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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안철수-민주당 통합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시험대 오른 안철수 새정치

  •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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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정치에서 현실정치로 단단하고 통 큰 리더십이 관건

2012년 12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말 마지막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

물론 그간 자신이 해왔던 말을 뒤집는 것이 과연 새정치냐 하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건 전적으로 그가 져야 할 부담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새정치를 내걸 때부터 이런 논란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도 모르는 또는 각자가 정의하는 개념이 다 다른 게 새정치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나 행위를 할 때마다 과연 새정치에 부합하는지가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논리적 정합성이나 정책적 순수성을 견지하겠다면 몰라도 정치문법이라는 것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인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이런 논란을 누군가는 잘 극복하고, 누군가는 그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통합과정이나 통합 이후 자신의 새정치를 지지하던 시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계속 지지를 끌어낼지는 그의 리더십에 달린 문제다.

과거 3당 합당이란 극약처방으로 대권을 거머쥔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이후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 3당 합당 이후 절대 의석을 가진 여당이 뒤이은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했음에도 YS가 그런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그의 리더십에 있다.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쓸쓸히 영국으로 떠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야권 분열을 낳는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을 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이겨내고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역시 자신의 리더십으로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예도 있다. 예컨대 김영삼 정부 시절 인기 좋던 박찬종 전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신한국당에 들어간 뒤 결국 몰락한 것이 대표적 예다. 박 전 의원이 실패한 것은 인기를 뒷받침하는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참모와 리더십

선진국일수록 불신의 대상이 되는 정치를 통해 지도자를 길러내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최고지도자를 뽑는다.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인기만이 아니라 리더십을 통해 판별하고 선택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선택에서 최악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이고, 정치 지도자 중에서 최악은 욕먹는 결정을 두려워하는 선인(善人)이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의 통합 선택은 이제 스스로 권력의지를 가진 정치인으로서 정치문법에 따라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면서 타협하는 게 정치의 숙명이다. 그러려면 더더욱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안철수에게 그런 팀이 있을까? 소설 ‘삼국지’의 시작은 도원결의(桃園結義)다. 그런데 유비, 관우, 장비의 당시 처지를 생각해 보면 동네 건달 3명이 모여서 술 한잔 하면서 짐짓 허풍을 떤 것이나 다름없다. 술자리 농담을 멋있는 드라마로 각색해낸 스토리텔링(story telling)도 훌륭하지만 이들 3인이 끝까지 의리를 지키면서 천하를 주유한 것도 아름다운 텔링스토리(telling story)다. 역량으로 보면 조조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유비가 촉이란 나라를 건국하는 것도 그 시작은 도원결의를 맺은 관우, 장비의 의리 덕분이다.



정치인의 성공, 특히 대통령에 오르는 아주 예외적인 성공의 이면에는 뛰어난 참모가 있다. 좋은 참모를 곁에 두는 것은 행운이 아니라 리더십의 결과다. 운이 아니라 리더의 그릇이나 포용력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리더가 똑똑하거나 이력이 화려하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다. 새도 나무를 가려 앉듯이 참모도 리더를 ‘선택’한다. 이 선택의 동인은 작은 이해타산이 아니라 공감이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주어야 한다. 과연 정치인 안철수에게 관우·장비가 누구이며, 제갈공명은 또 누구일까? 조조도 순욱이란 인물을 만나면서 승승장구했고, ‘초한지’의 날건달 유방도 장량을 만나서 꽃을 피웠다.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처음 출마 선언을 하고 거의 1년 동안 힐러리 클린턴에게 30%P 내외로 계속 밀리는데도 그의 캠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바마와 전략가 데이비드 엑설로드, 캠페인 매니저 데이비드 플러프가 단단하게 결속했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으로 신뢰하는 최강의 팀 구축, 더 큰 싸움을 앞둔 안철수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새정치는 일면 허상이고, 일면 실체다. 새롭게 등장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새정치를 말한다. 과거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세력도 새정치를 말했다. 그런데 아직 이 땅에 새정치가 실현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어쩌면 새정치는 용의 존재처럼 마치 있는 것처럼 생각하나 사실은 상상의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때론 실체를 갖기도 한다. 과거 40대 기수론을 내건 김영삼·김대중이 그랬고, ‘탈(脫)권위’를 외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다. 과거와 다른 새정치를 선보였다. 시민은 끊임없이 기성 정치를 불신하면서 새 인물에게 환호를 보냈다. 허상인 듯한데 실체가 있고, 실체를 잡으려고 하면 어느새 멀어지는 게 새정치다. 분명한 것은 새정치는 그것을 표방한 당사자가 실천해야 비로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기성 정치의 모든 관행을 무시하는 것이 새정치가 아니다. 아침 이슬을 먹은 뱀은 독을 만들지만, 젖소는 우유를 만든다.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정치가는 신념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를 추구해야 한다. 더러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의미다.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선함이 있어야 한다.

‘구름당 당수’라고 불리던 안철수가 이제 땅으로 내려왔다. 정도전이 세상 속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역성혁명을 꿈꾸고, 친구와 사생결단하면서 이상을 추구했듯이 안철수도 매일매일 실천과 싸움 속에서 리더십을 벼리면서 자신 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가 현실이라는 괴물에게 먹힐지, 아니면 그 괴물을 제압하는 영웅이 될지는 전적으로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신동아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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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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