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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 올인’ 정답 아니다

원점 되돌아온 3차 FX사업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스텔스기 올인’ 정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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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3000억 원은 3개사가 제시한 평균가보다는 낮지만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것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공군과 방사청은 충분히 MB 지시대로 F-35A를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항공기를 제작하려면 4대 이상의 시제기를 만들어 수년간 1000여 회 이상 다양한 시험비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 해결책을 찾아 양산기 설계에 반영한다.

F-35는 복잡한 개념으로 만든 전투기다. 기본모델을 만들어놓고, 육상 기지에서 사용할 공군형(A형)과 단거리 이륙을 하고 수직 착륙을 할 해병대형(B형), 항모에서 이·착함할 해군형(C형)을 파생시키기로 했다. 기본모델에서 3개 파생형을 만든다는 것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3개의 다른 전투기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3개 기종에 모두 쓰일 수 있는 기본모델을 만들려다보니 기본형 개발부터 늦어졌다.

록히드마틴은 공군형인 F-35A를 제일 먼저 개발해 시험비행한 후 2012년 양산하기로 했는데, 개발이 늦어져 2017년으로 양산 시점이 연기됐다. 이 시기도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개발기간이 늘어나면 개발비는 당연히 증가한다. 개발비는, N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양산기 대수로 나눠(N분의 1) 각각의 양산기에 부과한다. 따라서 개발비 부담을 상쇄하려면 양산기 대수를 늘리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값도 모르고 산다?

미 공군은 본래 소련 등 초강대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스텔스기 제작을 추진했다. 그런데 소련과 동유럽 국가의 붕괴로 냉전이 막을 내리자, 스텔스기를 사용할 기회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F-35A의 가장 큰 구매자인 미 공군이 애초 거론된 구매 대수를 대폭 축소해갔다. 미국은 영국 등 8개국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아 F-35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8개국도 냉전 종식을 이유로 구매 대수를 줄여갔다. 이렇게 되면 N값이 작아져 양산기 가격이 올라간다.

이는 F-35A를 사야 하는 미 공군은 물론 F-35A를 팔아야 하는 록히드마틴에도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은 당초 F-35를 미국과 8개 투자국에만 우선 판매(1차 양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계획을 바꿔 투자하지 않은 나라에도 1차 양산기를 판매하기로 하고 대상국 물색에 나섰다.

그런데 F-35A는 개발 중인 전투기인지라 가격을 확정할 수 없었다. 가격은, 록히드마틴에 이 전투기 개발을 의뢰한 미국 정부(공군)가 개발 완료를 인정하 고 1차 양산 대수가 결정돼야 확정된다. 그전까지 구매국들은 대수만 결정해놓고 기다려야 한다. 대수만 확정해놓고 금액은 나중에 결정하는 식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미국은, ‘대외군사판매’로 번역되는 FMS(Foreign Military Sales)로 부른다. FMS는 새로 개발하는 무기를 판매할 때 주로 쓰인다.

미국(공군)과 록히드마틴은 추가 구매국으로 일본 이스라엘 한국을 지목하고 집중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일본이 구입을 결정하고 계약을 맺었다(도입 대수 결정).

그런데 공동 투자국인 캐나다와 호주가 F-35A가 1차 양산되는 2017년 이후 도입을 결정하겠다며 물러났다. 개발비는 1차 양산기에 부과되기에 2차 양산기는 상대적으로 값이 내려간다. 2차 양산에서는 1차 양산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개선될 수도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F-35A의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2차 양산 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 미국으로선 산토끼를 잡아온 대신 집토끼를 놓쳐버린 셈이 되었다.

이러니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한국이 F-35A로 결정하면 FX사업비가 1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자 얼마 후 12조 원대로 내려왔다가 최종 가격협상을 할 때는 10조 원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F-35A는 FMS로 거래되니 10조 원도 추정 가격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왜 록히드마틴은 애초에 8조3000억 원 이하로 F-35A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록히드마틴이 한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잔꾀’를 부렸다고 의심했다.

환율 덫에 걸린 유로파이터

록히드마틴은 3차 FX사업에 참여해야 F-35A를 한국에 홍보할 수 있다. 한국에는 미 7공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7공군은 F-35A를 비싼 값에 구입해야 하는 미 공군본부의 영향을 받는다. 때마침 미 국방부는 예산 자동 삭감제 ‘시퀘스터’가 발동돼 고통을 받았다. 예산 압박을 받게 된 미 국방부와 공군은 한국 공군과 방사청에 F-35A 도입을 요청했다.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재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었다. 그러한 때 록히드마틴은 미국 국무부에서 동아시아를 담당한 차관보가 퇴직해서 만든 싱크탱크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한국 문제를 담당했기에 한국 요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적잖은 사람은 “3차 FX사업은 미국 정부(F-35A) 대 미국 기업(F-15SE를 내놓은 보잉) 간의 경쟁이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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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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