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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분석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① ‘광속’ 배포 ② 웃는 모습 ③ 위성 활용

  •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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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세계 언론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을 생중계로 보여준 201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미국 CNN을 비롯한 서방 언론사 취재단 약 80명이 초청됐다. 이 밖에도 영국 BBC, AP통신, NPR,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 스페인 공영방송인 TVE 등도 현장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복잡한 절차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한국 언론들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열병식이 진행된 김일성광장 주변에는 인터넷 회선이 깔린 프레스센터까지 설치됐다.

북한 김정은의 이미지는 과거 북한 지도자들 이미지와 분명 차이가 있다. 주름살을 가리기 위해 초상화를 이용했던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의 증명사진은 숨김없어 보인다. 흰 한복을 입고 가끔씩 외교 현장에 등장했던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의 모습에 비해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의 모습도 솔직해 보인다. 게다가 김정일은 한 번도 부인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미지의 변화가 북한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김정은은 아버지와는 다른 이미지 정책을 펴고 있지만 변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김정은 사진이 과거와 비교해 변하지 않은 것을 살펴보는 것도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집단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진과 영상을 체제 안정화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이 인민이나 군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랑의 기념사진’이라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2012년 3월 첫 방송된 기록영화 ‘소원’은 김정일과 관련된 마지막 기록영화로 소개되었다. 여기서 남자 주인공의 소원은 김정일과 단체 사진을 함께 찍는 것이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인원이 동원되고 장비가 동원된다. 500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연단을 실은 대형 화물트럭과 조명이 동원된다.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조별로 김정일을 ‘모시고’ 사진을 찍는다. 사랑의 기념사진에 포함되는 공장과 노동자 군인들은 최고지도자로부터 큰 선물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이를 집안과 공장 사무실 중요한 곳에 부착해놓는다. 선물이라는 것은 주고받는(give and take)것이 원칙이다. 사랑의 기념사진을 선물받은 인민과 군인들이 김정은에게 무엇을 반대급부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북한에서 사진은 세습의 정당화와 체제 안정화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지도자는 대중에게 사랑의 사진을 ‘주고’ 대중으로부터 ‘충성과 노동력’을 ‘받는’ 구조로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바뀌지 않은 것은 또 있다. 비록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김정은의 사진과 영상이 매스미디어에서 차지하는 사이즈와 빈도는 아버지 때처럼 여전히 대단하다. 김정일 건강이상설 이후 개인 앨범처럼 정치사진을 쏟아내는 관행이 생겼는데, 김정은 시대에도 여러 장의 김정은 사진이 하루치 신문에 반복해서 사용된다. 전체 지면의 80%가 사진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여전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편집 방식이다. 가운데 김정은이 위치함으로써 세상의 중심은 여전히 최고지도자 한 사람이다. 물론 과거 김정일 시대와 달리 인민들과의 신체접촉이 잦아졌지만, 최고지도자 중심의 정치 체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사진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사진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소수의 사진사에 의해 촬영된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전속 사진기자에게 그대로 자신의 사진을 찍게 하고 있다. 40대 중후반의 남자는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그대로 목격되고 있다. 홍보 일색이면서 비판적 사진은 없다. 여전히 특수한 그룹의 사진가들만이 김정은을 근접 촬영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정은과 측근 그룹들이 이미지를 통해 실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김정은에 대해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인 것처럼 이미지를 ‘메이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지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군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경제 문제 해결과 관련한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북한 매체에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사회주의 부귀영화’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정은은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가 된 후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김정은은 대략 60회의 현지지도 장면을 노동신문에 공개했다. 이 중 경제와 관련된 현지지도는 15회 정도였다. 만수교 고기상점 준공(4월 26일), 대관유리공장(5월 2일), 개선청년공원 유희장(5월 26일), 중앙동물원(5월 28일),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7월 2일), 능라인민유원지(5월 1일, 7월 2·7·25·26일), 인민야외빙상장 (5월 26일, 7월 27일), 평양아동백화점 (5월 31일, 7월 3일), 운곡지구 종합목장(8월 6일), 평양 창전지구 가정집(9월 5일) 등이다. 경제 현장을 제외한 나머지 현지지도는 군대와 혁명유적지에서 진행됐다.

군부대·혁명유적지 현지지도

올해 1월 1일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후 선택한 첫 방문지는 105탱크 부대였다. 이곳은 김정은이 북한에서 공식 등장하기 이전인 2009년 1월 아버지와 함께 방문했던 부대로, 당시 북한은 남한의 도시 이름이 적힌 팻말 옆을 지나가는 탱크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나중에 공개된 기록영화를 통해 당시 그 탱크를 몬 것은 김정은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부대를 비롯해 동해와 서해, 판문점 등 전국 방방곡곡의 군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목선을 타고 섬에 위치한 부대까지 찾아가는 행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분야와 관련한 현지지도는 평양과 인근 평안도에 국한되어 있다. 그나마 현지지도를 나선 경제 현장도 물건을 생산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소비와 관련된 곳이라는 점에서 생필품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현실과 모순된다. 김정은은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 이외에는 실제로 사진으로 보여줄 만한 곳이 없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인민 경제 향상의 증거로 보여주는 각종 사업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과 실생활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김정은이 떠안아야 했던 숙제는 체제의 조속한 안정화였을 것이다. 공백기 없이 강성대국으로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김정은이 대내적으로 택한 전략은 미디어를 통해 인민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관리된 이미지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전송되고 있다. 세련된 옷을 입은 젊은 아내와 팝콘을 먹으며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지도자는 북한 사람들과 세계인들에게 북한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외부에 ‘배급’하고 있는 사진들은 김정은에 대한 박수갈채가 군부대와 평양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역시나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북한이 노련한 홍보 활동을 통해 권력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세계 여론에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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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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