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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부글부글 끓는다”

‘정권 재창출’ 이후 새누리당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잔치는 끝났다 부글부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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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정책, 소통

“잔치는 끝났다 부글부글 끓는다”

‘복박’ 김무성 전 원내대표(왼쪽)와 ‘짤박’ 유승민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째 인사, 둘째 정책, 셋째 소통이죠. 이 세 가지가 당선인에게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인사라는 건 진짜 유능한 사람을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듯 해서 쓰는 거지, 친하고 가까운 사람 위주로 쓰는 게 아닌 만큼 정말 잘해야 해요. 검증도 해야 하지만, 검증 이전에 훌륭한 재목을 찾는 게 중요하죠. 그걸 혼자서 어떻게 합니까. 초반 실수가 되풀이되면 안 돼요. 정책은 당선인이 굉장히 중요시하는 부분이죠. 인사와도 결부되는데, 콘텐츠를 갖춘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서 (대선 때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를 겨냥한 정책을 펴야 합니다.

따라서 보수 일변도 정책은 안 됩니다. 안보는 보수적으로 해도 되는데, 민생은 진보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해요. 소통은 그냥 전화 몇 통 하는 게 아닙니다.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고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게 소통이죠. 영어로 ‘agree to disagree(부동의에 동의한다)’란 말이 있는데, 소통은 민주적인 리더십이죠. 생각이 다르지만 대화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거죠. 자기 혼자 옳다, 자기 혼자 잘났다 하면 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고 대화해도 소통이 안 됩니다. 지금 당선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대통령 취임을 앞둔 현 시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이 정도 고언(苦言)을 할 인물은 새누리당에서 찾기 어렵다. 하물며 친박계 의원들은 박 당선인의 심기가 불편해질 만한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친박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나도 생각은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거나 “왜 나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박 당선인에게 한번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히거나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까닭이다.

4·11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주류로 자리 잡은 친박계는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몇 갈래로 분화됐다. 친박계에서 이탈했다는 ‘탈박(脫朴)’, 다시 돌아왔다는 ‘복박(復朴)’, 친박계로 넘어왔다는 ‘월박(越朴)’, 처음부터 친박이었다는 ‘원조 친박’ 같은 말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사용됐다. 여기에다 표면적으론 친이계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박에 합류한 사람들을 ‘주이야박(晝李夜朴)’이라고 한다. 또 주로 영남권 출신이 속한 ‘구박(舊朴)’, 수도권 등 비영남권 위주의 ‘신박(新朴)’이란 말도 생겼다. 구박과 신박은 대선 전략을 놓고 부딪치기도 했다. 구박은 집토끼 단속, 즉 전통적 지지층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신박은 산토끼 잡기, 즉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친박계의 분화와 암투

대선 승리 후에는 ‘친박 핵심’ 그룹이 새로 등장했다. 경선 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의원이 선두에 있다. 그런가 하면 쓴소리를 자주 한 유승민 의원이나 경제민주화 논쟁에서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 해소를 강하게 주장했던 이혜훈 의원 등은 스스로 ‘짤박’이라고 칭한다. ‘잘려나간 친박’이란 뜻이다. 또 친이계였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박 당선인의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당선인 비서실장에 발탁된 유일호 의원의 경우 ‘옆박’이라고도 한다.

정가의 호사가들이 지어낸 명칭이지만 친박계의 분화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권력지도와 연결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당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2인자를 두지 않고 핵심 측근들을 분할 통치하는 스타일이지만, 권력 속성상 일정 부분의 내부 헤게모니 다툼은 불가피하다. 특히 새누리당 안에서만 보면 박근혜 정부의 집권여당을 이끌어갈 당권 경쟁을 앞두고 있어 친박계 각 세력 사이의 암투가 예고돼 있다.

황우여 현 대표는 지난해 5·15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다. 임기는 2014년 5월까지다. 일단은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 3.6%p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린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초로 호남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기간 호남에 상주하며 선거를 치른 황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대목이다. 황 대표는 또 정치적인 색깔이 엷다. 새 정부 임기 초반 여당의 전폭적 협력을 받는 데 적합한 인물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선대위 해단식에서 주요 당직자들에게 “민생을 잘 챙겨서 시대교체를 이뤄나갈 준비를 지금부터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민생정부’와 여당의 초반 밀월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잔치는 끝났다 부글부글 끓는다”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이한구 원내대표.

그러나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과정에서 당권 구도도 조기에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 지도부 개편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한다. 만일 황 대표가 임기를 채우더라도 그 기간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 중진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는 당내 대선 후보에 도전했던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김태호 의원 등 비박계보다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 원내대표다. 대표적인 ‘복박’으로 꼽히는 김 전 원내대표는 4월에 실시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에 재입성한 뒤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4월 재선거가 유력한 부산 영도와 포항 남-울릉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다음 날 ‘제 역할은 끝났다’며 감사 메모 한 장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해외여행을 하며 머리를 식히던 그는 1월 3일 ‘부산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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