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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공부’ 함께 한 기숙사 인맥 ‘통합 정치’ 단결력 발휘할까?

박근혜 ‘인재 풀’ 거론 정영회(正英會) 이야기

  • 구자홍 기자│jhkoo@donga.com

‘통섭 공부’ 함께 한 기숙사 인맥 ‘통합 정치’ 단결력 발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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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공부’ 함께 한 기숙사 인맥 ‘통합 정치’ 단결력 발휘할까?
자연스러운 ‘통섭’의 공간

정영사는 사생대표와 층장(층 대표), 날개장(각 층의 왼쪽, 오른쪽 구역 대표), 방장 등으로 구성된 사생자치회가 중심이 돼 운영됐다. 그래서 운영 주체이자 수혜자인 사생들의 의견이 기숙사 운영에 많이 반영됐다. 공훈의 소셜뉴스 대표(14기)는 “정영사 재사 시절 방마다 돌아가면서 찬거리를 사왔다”며 “음식을 만들어주시던 아주머니가 적어준 기본 찬거리를 사고 난 뒤 나머지는 예산 범위 안에서 먹고 싶은 것을 사다 먹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가면 잊지 않고 ‘구루마 커피’를 마시곤 했다”며 길거리 리어카에서 팔던 커피에 얽힌 추억담을 들려줬다.

정영사에서 지냈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식사가 특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1975~77년 정영사에서 생활한 한 회원(9기)은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기숙사에서 도시락을 싸준 일”이라고 말했다.

1975년 서울대는 대학로에서 관악구 신림동 관악캠퍼스로 이전한다. 그래서 정영사 사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매일 관악캠퍼스를 오갔다. 이때부터 정영사는 사생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했다. 앞의 회원은 “저녁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는 사생에게는 점심과 저녁 2개의 도시락을 싸줬다”며 “하숙을 하던 학생도 도시락을 2개씩 싸오는 일은 드물었다. 정영사가 그만큼 학생들을 많이 배려해줬다”고 흐뭇해했다.

단과대학별 우등생을 사생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정영사에서는 학문 간 ‘통섭’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 9기 정영회원은 “자기 전공은 물론 다른 학문 분야까지 이해를 돕도록 하려는 뜻에서 방 배치 때 전공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한 것으로 안다”며 “덕분에 ‘생활 속의 통섭’이 뿌리를 내렸다”고 전했다.



정영회 14기 인사는 “예를 들어 ‘operation’ 단어 하나를 놓고도 전공이 다른 세 학생은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며 “전쟁론에 빠져 있던 나는 ‘작전’으로 이해했는데, 한 방에 기거하던 치대생은 ‘수술’로, 컴퓨터공학도는 ‘작동’으로 해석하더라”고 떠올렸다. 그는 “한방에 같이 지내던 치대생에게 치아 관리법을 잘 배운 덕에 지금도 튼튼한 치아를 유지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정영회 회원들은 마지막 기수인 16기(1985년 졸업)마저 50대에 접어든 지금도 만나면 20대 초반의 즐거운 추억담을 나눈다. 특히 정영사 바로 앞에 있던 옥광슈퍼와 옥광약국에 얽힌 일화가 많다고 한다.

“옥광슈퍼 한쪽에 예닐곱 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시험이 끝나면 거기 모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슈퍼마켓 딸인지, 약국 딸인지 가물가물한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미스 옥광’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13기)

‘통섭 공부’ 함께 한 기숙사 인맥 ‘통합 정치’ 단결력 발휘할까?
“매년 가을이면 정영사에서 ‘낙엽축제’를 열었다. 한 해는 정영사 출신 선배가 결혼한다고 해서 방마다 매일같이 포대자루에 은행나뭇잎을 가득 모아뒀다가 결혼식날 낙엽으로 식장을 뒤덮어 ‘낙엽 위의 결혼식’을 거행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14기)

28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정영사가 새해 들어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정영회가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숨은 인재 풀이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당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최성재 대통령직인수위원 발탁 등 정영회 회원들의 이름이 연거푸 거론됐다.

박근혜 당선인과 정영회

특히 최성재 위원은 박 당선인이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첫발을 내디딘 1998년 이후 꾸준히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1, 2기 정영회원 8명이 박 당선인을 찾아가 축하했는데 그중 한 명이 최 위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서울대 사회대학장이던 정운찬 전 총리, 서울신문 간부로 있던 이경형 현 헤이리 이사장, 당시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 등이 최 위원과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 여사의 애정 어린 배려를 잊지 못하는 정영회 회원들은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매년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15일 육 여사 37주기 추도식에도 30여 명의 회원이 다녀왔다.

박 당선인은 정계 입문 이후 정영회 회원들과 1년에 서너 차례 소그룹별로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에는 정영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회원은 “주미대사를 마치고 귀국한 한덕수 전 총리를 모셔 강연을 들었는데, 한 전 총리의 강연에 앞서 박 당선인이 짤막하게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정영회가 박 당선인 인재 풀로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 대다수 정영회원은 손사래를 친다.

“정영회는 학창시절 같은 공간에서 동고동락했던 기숙사 사생들의 모임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에도 회원 중에 인수위와 정부에 참여한 이가 있고, 이전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회원도 있다. 20대 초반, 대학 기숙사에서 함께 공부한 것이 계기가 돼 만남을 이어온 친목모임을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신동아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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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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