAE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은 T-50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UAE는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에 아부다비로 가는 직항로 개설을 요구했고 이탈리아는 이를 바로 들어줬지만, 한국은 국내 항공사의 부정적인 입장에 따라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한국 기업들은 UAE라는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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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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