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바보 노무현’은 통해도 ‘바보 유시민’은 안 통한다

‘차기 지지율 2위’ 유시민(국민참여당 대표)의 허상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1-04-20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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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노무현’은 통해도 ‘바보 유시민’은 안 통한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4월12일 여론조사를 통해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야당가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과연 유시민이다.”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벼랑 끝 전술을 써가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에 이어 이번 김해을 후보단일화에서 다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민주당은 유 대표의 전술에 혀를 내두른다.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41명의 의원을 김해에 집결시켜 대대적인 세몰이를 했다. 그러나 한 명의 현역 의원도 없이 유 대표 혼자 뛰다시피 한 참여당에 무릎을 꿇었다. 유 대표는 시민단체가 내놓은 중재안(유권자 현장투표 50%, 여론조사 50%)을 거부하고 ‘100% 여론조사 경선’을 끝까지 고집해 관철시켰다. 그 결과 자신이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에게 0.96%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이봉수 후보가 민주당 곽진업 후보를 0.3% 포인트 차로 꺾은 것이다.

    강금원 “유시민은 친노 아니다”



    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승리의 원인으로 ‘유 대표의 헌신’을 꼽는다. 전국에 방사능비가 내리던 4월7일 유 대표는 이 후보와 함께 창원터널 앞에서 비를 맞아가며 퇴근 인사를 했다. 이 장면이 트위터와 인터넷에 퍼져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또 ‘고정 팬’ 400~500명이 주말 여론조사를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자비를 들여 김해에 집결한 이들은 노란색 옷과 피켓을 들고 거리 선전전에 나섰다.

    그러나 유 대표의 현장참여경선 반대는 민주당은 물론 시민단체로부터도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협상이 깨질 위기에 몰리자 “(유 대표가) 욕망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공격했다. 유 대표는 또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낙마시키는 데 간접적인 역할을 하는 바람에 친노(親盧·친 노무현 전 대통령) 그룹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유 대표를 겨냥해 “친노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후보단일화 승리는 ‘유시민식 정치’의 요약본이다. 소수의 충성도 강한 고정 팬을 기반으로 승리를 위해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는 방식이다. 주변에 안티 세력을 양산하는 경우가 잦다. 뼈아프게 당한 경험이 있는 김진표 의원은 김해을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 “‘알박기 정치’로는 작은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총선과 대선이란 큰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유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의 4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6% 포인트)에서 유 대표는 12.1%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 전 대표의 32.0%에 한참 못 미치지만 그나마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주자는 두 사람밖에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던 시점인데도 8.4%로 3위에 그쳤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5.8%), 오세훈 서울시장(4.7%), 김문수 경기도지사(4.4%),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4.1%),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3.6%),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2.9%) 순이다.

    ‘바보 노무현’은 통해도 ‘바보 유시민’은 안 통한다

    2월22일 야4당 대표들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민사회 원로들을 초청해 4·27 재보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합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창간 91주년을 맞아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3월30~31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4% 포인트)에서도 박 전 대표의 변함없는 우세 속에 유 대표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표는 36.4%, 유 대표는 11.9%를 기록했다. 특히 유 대표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23.0%의 지지를 얻어 박 전 대표(21.0%)를 앞섰다.

    반면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은 5.8%에 머물렀다. 호남권에서 17.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3위를 유지하게 했다. 호남에선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15.7%)과 유 대표(13.0%)가 손 대표와 접전을 벌였다.

    3大요인 : 진보, 노무현 정서, 개인기

    여론조사 전문가인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특임교수)는 유 대표가 지지율 2위를 유지하는 3대 요인으로 “‘진보’라는 이념적 성분에 ‘노무현 정서’를 업었고 여기에 ‘개인기’도 작용했다”고 꼽는다. 이에 비해 손 대표는 진보에서 보수로, 다시 진보로 옮겨가면서 정체성 혼란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진보세력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유 대표의 스피치, 다양한 표정변화, 역동성을 ‘개인기’로 꼽는다.

    그러나 유 대표의 10% 초반 지지율에 대해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국민이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던 유 대표에게 보내는 관심일 뿐이란 지적이다. 야권의 한 중진 인사는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얻은 지지를 빼고 나면 본인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 향수가 사라지면 지지율도 함께 빠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유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떠나고 안 계신다. 그 부채를 승계하겠다’며 친노의 적통(嫡統)임을 강조하지만 따지고 보면 부채가 아닌 자산만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유 대표가 여야 주자를 망라한 조사에선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달리지만 야권 주자만을 놓고 조사하면 손 대표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동아일보 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에선 누가 가장 나은가’라는 물음에는 손 대표가 24.3%를 얻어 22.0%의 유 대표를 앞섰다. 손 대표는 50대 이상(26.3%)과 주부층(46.1%)에서, 유 대표는 20대(34.5%)와 학생층(37.2%)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야권 내 두 맞수의 지지층이 확연히 갈리는 현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3월 정례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유 대표가 10.8%로 박 전 대표(3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손 대표는 6.5%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동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야권 단일후보로서의 경쟁력은 손 대표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들은 손학규(29.1%)-유시민(21.0%)-정동영(8.9%)-한명숙(4.9%)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손 대표를 선호했다. 서울에선 손학규 31%-유시민 22.6%, 경기·인천에선 손학규 30.9%-유시민 20.7%로 나왔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에선 유 대표(23.6%)가 손 대표(22.1%)보다 조금 앞섰다.

    유 대표가 대선후보 단순지지도에서 손 대표를 앞서지만 야권의 단일후보감으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참여당 핵심 당직자는 “야권후보만을 따로 물어보면 소속 정당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민주당은 기성정당이어서 기본표가 있다. 반면 참여당은 창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의 지지율이 낮다”며 “당세(黨勢)의 차이지 인물비교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도 “‘야권후보’ 그러면 민주당부터 생각하게 된다. 여야 대권주자를 모두 놓고 조사하면 인물을 보게 되지만 야권후보가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민주당을 먼저 인식한다. 호남에서 특히 그렇다”고 분석한다.

    ‘인간 유시민’에 대한 회의

    유 대표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연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전격 합당하는 방안, 총선에선 각자도생한 뒤 12월 대통령선거에선 어떤 식으로든 야권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안이 손꼽힐 수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민주당과 참여당이 각자 전국을 순회하며 후보경선을 치러 붐을 조성한 뒤 막판에 단일화를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안이다.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자들이 각축을 벌이고 참여당은 유시민 대표와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이 경쟁한 뒤 승리한 두 사람이 어떤 형식으로든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방안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톡톡히 효과를 봤던 이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다. 비록 투표 전날 정 후보가 단일화 무효를 선언했지만 이 방식은 노무현 정부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지지율 3위를 달리던 노 후보는 정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 성공으로 대세론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각각 민주당과 참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내 지는 쪽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는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 전 대표와 다른 주자들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싱거운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쪽이 전혀 흥행을 일으키지 못할 때 야권이 바람을 일으키며 차곡차곡 관심을 쌓아가면 어느 순간 분위기가 단숨에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한 의원은 “이런 시나리오 때문에 이번에는 박 전 대표에게 경선보다 본선이 더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내부에서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어쨌든 ‘노무현의 아바타’로 불리는 유 대표는 내년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의 한 측근은 “우리에게는 단일화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랬고 유 대표가 두 번이나 단일화 과실을 가져간 만큼 과장된 자신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와는 달리 대통령선거에서도 유 대표가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할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이번 김해을 후보단일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특유의 독선과 고집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은 그를 부쩍 경계한다. 또한 현 시점에 야권후보 선호도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뒤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가에서 “유시민은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티 유시민’ 그룹이 ‘대선주자 유시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하는 것은 표 확장성의 부족이다. 유 대표가 고정 팬 외에 지지층을 더 넓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꽤 많이 개진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독특한 캐릭터다. 치밀한 전략가로서 화술이 뛰어나지만 너무 튄다거나 덕(德)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국회에 처음 등원하면서 본회의장에 면바지를 입고 나타난 일이나 동료 의원에게서 “저렇게 옳은 말을 저렇게 싸가지 없게 하는 재주가 궁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인간 유시민’을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이 때문에 그는 진정성이 모자란다거나 두뇌 회전이 빠르지만 감동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손학규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며 강원도 춘천에서 2년 동안 닭을 치며 칩거했다. 이런 부분이 국민에게 감동과 친근감을 줬지만 유 대표에게는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야반도주하듯 대구 떠나”

    또 유 대표에겐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오류를 인정할 줄 모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천안함 외부 폭발은 소설”이라고 말해놓고 아직도 그 발언에 대해 뚜렷한 해명이 없다.

    유 대표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교(심인고)를 다녔다. 2008년 총선 때는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비교적 선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적지(敵地)’나 다름없는 부산에서 출마를 강행해 비록 떨어졌지만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한 과정을 따라 한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당시 그는 선거과정에서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이번에도 그는 뼈를 묻겠다는 말에 대해 아무런 해명 없이 지나갔다. 대구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유 대표가 마치 야반도주하듯이 대구를 떠났다”고 말한다.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은 “이미 노 전 대통령이 한 번 갔던 길을 가면서 새로운 길인 양 호도하고 있다. 그나마 그 길도 옳은 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후에 ‘노무현 정신’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과(過)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했다. 유 대표는 ‘짝퉁 노무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평이다.

    황 수석연구원은 “‘바보 노무현’은 통하지만 ‘바보 유시민’은 안 통한다”고 말한다. “바보 노무현에게는 애정이 생기고 도와주고 싶어지지만 유 대표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어 “노무현은 진심으로 분노하지만 유시민은 어떤 계산을 하고 분노하는 척하는 느낌”이라고도 말한다.

    유 대표의 대선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중도층이 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40~50대 수도권 거주 고학력자로 대표되는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마음이 없지만 유 대표도 달갑게 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유 대표의 측근은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이 미처 이루지 못한 부분을 완성하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지향하는 정치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치’와 ‘유시민의 정치’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다른 관계자는 노무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시민의 한계를 인정한다. 이 관계자는 “행동마다 복선이 있고 말마다 뼈가 있어서는 안 된다. 협량(狹量)의 정치가 아닌 통 큰 정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유 대표와 대학생활을 같이 했던 한 인사는 “유 대표가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꼬리표를 뗄 수 없는 것도 대권 도전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1984년 9월 가짜 대학생 4명을 경찰의 프락치로 단정한 서울대생들이 그들을 붙잡아 11일 동안 폭행한 일이다. 피해자들은 각목 구타, 물고문 등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유 대표는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이 사건에 연루돼 1년6개월 형을 받았다. 유 대표는 “그 사건에 대해선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검증과정에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들은 “유 대표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노무현의 남자들’이 당선된 사례에서 보듯 국민참여당이 저변을 확대할 기반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동마다 복선이 있고…”

    내년 12월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4월 총선에서 국민참여당이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서 어느 정도 약진한다면 민주당과의 통합 내지 대선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도 쥘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 몰아쳤던 노무현 정서가 과연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도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참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유시민 대권플랜’에 대해 “우선 당 대표로서 당세 확산에 주력할 것이다. 지금은 대선보다 총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총선에서의 선전이 대선가도의 향배를 가를 바로미터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당직자는 참여당이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는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지금으로선 예상할 수 없다.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국민적 요구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통합이나 단일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유 대표도 4월12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진보의 힘은 순수가 아니라 섞임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보정당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는 것”이라며 야권 연대에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야권 관계자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꽤 험난한 과정일 것으로 전망한다. 어쩌면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해을 보궐선거의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100% 여론조사’ 방식은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만약 내년에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된다면 ‘참여경선 50%+여론조사 50%’ 방식을 원하는 민주당과 ‘100% 여론조사’ 방식의 참여당이 단일화 방식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당의 존재이유는 정권 창출인데 명색이 정통야당인 민주당이 대선에서 자당 후보조차 내지 못한 채 유시민의 들러리로 서는 상황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사 그렇게 유시민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민주당은 당이 와해될 위기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만약 내년 대선에서 참여당과 같은 군소정당과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그건 반드시 민주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는 전제일 것이다. 단일화 방식에서 민주당이 이번 김해을 보궐선거처럼 참여당에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단일화의 마술, 또 통할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단일화 마술에 빠져 있으면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격”이라며 “각자도생을 하다 막판에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나 마찬가지인데 국민들이 또 현혹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한다. 단일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경우 대의(大義)라는 명분을 얻기보다는 야합(野合)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의든 야합이든 유 대표에게는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대선후보 단일화 외에 다른 길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한다. 현재 야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야당가에서도 안티세력이 적지 않고 홀로서기를 할 만큼의 대중적 기반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참여당은 당대당 통합보다는 1997년 15대 대선 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성사시켰던 ‘DJP 연합’을 벤치마킹할 것이란 관측이 많이 나온다. 1997년 당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는 각서까지 작성하면서 내각제 개헌과 권력균점을 약속했다. 내각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전반기까지는 김종필·박태준·이한동 전 총리 등 자민련 측 인사들이 총리를 맡았다.

    내년 대선 과정에서도 민주당과 참여당은 차기 정권의 총리, 장관 자리 등 권력 나눠먹기를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안티 유시민’ 그룹은 ‘유시민의 허상이 알려지면 이런 시나리오대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 후보로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더라도 유 대표 진영이 차기 정권에 대거 참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은 야권 단일후보를 찍지 않는 역(逆) 선택으로 흐를 수 있으며 이 점은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추진 동력을 잃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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