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호

‘총리실 불법사찰대상’ 남경필 의원 부인, ‘의문의 행적’

“보석회사 경영권 차지하려고 동업자 주식 몰래 처분” 판결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8-30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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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불법사찰대상’ 남경필 의원 부인, ‘의문의 행적’

    공직윤리지원관실(4층)이 입주해 있는 서울 창성동 총리실 별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은 정치인 사찰 의혹은 큰 파문을 불러왔다. 사찰대상으로 거명된 정치인은 남경필(4선)·정두언(재선)·정태근(초선) 한나라당 의원으로 이들이 여권 소장파와 친이계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정치인 사찰 의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터진 지 한 달 만인 지난 7월21일 처음으로 터져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2008년 수도권의 한 여당 중진 국회의원의 부인이 연루된 고소사건의 진행상황을 탐문한 적이 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이 “팀장의 지시로 관련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찰 쪽에 알아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어떤 식으로 사찰했는지, 직권을 남용했는지, 위법성이 있는지 파악해봐야 한다”고 했다. 행정부 공무원에 대한 비위 감찰을 맡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입법부 국회의원 쪽을 사찰했다면 불법적인 권한남용의 소지가 있다. 거론된 여당 중진 의원은 남경필 의원. 사찰이 시작된 때는 2008년 4월 무렵으로 알려졌는데 시점이 묘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남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었다.

    남 의원은 7월22일 기자회견에서 사찰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로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 사회 전체에 관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정말 마음 졸이고 생활했다. 특히 저의 집사람의 경우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사찰이든 뒷조사든 그것은 무섭지 않다”고 했다. “당시 집사람이 사업을 하다가 사업과 관련해 상대방과 서로 맞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으나 검찰 수사 결과 집사람은 2007년, 2009년 거듭 제기된 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잦은 해명…그러나 번지는 의혹



    ‘총리실 불법사찰대상’ 남경필 의원 부인, ‘의문의 행적’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7월22일 총리실의 본인 사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23일 일부 언론은 2008년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두언 의원을 사찰하다 발각된 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배치됐고 정태근 의원도 남 의원처럼 부인이 사찰대상이 됐다고 보도해 파문이 더 커졌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사실이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라면서 “이들 세 의원의 공통점은 ‘영포대군’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요구한 점”이라고 세 의원을 거들었다. 이후 남 의원은 언론이나 공식석상에 자주 나와 자신의 억울함과 진상규명을 호소한다.

    “영화 같은 거 보더라도 테러범들이나 이 사람들이…특히 부인과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가족들을 가지고 한다면 너무나 치사한 행위다.”(7월23일 SBS 라디오 인터뷰)

    “여당 의원을 이렇게 사찰을 만약 했다면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어땠을까. 그런 불안감을 심어드리는 것 같아 몹시 화가 난다.”(7월23일 CBS 라디오 인터뷰)

    “자유인권 가치를 지키기 위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8월4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

    그러나 남 의원은 사찰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한 번은 본인 주변의 처신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었음을 스스로 밝혀야 하기도 했다. 즉 사찰이 진행되던 무렵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제주도 땅을 처분한 경위에 대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총리실 불법사찰대상’ 남경필 의원 부인, ‘의문의 행적’

    한나라당 정당대회에 출마한 남경필·정두언의원이 7월9일 후보단일화 합의를 발표한 뒤 부둥켜안고 있다.

    “문제가 있어서 그냥 나라에 기증했다. 그때 내 주변을 다 한번 정리해봤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굉장히 많아서, 그러면 이것은 아깝지만 그냥 나라에 기증하는 것이 깔끔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처리한 것이다. 아마도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경작 확인서를 써야 하는데 그것을 내 어머니가 임의대로 써서 내신 것 같더라. 그런데 그것은 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

    검찰은 8월12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및 정치인 사찰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2008년 7~10월 민간인 김종익(56)씨를 불법 사찰해 직장에서 쫓겨나게 했고 남경필 의원 부인이 연루된 형사사건 기록도 불법적으로 경찰 등에서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남 의원 측을 뒷조사한 김모 경위를 체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등 윗선의 사찰개입의혹에 대해선 “입증 증거가 없다”면서 “더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이런 식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되면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8월12일 조선일보 보도) 앞서 라디오에 출연해선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나름대로 아는 내용을 갖고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 정치적 행동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남경필이 검찰에 외압” 논란

    그런데 최근 들어 남 의원의 처지에선 당혹스러울 이상기류가 흘러 나왔다. ‘남 의원이나 부인의 행적에 실제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일보’‘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남 의원 측은 부인이 고소된 사건과 관련해 수사관 교체를 추진하는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은 “약식 기소라도 된다면…추후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으므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듯…급선무는 정모(당시 남 의원 부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 경위)에게서 사건의 조사권을 다른 사람에게로 넘겨 조사받는 게 좋을 듯함”이라고 돼 있다. 이후 남 의원 부인 측은 정 경위에 대해 경찰청에 편파 수사 등을 내용으로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정 경위는 경찰청으로 발령 났고 다른 수사관이 맡은 뒤 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에 앞서 ‘한국일보’는 7월24일자 ‘남경필 의원, 검찰에 외압 의혹’ 기사에서 “부인이 회사를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고소당하자 남 의원이 검찰에 외압을 행사해 압수수색영장을 기각시켰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당일 남 의원은 “허위보도에 대해 강력한 법적대응을 추진할 것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이후 언론중재위는 “검찰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마음도 없었다” 등 남 의원의 ‘반론보도문’을 실어주라고 조정했다. 중재위에서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는 구분된다.

    대단히 억울한 피해자 맞나?

    남 의원은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이 사건이 ‘총리실의 정치인 불법사찰’ 쪽으로 계속 프레임(frame·관점)이 맞춰지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남 의원이 과연 그렇게 억울한 피해자인가. 남 의원의 부인에게는 문제가 없었나”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이 사건은 공인인 4선 의원 및 그 부인과 관련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이런 의문에 대한 전모도 파악되어야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취재 결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 된 남 의원 관련 사건은 남 의원의 부인 이모씨와 이씨의 동업자 이○○씨 사이의 민·형사 송사로, 네 건 정도였다.

    1. 이○○씨 측이 제기한 주주확인 민사소송

    2. 이○○씨 측이 제기한 공동출자업체 헐값 양도에 따른 손해배상 민사소송

    3. 이○○씨 측이 남 의원의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횡령혐의 검찰고소

    4. 남 의원의 부인 측이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기혐의 검찰고소

    이 중 2. 민사소송사건은 원고(이○○씨) 패소 판결이 났다. 3. 검찰고소사건은 남 의원 부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4. 검찰고소사건은 이○○씨가 불구속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남경필 의원은 2. 민사소송사건의 승소와 3. 검찰고소사건의 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자신과 부인이 결백하고 억울하게 사찰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인과 관련된 민사형사소송 모두 검찰과 법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무혐의 처리되었다.”(7월24일자 국회의원 남경필 보도자료)

    그러나 남 의원이 ‘모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남 의원 측이 언급하지 않고 있고 언론에도 아직 보도되지 않은 1. 주주확인 민사소송 결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사찰 대상이 된 남 의원 부인 사건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남 의원의 부인이 회사 경영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동업자인 이○○씨 몰래 이씨의 지분을 처분하는 데 공모했느냐’ 여부인데 주주확인 민사소송 재판은 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 결과를 담고 있으므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주주확인 소송은 회사 경영권 강탈 논란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이 사건 핵심부에 포함된다. 헐값 양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회사 가치 평가 등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8년 11월12일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가 작성한 주주확인 민사소송(2007나9251 주주확인) 판결서는 남 의원의 부인이 공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판결서는 ‘판결이유’에서 남 의원의 부인과 이○○씨가 동업관계를 맺고 회사 지분을 나누게 되는 과정부터 상세히 설명했다. 판결서에 따르면 이 내용은 당사자 간 다툼이 없거나 달리 반증이 없는 확정된 사실이므로, 판결서를 인용해 남 의원의 부인과 이씨가 사업파트너 관계를 맺게 된 경위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남 의원의 부인과 이씨는 명문여대 동문으로 오랜 친구관계였고 이○○씨의 보석회사는 월 평균 영업이익이 3000여만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이 잘되는 편이었다.



    이○○씨는 1998년 11월17일 (주)고이노코리아를 설립해 자신이 디자인한 ‘고이노’ 상표의 보석류를 제작·판매해왔다. 이모씨(이하 남 의원의 부인)는 2001년 11월23일경부터 이 회사의 이사로 있으면서 사업자금을 대여해줬다.

    2002년 8월20일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은, 남 의원의 부인이 10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1:1의 지분비율로 동업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발행주식 8만주 중 50%인 4만주는 남 의원의 부인 명의로, 25%인 2만주는 이○○씨 명의로, 25%인 나머지 2만주는 이○○씨의 형부 명의(실질주주는 이○○씨)로 각 주주명부에 등재됐다.

    이후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은 이 동업계약의 연장선상에서 별도의 보석유통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2003년 5월9일 두 사람은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해 주식총수 1만주, 1주당 5000원, 자본금 5000만원으로 L사를 설립했다.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은 각자의 보유주식 5000주 중 각 1250주를 K씨 명의로, 각 1250주를 C씨 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했다. 이○○씨는 자신의 나머지 주식 2500주를 부친 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했다.

    “동업자의 차명주식 몰래 매각”

    ‘총리실 불법사찰대상’ 남경필 의원 부인, ‘의문의 행적’

    7월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물품을 버스에 싣고 있다.

    판결서에 따르면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이 차명으로 보유한 L사 주식 건에서 이후 분쟁이 발생했다. L사 설립 한 달여 뒤인 2003년 6월23일 C씨는 자기 명의로 된 L사 주식 중 500주를 1주당 4만원씩 2000만원을 받고 남 의원의 부인의 지인인 L씨에게 양도했다. 이○○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C씨 명의로 된 주식은 실제로는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이 절반씩 소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C씨가 L씨에게 매각한 500주 중 적어도 절반인 250주는 이○○씨가 실제 소유주인데 C씨는 실소유주인 이씨 몰래 이씨 몫의 주식 250주를 임의로 처분했다는 것이다. 판결서는 이러한 이○○씨 측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다음은 판결서 내용.

    C씨는 250주를 포함한 이○○씨 주식의 단순 명의대여자에 불과하여 주식의 주주로 볼 수 없으므로 무권리자임이 분명하다. L씨도 무권리자인 C씨로부터 주식 250주를 양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질 주주인 이○○씨의 승낙 또는 추인이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적법하게 취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씨가 C씨의 주식양도를 사전에 승낙했거나 사후에 추인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중략) 사실관계들만으로는 C씨가 이○○씨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추인을 얻어 주식을 양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어 판결서는 이○○씨 몰래 C씨로부터 L씨에게로 넘겨진 이○○씨의 주식은 실제로는 남 의원의 부인에게로 넘겨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주식거래는 남 의원의 부인과 C씨 등이 회사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L씨가 남 의원의 부인과 가까운 사이이고 L씨가 C씨에게 주식인수 대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 직전 남 의원의 부인이 L씨에게 2000만원을 준 점 등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판결서는 “남 의원의 부인과 C씨, K씨는 이○○씨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향후 L사의 경영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공모하여 남 의원의 부인의 지배하에 있는 L씨의 명의를 빌려 그에게 이○○씨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특히 판결서는 “남 의원의 부인 측이 회계사로부터 횡령수법을 전수받기도 했다”는 정모 경위의 증언 및 수사기록도 사실로 받아들였다. 다음은 판결서가 밝히고 있는 판결 근거들이다.

    남 의원의 부인과 C씨, K씨는 L사를 설립할 무렵부터 회계사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C씨와 K씨는 L사가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가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매출액이 월 1억원을 훨씬 상회하는데다 영업이익도 월 3000여만원 정도였고 그 무렵 수억원의 투자금 유치 및 금원 차용 등이 이루어져 자금사정이 특별히 어려워 보이지 아니한 점.

    그럼에도 이○○씨가 비교적 소액에 해당하는 20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 의원의 부인과의 지분비율이 50:50인 상황에서 곧바로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량의 주식을 그 지배영역 밖에 있는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L씨가 남 의원의 부인에게 매수자금을 차용하면서까지 급히 주식을 매수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점.

    “실제 취득자는 남경필 부인”

    L씨는 자기 명의의 주식에 대한 권리의 존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에 반하여 C씨, K씨는 L씨 명의의 주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점.

    L씨는 남 의원의 부인과 잘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주식양도대금도 남 의원의 부인으로부터 제공된 것으로 보여 L씨는 명의대여자에 불과하고 그 실제 취득자는 남 의원의 부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점.

    남 의원의 부인은 B씨를 통해 L씨로부터 주식매매대금을 변제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00만원이 입금된 2003년 7월4일자 통장내역을 제출하고 있으나 위 2000만원이 전액 현금으로 입금되어 그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점.

    남 의원의 부인, C씨, K씨, L씨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이들이 제출하는 증빙서류 대부분이 비교적 객관적이라 볼 수 없는 것들로서 주식양도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점.

    남 의원의 부인은 처음에는 경영에 일절관여하지 않다가 2004년 3월경부터 갑자기 회사 경영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이○○씨의 경영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때부터 이○○씨와 남 의원의 부인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민사소송 판결이어서 형사 문제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사법부가 남 의원의 부인의 행적에 문제가 있었음을 명확히 해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판결은 남 의원의 부인이 고소된 사건을 맡아 수사하다 남 의원 측의 요구로 교체된 정모 경위의 증언 및 수사 기록과도 일치하는 판단이었다. 정 경위는 남 의원의 부인측이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 재판 때 “L사의 지분 편취가 명확히 밝혀졌다”는 의견을 법원에 다시 보냈다. 이씨는 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다음은 정 경위의 진술서 내용이다.

    “상식수준에서 수사”

    “제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힘들었던 사건인데 사건의 복잡성보다는 그 이면의 문제로 인해 너무나 힘들었던 사건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중략) 저 개인의 수사역량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사건을 진행하였을 뿐입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금융거래내역을 통해 L사의 지분을 편취한 과정도 명확하게 밝혀졌고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습니다. 당시 법정에서는 제게 관련 서류 일체를 요청하여 제공한 사실이 있는데 그 판결문을 보면 제가 확보한 증거물을 모두 인정해 주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략) 이○○씨는 어렵게 일군 회사도 빼앗기고 동종업계에서는 범죄자로 낙인 찍혀 취직도 되지 않는 등 어린 딸을 혼자서 키우면서 생활비를 벌 수 없어 생활이 곤궁할 대로 곤궁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씨는 8월6일 남 의원 부인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남 의원의 부인이 나와 함께 보석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인들과 짜고 주식양도 형식으로 지분을 횡령한 사실이 명백함에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회계사가 지분을 횡령하는 방법을 남 의원의 부인에게 조언한 문건이 발견됐고 남 의원의 부인은 그 조언에 따라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검찰이 이러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유력 국회의원의 배우자라는 신분이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부인 소송이 진행된 2006년 당시는 노무현 정권이었고 나는 야당 의원이었다. 검찰이 야당 의원의 외압을 받아 형사소송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식의 보도는 정모 경위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한 것으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세력과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의원의 의원실 관계자는 주주확인 소송 건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의원님의 부인이 요즘 기도원에 머무르고 있는데 물어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다. 잠시 뒤 이 관계자는 “의원님의 부인에 따르면 이 소송만 떼어 이야기한다면 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와 이러저러하게 얽혀 있는 여러 송사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와 달리 법원의 판결은 사실을 확정해주는 의미가 있지 않은가? 판결서에 따르면 남 의원 부인의 행위가 윤리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형사로 가면 다른 기록이 나온다. 남 의원의 부인은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이 나타난다”고 했다.

    공직자 부인의 처신

    취재 결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남 의원의 부인을 사찰하기 이전인 2006년 총리실에 “남 의원의 부인 관련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이○○씨 측의 탄원서가 접수된 사실이 있다. 남 의원의 부인 건은 남 의원의 뒤를 캐내서 얻어낸 정보라기보다는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원)은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남경필 의원이 대단히 큰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나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0년 야당 하며 저격수로 활동했다. 그 10년 동안 미행, 도청, 6개월마다 계좌추적 당했다. 우리는 당할 만한 잘못을 한 일도 없는데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남경필·정태근·정두언 의원을 사찰했다면 그건 사찰이라기보다는 시중 소문을 확인한 정도였을 거다. 우리 세 사람이 야당 때 당한 사찰과 같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비할 바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경필·정태근 의원의 부인과 관련된 회사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공직자 부인이 사업을 할 때는 사소한 오해도 받지 말아야 한다. 이분들의 처신이 어떠했는지는 방금 한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의원 부인의 경제활동은 여론의 활발한 감시와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행법이 의원 부인 명의의 재산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치권 일각의 의견에 따르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정치인 사찰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폐습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피해 정도가 부풀려지고 특정한 방향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의원이 피해자로 인식되면 여론의 동정을 얻고 의혹에 대한 검증에서 면제된다. 이런 점 때문에 ‘의원들은 정말 억울한 피해자이기만 한 것일까, 아니면 다소 처절하게 보일 정도로 피해자 행세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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