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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국정원女’ 김모 씨의 울분 토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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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225국, 대선 개입

김 씨는 1월 4일 2차 소환조사를 받았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을 남긴 건 없었지만, 찬반 의견을 남긴 흔적이 발견돼서다. 경찰은 김 씨가 사용한 40여 개의 ID와 닉네임을 토대로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터넷 사이트 두 곳에 100여 건의 게시글, 댓글을 올린 것을 찾아냈다. 이 글들은 대선과 무관한 것이었다.

경찰은 또 김 씨가 16개의 ID를 사용해 좌파 성향의 한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269개의 글에 ‘추천’ 또는 ‘반대’ 의사 표시(중복 가능)를 288회 한 것을 찾아냈다. 그중 94개(의사 표시는 99회)가 대선 관련 게시물이다.

“어떤 글에 찬성, 반대 표시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터무니없거나 질이 떨어지는 글에 반대 표시를 했습니다.”

김 씨가 일하는 국정원 부서는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가동된다. 김 씨의 출퇴근 시각이 불규칙하던 까닭이다. 김 씨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출퇴근한 것이다.



김 씨는 인터넷 공간에서 북한의 심리전 공격을 방어하는 일 등을 해왔다. 사이버 공간에서 글을 읽는 게 업무의 하나였던 셈. 그가 찬성, 반대를 표시한 사이트는 이적(利敵) 게시물 및 북한 찬양 글이 자주 올라오는 곳이다.

북한은 인터넷, SNS를 사용해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심리전 요원들이 인터넷, SNS에서 한국 체제를 공격하거나 악성 댓글을 퍼뜨리면서 여론을 왜곡한다. “남조선 혁명에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도 있다고 한다. 탈북자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225국은 수백 명의 전담요원을 두고 한국 주요 사이트에 글을 게시해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선동한다. “225국이 한국의 각종 선거에도 개입해왔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남북의 심리전 요원이 조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 요원은 북한을 찬양하는 잘못된 글이 마구잡이로 번져나갈 경우 이에 대응해 사이버 공간에 북한을 정확하게 알리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김 씨가 많은 수의 ID를 보유한 까닭이다.

김 씨가 찬반을 클릭한 인터넷 사이트는 시스템상 특정 추천이 아무리 많더라도 3명 넘게 반대하면 ‘베스트 게시물’에 오르지 못하게 돼 있다. 김 씨의 의사 표시는 문 후보 지지 글에 반대를 클릭하고 박근혜 후보 지지 글에 추천을 누르는 등의 경향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 씨는 상부의 지시 혹은 선거 개입 목적으로 찬성, 반대를 누른 것일까, 아니면 대북(對北) 관련 업무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개인 의사 표시를 한 것뿐일까.

추천, 반대 아이콘을 클릭한 게 대선에 개입하려는 여론조작 시도였다면 횟수가 너무 적다. 106일 동안 대선 관련 글에 99차례 의사표시를 했다. 하루에 한 번꼴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추천, 반대를 누른 나머지 글의 대부분은 연예·요리와 관련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신상, 가족 얼굴도 알려져

“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 여직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민주통합당 당직자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김 씨 변호를 맡은 강래형 변호사는 “정치 관련 글에 대한 추천·반대는 김 씨가 여러 글을 읽는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의사 표시에 불과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누릴 수 있지 않나”라면서 ”김 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감금당한 인권 유린 피해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김 씨를 집에서 못 나오게 한 행위와 관련해 “통상적인 법 원칙이 무시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서 감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은 김 씨의 행위가 선거 시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공직자로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1월 15일 현재). 남이 쓴 대선 관련 글에 하루에 한 번도 안 되는 꼴로 찬성, 반대 아이콘을 누른 게 선거 개입일까.

지금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클릭 국정원女 사진 더 보기’ 같은 게시물을 보면 김 씨는 어떤 생각이 들까. 정보요원은 신분이 공개되면 활동에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그녀의 신상은 정치권을 비롯해 알 만한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다.

“가족의 얼굴까지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테러 같은 것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극한 정쟁이 29세 여성을 신경안정제, 수면제로 버티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가 입은 상처는 한동안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기사에 인용한 국정원 여직원 김 씨의 육성은 강래형 변호사가 전해준 것이다.

신동아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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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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