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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팀, 채 총장과 혼외자 선산에서 함께 찍은 사진 확보說

‘사실과 추론의 경계’ 채동욱 사건 취재기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법무부 감찰팀, 채 총장과 혼외자 선산에서 함께 찍은 사진 확보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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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문제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검사들은 신중해졌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반발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청와대와 법무부 논리가 먹힌 것이다. 여기엔 더 버텨주기를 기대했던 채 전 총장이 사의를 거둬들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채 전 총장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장관의 감찰 지시도 이해는 된다.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처지에서 검찰만 생각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채 전 총장 편에 섰던 검사들은 두 부류였다.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검사들과,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청와대와 법무부의 총장 사퇴 압박에 항의하는 검사들이었다. 이들은 채 전 총장이 결국 물러나는 걸 지켜보면서 회의와 체념에 빠졌다. 정치권력의 거대한 힘 앞에 무력감을 느낀 것이다. 채 전 총장이 퇴임하면서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게임 끝났다’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임 여인의 가정부였다는 이씨의 폭로는 쐐기를 박은 셈이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지금으로선 추론만 가능하다. 양 당사자가 부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구도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은 유전자 검사로 진실을 가리겠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임 여인은 ‘자식 보호’를 내세우며 협조할 뜻을 보이지 않는다.

검찰 간부 출신으로 채 전 총장의 오랜 지인인 모 변호사는 사건 초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다른 사람 아이를) 몰래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내가 동욱이와 친한 사이인데 혼외자 얘기는 처음 들었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지만 난 동욱이를 믿는다. 조선일보 보도 직후 걱정이 돼서 물어봤더니 ‘난 그렇게 안 살았다’고 하더라. 나도 그 여자가 하는 술집에 몇 번 가봤는데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게 없었다. 총장 될 무렵 몇몇 기자가 여자문제 없느냐고 물어오기에 동욱이한테 확인해보니 ‘(여자문제) 없다’고 하더라.”

지인들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술을 좋아했고 마음 맞는 사람과는 밤새 마시는 스타일이었다. 접대부가 나오는 룸살롱 등 고급 술집은 안 가고 조용한 카페를 즐겨 찾았으며 스폰서를 두지도 않았다고 한다. 의사인 부인이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스폰서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고검장이 된 후에는 부쩍 술 조심을 했다고 한다.

“채 총장 아이 맞다”

임 여인은 2001년 서울로 올라온 후 청담동에서 레스토랑을, 서초동에서 술집을 운영했다. 서초동 술집은 기자도 가본 적이 있다. 채 전 총장이 2006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할 때였다. 당시 그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사건 수사를 이끌면서 명성을 날렸다. 중수부 수사 내용을 언론에 설명하는 공보관 노릇을 겸했기에 TV에도 자주 나왔다.

당시 기자는 아는 검사와 함께 다른 곳에서 술을 먹다가 채 전 총장 일행이 있는 술집으로 가서 합석했다. 채 전 총장 일행은 홀 안쪽에 있는 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룸이긴 했지만 룸살롱이나 단란주점과는 다른 분위기였고 접대부도 없었다. 채 전 총장이 좌장으로 가운데 앉고 양옆으로 중수부 검사들이 있었다. 검사들끼리의 술자리라 기자는 잠깐 앉아 있다가 빠져나왔다. 임 여인은 보지 못했고 그 존재도 알지 못했다. 당시 재벌 비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에 정연한 논리로 맞서던 채 전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웠고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주변에서 ‘총장감’이라는 말도 나왔다.

‘총장감’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실제로 총장이 됐다. 정권과 불화를 겪으며 임기 6개월 만에 사생활 문제로 낙마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채 전 총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검찰 고위간부는 TV조선 보도가 나오기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냉정하게 말했다.

“수사를 해본 검사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난 채 총장 아이가 맞다고 본다. 채 총장으로선 일단 부인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의 분석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부인한 임 여인의 편지가 오히려 결정적 정황증거라는 것이다.

“임 여인의 편지는 두 사람이 보통 관계가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채 총장이 동의했든 안 했든 여자가 아이를 낳았고 이후 채 총장은 그 사실을 최소한 묵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여인은 편지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언급하며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편지에는 채 총장을 옹호하는 표현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사전에 누군가의 조언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 아버지가 채 총장이 아니라면서도 굳이 성을 ‘채 씨’라고 밝힌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임 여인이 안전장치 하나를 걸어놓은 셈이다. 자신이 채 총장을 구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긴 하지만 그 부분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나타낸 것이다. 즉, 최소한의 자존심을 내세운 것이고, 채 총장도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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