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誌上 강연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前 서독 심리전 총책임자의 충고

  • 정리·계동혁 한국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nicekye@gmail.com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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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7월의 일도 잊지 못한다. 민주화된 동독 국방장관 라이너 에펠만이 본을 방문해 강연했기 때문이다. 에펠만은 “통일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7~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한 달 뒤인 8월 나는 동독의 초청을 받아 그곳 국방부 영빈관에서 ‘전체주의는 고도로 산업화한 세계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주제로 연설했다. 동독군 장군과 고위 공무원들이 내 연설을 들었다.

동독군 합참의장 호프만 제독은 나와 커피를 마시면서 “부크벤더 씨, 우리가 여기에서 함께 커피를 마실 것이라고 상상이나 해봤습니까”라고 했다. 나는 “우리는 이미 미쳐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라고 답했다.

1년 전만 해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동·서독군 관계자가 상대를 방문해 연설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서독 TV광고가 강력한 심리전 수행



에릭 호네커 총리 집권 초기, 동독 경제는 제법 발전했지만 날이 갈수록 서독에 밀려났다. 왜 그렇게 됐을까. 1949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설치된 1961년 8월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은 385만4600명이다. 그중 48%가 25세 이하의 젊은이였다. 젊은이의 손실은 무엇으로도 보전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일해야 할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동독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안겼다.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있긴 하지만 빌리 브란트의 긴장완화 정책도 큰 영향을 끼쳤다. 동방정책 덕분에 동독 주민들은 서독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는데, 그 결과 그들은 서독 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서독 TV의 광고가 강력한 심리전을 수행했다. 서독 주민의 생활수준을 TV 광고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없었다. 이 때문에 “진실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진실이 생각을 바꾸게 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서독이 돈을 주고 동독의 정치범들을 구출(서독으로의 정치적 망명)해온 것도 큰 힘이 됐다. 동독은 1964~1989년 교도소에 갇혀 있던 3만3755명의 정치범을 서독으로 추방하면서 정치적 골칫거리를 제거하고 외화도 버는 일거양득으로 여겼을 것이다. 서독은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34억3680만 마르크를 지출했다. 이런 지출은 오늘날 옳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연세대에서 독일 통일과 심리전에 대해 특강한 부크벤더(75) 박사. 군인 출신인 그는 역사학, 철학 교육학, 영문학을 공부해 학자의 길을 걸었다. 200여 권의 저서가 있다.

회색 심리전에 주력

심리전은 적의 여론과 감정, 태도, 행동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적을 아군에 중립적으로 만들고, 종국에는 국가의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약점을 이용해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도 목표로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반부인 1944년 미군의 심리전은 정말 탁월했다. 미군은 ‘네가 탈출한다면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라고 쓴 삐라를 뿌렸다. 궁지에 몰린 독일군은 이것을 보고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군의 포로가 되기를 원했다.

심리전은 기술적 측면에서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통합된 전장(戰場)에서 실시하는 전략적 차원의 심리전인데, 한국에서 실시하는 심리전이 좋은 예다. 둘째, 전투에서 적 부대를 직접 겨냥해서 하는 전술적 차원의 심리전이다.

셋째는 통합 목적의 심리전이다. 후방에 있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혹은 아군이 점령한 적 지역에서 그 지역 주민을 선무(宣撫)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의 심리전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아군 작전을 지원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심리전은 출처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할 수도 있다. 백색선전은 공개된 기관에서 하는 작전이다. 회색선전은 심리전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을 드러내놓고 하는 작전이다. 흑색선전은 심리전을 수행하는 기관을 드러내지 않고 하는 작전이다.

동독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할 때 우리는 흑색선전을 하지 않고 회색선전을 했다.

심리전의 성공 방정식은 S=C²이다. S는 Success(성공), 2개의 C는 Com-munication(전파)과 Credibility(신뢰)다(Success=Communication×Cred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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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계동혁 한국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nicek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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