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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목숨 건 전략싸움 대반전 이제 ‘한국 카드’는 없다!

북-미 20년 핵 억제 게임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목숨 건 전략싸움 대반전 이제 ‘한국 카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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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전략싸움 대반전 이제 ‘한국 카드’는 없다!

지난해 4월 15일 북한 태양절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장거리미사일(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지만 모형이란 설도 있다. 과연 북한은 핵폭탄(아래)을 탄두에 실을 만큼 소형화시켰을까.

2월 12일의 3차 핵실험이 1,2차 핵실험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북한은 그 분기점을 명확하게 넘어섰다. 평양이 공언하는 대로 핵무기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가능해졌다면, 이는 그동안 북한이 추구해온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미사일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된다. 다시 말해 이는 평양의 눈으로 볼 때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 구축의 완성을 의미한다. 더불어 북한은 이를 이용해 미국이 가진 고유의 억제 개념을 뒤흔들 수 있고, 워싱턴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판단은 여전히 미국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3차 핵실험을 통해 본토 핵 피격의 가능성이 가시화함에 따라 미 언론의 보도 수위는 이전에 비해 한층 높아졌고 그에 따라 행정부와 의회의 위기감도 고조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십 년 세월 동안 미국이 견지해온 억제 개념의 뼈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적으로 말해, 북한 또한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본 인식을 워싱턴이 바꿀 공산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평양이 말하는 경량화·소형화의 실체가 과연 대륙간탄도탄(ICBM)에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의심스럽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부수적인 기술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present and clear danger)’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만한 이유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핵 억제에 대해 양측이 품고 있는 이러한 개념 차이가 타협의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는 역설적인 개연성이야말로 3차 핵실험으로 인해 달라진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교한 계산과 핵사용 원칙에 충실한 워싱턴이 북한의 핵 억제력이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믿는 반면 북한은 이미 달성했다고 확신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을 현재 상태에서 동결하는 수준에서 양측이 어정쩡하게 타협에 이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양은 핵탄두 탑재 ICBM의 실전배치나 핵탄두 대량제조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실행하지 않고 미국은 그에 대해 외교적·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워싱턴으로서는 북한의 핵 능력을 자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 상태로 묶어두는 셈이고, 반대로 평양은 “핵 억제력으로 미제를 굴복시켰다”고 대내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6자회담이 공전하게 된 2008년 이후 미국의 주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부분 인정론’에 관한 논의가 수차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8월 미 핵과학자협회지(Bulletin of Atomic Scientists)에 실린 휴 거스터슨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칼럼으로, 이 글에서 그는 북한이 소량의 핵무기 시제품을 계속 보유토록 하되 추가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능력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의 규제하에 제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있는 것과 다름없는 ‘가상의(virtual) 폭탄’을 갖도록 용인하자는 취지였다.

핵 능력 부분 인정, 韓日은 볼모

한걸음 더 나가면 바로 이 정도가 북한의 핵 개발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표지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간 북한이 진행해온 핵 개발 과정은 미국의 ‘레드 라인(red line)’이 어디인지를 확인해가며 조금씩 경계선을 확장해온 작업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사안을 중대하게 인식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게 만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군사공격을 단행할 정도는 아닌 중간선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평양의 목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전배치만을 남겨둔 핵무기를 손에 쥔 채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달성하는 것이 북한 수뇌부의 노림수일 것이라는 몇몇 전문가의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워싱턴이 이러한 ‘사실상 부분 인정’의 필요성을 한층 크게 느끼게 됐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3차 핵실험이 던진 가장 큰 함의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비핵화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라는 목소리가 미국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러한 분위기를 강력히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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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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