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中, 한국 주도 통일 반대 안해 北 급변사태 땐 조건부 개입”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의 중국 진단

  • 황의봉 | 세종대 초빙교수·전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hyp8610@hanmail.net

    입력2014-08-20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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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한국 주도 통일 반대 안해 北 급변사태 땐 조건부 개입”
    4월 국립 대만대학 정치학과 소속 중국대륙 및 양안관계 교육연구센터는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의 중국안보해석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센터는 중국 연구에서 일가를 이룬 주변 국가 학자들의 학문적 업적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발간 중인데, 황 교수가 그 9번째 대상 학자로 꼽힌 것이다. 한국에서는 역사학 분야의 전해종·이춘식 교수(공저자)의 조공관계 연구에 이어 2번째에 해당한다.

    중국어로 출판된 ‘위협과 피위협의 사이, 한국학자 황병무의 중국안보해석서’란 제목의 이 책은 황 교수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멜 거토프(Mel Gur tov·포틀랜드대 명예교수)와 공저한‘China under Threat’(1980) 및 ‘신중국군사론’(1992)을 비롯한 각종 저서와 국·영 논문 언론기고문 등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 문제, 특히 군사와 외교안보 문제에 천착해온 황 교수는 이 분야의 석학으로 꼽힌다. 중국안보 문제를 독특한 분석틀에 의거해 해석해내는 그의 학문적 업적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황 교수는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직속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3가지 충동요인

    ▼ 최근 대만대학에서 황병무 교수의 중국안보해석서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평생 중국 문제에 천착해온 처지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 중국안보해석서 출판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할까요. 제가 30여 년 전 중국안보 문제를 3개 충동요인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이론적인 프레임을 제시한 것인데, 그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실증적인 연구를 많이 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의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잘 알려진 데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학자와 전문가들에게는 널리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군요. 대만의 국립대학에서 이런 연구서를 출판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문제를 두고 우리 주변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어떤 시각으로 연구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황 교수께서는 중국 안보정책결정의 3대 요소로 역사적 충동요인, 사회주의 충동요인, 그리고 혁명적 충동요인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내용입니까.

    “역사적 충동요인이란 한마디로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탈로부터 중국이 일어섰다는 역사적 경험이 이후의 안보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반제(反帝), 반패권이 신중국 건국 이후 오늘날까지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사회주의 충동요인은, 공산당 영도하에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반(反)수정주의와 개혁 개방의 영향을 받은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혁명적 충동요인이라는 것은 국제사회, 특히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가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착취와 압박을 받는다고 보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명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 혁명적 충동요인은 나중에 국익을 중심에 놓고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립되는 경향을 띠게 됩니다.”

    ▼ 그러니까 이 3가지 충동요인이 시기에 따라 사안별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중국의 안보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인데요, 중국 역사상 중요한 안보 이슈라 할 6·25를 통해 본다면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6·25전쟁은 혁명적 충동요인과 역사적 충동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반면, 사회주의 충동요인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이 남침문제를 스탈린, 마오쩌둥과 협의했을 때 마오쩌둥도 동의해 전쟁을 지원하게 됩니다. 아시아 공산주의운동의 주도권을 중국이 가져야 한다, 남한을 적화해 해방시켜야 한다는 혁명적인 충동요인이 작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남한의 공산화가 거의 성공하는 듯했지만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북한 인민군이 밀리게 되지 않습니까. 이때 중국이 참전을 결정하면서‘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이게 바로 반제를 내세운 역사적 충동요인이 작용한 것입니다.

    반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자 사회주의적 충동요인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어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한 자원 배분이 어려워지고, 대만을 상대로 한 사회주의 국가통합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中, 한국 주도 통일 반대 안해 北 급변사태 땐 조건부 개입”

    황의봉 세종대 초빙교수와 대담하는 황병무 교수(오른쪽).



    대미 모순과 대일 모순

    ▼ 3가지 충동요인에 의한 중국의 안보정책 내지는 국가전략의 분석틀을 현재의 대외관계, 나아가 향후의 국제질서에 적용하면 어떻게 설명이 되겠습니까.

    “중국 역대 지도자는 모두 중국적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냉전체제가 지속되는 기간에 중국은 자력갱생 노선으로 자본주의진영과 의도적으로 교류를 차단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고립됐습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비로소 미국 일본 한국 베트남 등과 관계를 개선하게 됩니다. 사회주의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므로 주변환경과 국제환경을 평화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 혁명적 충동요인이 국력 약화로인해 구호로만 그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개혁개방 이후 국력이 커지자 이를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질서를 바꿔야 한다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의 변화는 사회주의 충동요인, 즉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에 제약이 되는 것들을 변화시켜야 하겠다는 겁니다.

    한 예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금융질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때 중국은 기존의 질서를 때려 부수자는 것은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제도에 참여해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안을 갖고 나온다는 게 하나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일면 투쟁, 일면 연합을 강조하지요,”

    ▼ 그런데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강대국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도 같은데요. 비록 국제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질서 변화라고 하더라도 기득권을 가진 기존 강대국들이 호락호락 용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발휘할 수 있는 어떤 특유의 해법 같은 게 있습니까.

    “이 해법이라는 게 중국식으로 말하면 모순론과 연합전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국제모순의 복잡성을 말하는데, 이른바 초강대국과의 모순, 지역 강대국과의 모순, 그리고 중소국가와의 관계 모순이 있다는 겁니다.

    이 모순에는 서열이 있습니다. 대미 모순이 1차적 모순이고 대일 모순은 2차적입니다. 그런데 이 모순을 해결하려 보니까 초강대국과의 직접 대결로 나가면 기존 질서를 무시할 수밖에 없으므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강대국과의 충돌과 대결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게 중국의 방침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강대국들이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려고 한다면 중국도 자국 주도로 새 경제질서를 만들어 해법을 찾겠다는 겁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제3세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직접 싸우지 않는 대신 제3세계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장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아시아 회귀로 기존 동맹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 중국도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심의 24개국 지역안보협의체를 주도하려 합니다.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시 주석은 아시아인 주도의 아시아 집단안보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중국이 모든 국가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세계국가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명칭의 차이보다 그 내용이 중요합니다.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은 국가와의 협력만이 아니라 투쟁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중관계, 한중관계 모두 협력과 투쟁이 병존합니다. 이른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전술이지요.”

    국가주의와 국제주의

    ▼ 중국이 강대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보면 굉장히 거칠다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석유시추시설을 두고 베트남과 영유권분쟁을 벌이는 서사군도(파라셀군도)에서는 물대포 공격을 퍼부어 베트남 선박을 침몰시킨 바 있고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에서도 거친 행동을 보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공세적 민족주의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이런 중국의 공세적 태도가 군부에 의해 추동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주요 안보정책 결정에 군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겁니까.

    “과거 중국의 민족주의는 반제, 반패권을 부르짖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표출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중국의 국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의 입장과 가치, 제도를 국제사회에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려 한다는 의미에서 공세라는 말이 쓰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공세적이라고 해서 이게 ‘공격’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국의 안보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충동요인이 1980년대가 되면 2개의‘주의’를 지향하게 되는데, 바로 국가주의와 국제주의입니다.

    예를 들어 반패권을 강조하는 것을 저는 국가주의라고 합니다. 반면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로운 국제환경을 조성해야 된다는 시각을 국제주의라고 봅니다. 군부는 이 2개의 주의 가운데 국가주의를 대변하는 겁니다. 특히 영토와 주권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중국 군부는 하나의 압력단체 수준입니다. 중국의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는 군 출신이 없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중국은 당의 엄격한 통제를 받습니다.”

    ▼ 미중 간 경쟁과 동아시아 정세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시진핑 정권의 외교안보전략은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하는 데서 그 의도가 잘 드러납니다. 부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더불어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인데, 실제 앞으로의 중미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봅니까.

    “아시다시피 중국이 말하는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미국 정부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입니다. 중국은 공평,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아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불개입을 강조하거든요.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에서 동맹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동맹국에 어떤 안보적인 위협이 있을 때 지원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에요. 이 동맹체제가 하나의 질서를 형성하는데 유사시 미국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동맹국들이 이탈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고, 앞으로 미중 간 양국관계나 지역문제 혹은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조정하자는 태도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를 존중하라는 것이고, 중국이 힘에 의해 현상타파를 하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새로운 질서를 경제 분야에서부터 만들어보자는 의도를 갖고 있어요.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들어가보았자 돈만 내고 발언권도 없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도 만듭니다. 아시아 국가들끼리 안보 분야에서 신뢰구축을 위한 안보포럼도 활성화합니다.”

    군사력으로는 미국 상대 안 돼

    ▼ 많은 전문가가 미중 간 국력의 격차, 특히 군사력의 격차가 아직은 크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하지만, 최근 중국의 군비 확충과 무기 개발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이 앞으로 미국과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중 간의 군사력 경쟁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도광양회(韜光養晦),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힘을 기르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결정적으로 정보전에서 미국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여기서 정보라는 건 탐지 능력을 말합니다. 어떤 위험이 어디서부터 오는지를 감지해야 하는데, 인공위성이라든지 이지스함, 레이더 같은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전장의 통합관리를 위한 지휘통신체계도 미흡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전력의 해외투사능력이 미국에 크게 뒤져 있어요. 지금 중국이 항모 1척을 가졌다고 하지만 미국은 벌써 태평양에만도 5, 6척의 항모전단을 전개합니다. 사실 미국은 전쟁으로 날이 새고 지는 나라였어요.

    반면 중국은 1979년 공식적으로 베트남과 지상전을 벌인 뒤로 전쟁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습니다. 중국으로선 미국과 전략적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미중 간에 정치·국방 수뇌 간 전략대화가 제도화해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해군합동훈련(RIMPAC)에 참가했어요.”

    ▼ 중일 간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요. 이런 경우의 상황 전개 양상은 어떻게 예상할 수 있습니까.

    “냉전기 6·25 참전을 제외한 몇 번의 대만해협 위기, 3회의 국경전쟁, 남사군도의 분쟁도서 점령 등 모든 무력 사용은 중국의 영토와 주권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사용 유형은 단기 응징전이었어요. 사회주의 충동요인, 즉 중국 경제 발전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중일 무력충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실화할 경우, 양국의 단독 대결이 되리라 봅니다. 중국은 절대로 미국이 개입할 정도로 전쟁을 확대하진 않을 것입니다.

    현대전은 속전속결이에요. 초전이 중요합니다. 만약 중일이 서로 상대국 본토를 공격하면서 확전한다면 이건 두 나라가 모두 미친 겁니다. 재앙이에요. 섬 하나 때문에 전면전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중국은 ‘공격 받으면 반드시 반격한다(人若犯我, 我必犯人)’는 원칙하에 ‘너는 네 방식으로, 나는 내 방식대로 싸운다(·#54991;打·#54991;的 我打我的)’는 중국식 싸움을 강조합니다. 아마도 단독 대결로 갈 것이고 국지충돌로 종결될 거예요.

    예를 들어 어느 한쪽이 항공기라든지 잠수함, 수상함정을 격침하면 그에 상응한 수준의 보복이 이어질 것 아닙니까. 바로 이런 수준에서 종결하는 식이지요. 일본 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미국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군사적 충돌이 장기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미국은 계속 중국에 경고하겠죠, 아무튼 우발적인 무력시위가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양국 간에 상당한 수준의 핫라인을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의도적으로 한번 해봐야겠다고 할 때는 막을 수가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지요.”

    ▼ 한중관계와 한미동맹의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에 따른 우리의 외교안보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한중관계와 한미동맹 연계론 같은 게 제기된 바 있지만, 천안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실제로는 이 두 관계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야 할지가 한국외교의 당면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중국 미국과의 관계를 이끌어왔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앞으로도 유연성을 가지고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되, 중국과 경제협력을 하면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국의 긍정적인 개입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인 선택이 문제 될 수 있는 사안은 기본적으로 대만 문제예요. 그런데 요즘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가 좋기 때문에 우리로선 한숨 돌린 셈입니다. 대만 위기 발생 시 주한미군의 차출은 한미 간 사전에 협의하기로 했지요.

    그다음에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중일 간에 군사충돌이 벌어지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는 문제보다는 현실적으로 주한미군의 개입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요. 이 점도 한미 간 사전협의가 필요합니다.”

    중일 분쟁, 주한미군 개입이 관건

    ▼ 한미일관계와 한중관계에 우리가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 같은데요. 향후 미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예를 들어 두 나라 관계가 몹시 악화됐을 때 우리의 대처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미중관계에서 아마도 군사적인 충돌은 없을 겁니다. 이 두 나라 사이가 나빠진다고 해서 우리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할 정도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레버리지로 사용해 우리 국익을 훼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역으로 두 나라 사이가 좋아진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이 빨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북한 변수 때문이지요. 다만 중국은 한미동맹 체제가 강화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이를테면 한미군사훈련의 강화, 병력증강, 신무기 도입 등을 바라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중관계 악화가 우리의 외교적 자율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선택을 강요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중국과도 전략적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도 이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정경분리 접근 필요

    “中, 한국 주도 통일 반대 안해 北 급변사태 땐 조건부 개입”

    국빈 방한한 시진핑 주석이 7월 4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한 후 걷고 있다.

    ▼ 그런데 한미중 3각 관계와 관련해 미사일요격망 건설, 이른바 MD(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이라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미일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한국이 참여하길 바라고 중국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우리는 북한 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 과연 우리가 미국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그런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명색이 동맹국인 한국이 MD에서 빠질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핵과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는 킬체인(Kill Chain)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킬체인은 북한의 핵 미사일 사용 임박 단계에서 선제타격으로 제거하는 체계죠. 하지만 잔존 북핵 미사일이 발사돼 탄두가 우리 표적을 타격하기 전에 파괴할 수 있는 한국형 공중 미사일 방어망(KAMD)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사실 한국은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미국 주도의 MD에 들어가봐야 방어적인 면에서 실효성이 없어요.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기 때문에 요격시간이 짧은 것은 물론, 요격고도가 30㎞ 이하로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MD에 편입하기보다 종말 저고도 요격체계로 PAC-3 외에 2개의 신형 요격체계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고려하는 데 반해 중국은 사드 배치는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 최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통해 중국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 한일관계를 이간시키고 한미일 3각동맹을 약화시킬 단초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한국이 중국과 공조해 일본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을 들어 향후 외교적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언론에서 적지 않게 제기된 바 았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과 공조해 일본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서 한미일 관계를 이완하기 위해 중국이 직접적으로 미국을 떼어놓는 전략을 쓸 수는 없어요. 그래서 고리가 약한 일본의 역사왜곡을 겨냥해 공조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2차 모순을 이용하려 한 것이죠.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 6·25 때 중국이 우리의 통일을 저지한 점과 동북공정이라는 또 다른 역사왜곡입니다. 대(對) 중국 연합과 투쟁이 필요한 대목이죠.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중 공조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한일 공조를 동시에 생각해야죠. 이런 것을 빼놓고 중국과의 역사 공조에 대한 과대평가는 다소 섣부른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 공조 문제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시 주석 방한 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유도, 제의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여기에 1000억 달러를 내고 50%의 지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한국은 돈만 내고 발언권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미국도 반대하고 있어 우리가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저는 정경분리로 접근해도 된다고 봅니다. 왜냐면 북한에 대한 투자 같은 문제에 대해 우리가 들어가야 줄 것은 주고 막을 것은 막는 등 우리의 방침을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충돌 원하지 않아

    ▼ 시진핑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점을 들어 중국의 대북정책에 전략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중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해법에는 합의하지 못했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자주적 평화통일 원칙만 재확인하는 데 그쳐 중국의 전략적 변화가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변화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합니까.

    “제가 보기에 아직까지는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인 변화가 있다고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일단은 북한에 대한 전술적인 변화로 볼 수 있겠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일단 도발을 중지하라, 미국이 요구하는 회담 조건의 일정 수준에 대해 수락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원하는 수위까지는 중국도 바라지 않는다, 이런 태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북한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라는 주문을 하는데, 한국에도 이런 점을 미국에 잘 전달해 미국의 요구 수준을 좀 낮추도록 노력해달라는 식으로 나왔을 거예요. 중국의 전술적 변화라는 게 이런 정도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한중이 함께 미국을 좀 설득하라고도 합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사전적인 조치 수준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겁니다.

    지난해 제가 중국에서 한반도 관련 인사들을 만났을 때 ‘김정은 정권이 들어섰는데, 왜 적극적으로 북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느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당신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장성택 처형사건만 해도 중국이 공식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내정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북한의 처리방식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때 북한이 중국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도 4차 핵실험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얘기하지 않아요. 전술핵무기의 배치라든지 한국의 핵개발 등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양면적인 전략을 편다고 봅니다.”

    ▼ 중국의 전략적 변화 여부와도 연관되는 것이지만,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그동안 현상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어요. 그런데 최근 이런 기류에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는 지적이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 주도의 통일이 반드시 중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런 점을 중국도 이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1992년 한중수교 당시의 성명을 보면,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은 한민족 주도의 평화통일을 인정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2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한반도 통일 과정에 난(亂)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거죠. 내란이 발생하면 민족 문제에 강대국이 개입할 수 있고, 이는 내우(內憂)가 외환(外患)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자칫 항미원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역사적 충동요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미국과 충돌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회주의 경제 발전시키기도 바쁜데 말이죠. 그래서 과정에서의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밝힌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3대 제안,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평화통일 정책과 유사합니다. 선경후정, 선이후난, 선공후득(先經後政, 先易後難, 先供後得)을 바탕으로 추진되죠. 북한이 흡수통일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혔는데도 시 주석은 지지했지요. 우리의 통일 준비는 통일의 당위성과 유익성에 국민 여론을 결집해야 합니다.

    또 북핵 문제만 해결된다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중국·대만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됩니다. 중국도 최소한 통일된 한반도는 남북한의 국력으로 볼 때 한국 주도가 될 것이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이를 반대할 수는 없어요. 다만 통일의 결과, 이것이 최소한 완충지대는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통일한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협력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또한 통일 과정에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수 없죠. 이에 대한 준비를 우리가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한반도 급변사태와 외세 배격

    ▼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중국의 희망과는 달리 한반도에 어떤 불안정성이 나타날 경우, 예를 들어서 북한 내부요인으로 인한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으로서도 뭔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럴 때 중국의 개입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아야 합니까.

    “북한 유사시 중국의 개입은 조건적이라고 봅니다.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서너 가지 문제가 생겨요. 첫째, 북한 정권의 붕괴가 올 수 있지 않습니까. 그때 북한 엘리트들의 행동에 따라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북한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대량살상 문제가 생긴다면 보호할 권리(Right to protect) 때문에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개입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겁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핵무기를 절취당한다든지 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거든요. 이 점에서 북한 핵은 급변사태 시 외세 개입의 억제요인이기보다 촉진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급변사태 시 이 세 가지 복합 요인에 따라 개입 여부가 결정되리라고 봅니다.

    중국이 더 염려하는 것은 북한 급변사태를 계기로 한미 군대가 북한에 들어가 북핵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통일의 기회로 삼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반패권 즉, 역사적 충동요인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북한 급변사태 시 제1 정책은 북한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해 중국 쪽으로 가고 우리 쪽으로도 오면 우리가 수용을 해야 합니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처리한 한 가지 모델이 있어요. 바로 코캉 모델입니다. 미얀마의 코캉 지역에 코캉족이 있는데 이들은 한족입니다. 인구가 35만쯤 되는데 자치권이 있고 군대도 가졌습니다. 2009년 이들의 마약 제조를 단속하려 정부군이 들이닥치니까 3만여 명의 난민과 군인이 중국 윈난성으로 넘어오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이때 중국은 자기 민족 보호를 위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미얀마 정부에 대해 월경난민을 난민촌에 받아들이지만 절대로 개입하지는 않겠다, 너희 국내 문제가 안정되면 다시 돌려보내겠다고 했어요. 이게 하나의 선례입니다.

    제가 중국의 군 출신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슬쩍 떠보면 뭣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느냐는 반응이에요. 심지어는 북한이 흡수해달라고 제사를 지내도 안 한다는 겁니다. 이런 중국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어떠한 이유에서든 외세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외세라는 건 미국이나 중국이나 같습니다.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워 우리 내부 문제로 처리하고 안정화해야 합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도 정권은 교체될지언정 국가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백두혈통은 이제 그만해야겠죠. 그렇게 되면 새로운 리더십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도록 해야겠지요. 이때 우리는 외교력을 발휘해 주변국들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주면서 중장기적으로 선경후정을 바탕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들어올 것 같으면 선제적으로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한미중 3국 간 타협을 해야 할 겁니다.”

    ▼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외교안보를 이끌어갈 정책 당국자들한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습니까.

    “외교안보정책은 정권이 변하더라도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국내외 정세, 특히 발생 가능한 내우외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안보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보 실패와 정보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또 부처 이기주의를 초월한 정책의 조율 및 집행이 요구되는데, 그 과정에서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 안보에서 실수하게 되면 그 피해가 무척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정말 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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