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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빠른 변신 + 신문의 깊이 ‘종편 스타일’!

대선 보도로 돌풍 일으킨 종합편성채널

  •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kyuhahn@snu.ac.kr

빠른 변신 + 신문의 깊이 ‘종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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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변신 + 신문의 깊이 ‘종편 스타일’!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이념적으로 확실한 보수적 논조를 취한 것이다. 필자는 종편 개국 전에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종편채널의 모기업 신문사 소속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종편 뉴스의 논조를 어떻게 잡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당연히 폭스뉴스처럼 보수적 시각을 확실히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전략적 선택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학술 연구가 존재한다. 경제학자 뮬라이네이선과 쉬퍼는 2005년 발표한 ‘뉴스시장’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경쟁이 치열한 미디어 시장에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어느 한쪽의 이념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해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보여줬다. 유사한 맥락에서 필자는 2009년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논문에서 동일한 기사를 보여주고 폭스뉴스, MSNBC, CNN, NPR의 기사로 다르게 내보냈을 경우, 폭스뉴스로 내보냈을 때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보수적 유권자들이 다른 3개 뉴스 채널보다 폭스뉴스의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즉, 독자적 시장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가 필자와는 상반된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안다. TV 개국을 계기로 모기업인 신문사의 보수적 색채를 탈색해 ‘중원’을 잡아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내부적으로도 그런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실제로 초창기 종편들은 ‘지상파 따라 하기’를 필승 전략으로 잡은 듯 보였다. 이걸 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리라.

그러나 시청률이 지지부진하고 대선이 다가오자 종편은 신속히 변화를 시도했다. 채널A와 TV조선이 먼저 보수적 논조를 확실하게 잡아나가기 시작했고 MBN은 “민주당에 붙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친(親)야당 성향으로 논조를 잡았다. 그러나 이것도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고 규범적으로도 야당 성향의 종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친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뉴스 채널로 MSNBC가 있다.

보수 논조는 전략적 선택



아무튼 종편의 이런 전략은 주효했고 대선이 본격화하자 그 효과가 극대화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청률이 두 배로 오르고 종편의 방송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회자됐다.

jtbc만이 어정쩡한 논조를 선거 후반까지 유지했다. 대기업 색채가 강한 중앙일보의 특성상 jtbc에 이념적 이미지가 투영되는 것을 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종편의 시청률 상승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jtbc의 8월 이후 시청률 상승세는 타 채널에 비해 완만한 편이다. 9~12월 TV조선은 시청률이 8월 대비 약 160% 상승했으나 jtbc의 상승 효과는 약 85%에 그쳤다. 9월까지 TV조선에 앞서던 평균 시청률이 두 달 사이에 역전된 것이다. 8월에 시청률 선두에 섰던 채널A는 12월까지 계속 선두 자리를 지킨 반면 jtbc는 꼴찌로 추락했다. 채널A나 TV조선 등 이념적으로 좀 더 확실한 논조를 취한 종편의 약진이 모호한 논조를 취한 jtbc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음을 의미한다.

빠른 변신 + 신문의 깊이 ‘종편 스타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종편들의 이런 전략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대선 초반부터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 모든 정치적 담론의 초점이 2030세대에 맞춰지고 중장년층을 ‘구태세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저주에 가까운 언사로 중장년 보수층의 공분을 샀다. 또 젊은 층의 전유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연일 노년층을 향한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종편 등장 이전까지 신문구독률의 하락으로 코너에 몰린 중장년층 보수 유권자의 시각을 대변해줄 매체는 없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 한국 사회는 고령화하고 있었고, 이들을 위한 매체 수요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종편채널들이 중장년층 매체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 ‘중장년층의 SNS’라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선캠프 肉聲 생생하게 전해

종편의 두 번째 성공요인은 ‘해석적(interpretative) 저널리즘’과 ‘사운드바이트(soundbite) 저널리즘’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대선 보도 형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해석적 저널리즘은 미국 정치뉴스의 큰 경향이라고 할 수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치 전문가(political pundit)들이 출연해 매일 일어나는 정치사건을 분석하는 해석적 저널리즘이 단순한 사실 전달에 초점을 맞추는 ‘스트레이트(straight) 뉴스’를 대체한 것이다. 특히 폭스뉴스는 후발주자로서 이런 형식의 뉴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해 마치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를 TV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The O‘Reilly Factor)’를 진행하는 스타 방송저널리스트 빌 오라일리를 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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