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號 70돌

진보-보수 지식인이 제시하는 ‘한국호’ 항로

“국내 모순의 ‘외부화’로 숨통 틔우자”
“한쪽이 ‘2등 시민’ 되는 통일론은 위험”

  • 패널 : 안경환 이영훈 사회·정리 : 김진수 기자

진보-보수 지식인이 제시하는 ‘한국호’ 항로

2/6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의 일정

이영훈 박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이 문제라는 데 동의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니 한국인이 싫어하는 아베 일본 총리와 박 대통령의 일정을 비교해놨던데, 아베 총리는 하루에 10개 일정을 소화하더군요. 오전 10시 22분에 자민당 정조회장단을 만났다, 35분 뒤엔 시내 어디로 가서 무슨 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다시 40분 뒤엔 또 뭘 했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200~300명을 만나서 어젠다를 주고, 보고를 받는 초인적 일정을 소화하면서 광범위하게 소통하니 일본이란 큰 나라 전체가 총리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하루 일정은 3개가량입니다. 공식 사이트에 뜨는 걸 보면 오전 1~2개, 오후 1~2개. 그것도 어디서 연설했다, 회의 주재했다, 그런 정도죠. 저녁시간 이후엔 ‘블랙홀’이에요. 이 점에 심각한 개인적 결함이 있다고 봅니다. 국가와 사회라는 경영체를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이끄는 리더들, 그 조직 구성원들과의 부단한 접촉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어젠다를 부여하고, 토론하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이 갈릴 땐 타협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걸 결여하니 문제죠.

그렇다면 이전 대통령들은 달랐을까. 국가 경영에 있어 큰 비전을 내놓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을 제시했다는 면에선 다들 마찬가지라 봅니다. 저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는 정치인 개인만의 책임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 한국 지성사회의 병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진사회의 지성인



안경환 10여 년 전 어느 일본인이 제게 “한국에선 아직도 지성인의 구실이 강조되는 게 참 부럽다”고 했어요. 그런데 통합적 지혜를 가진 지성이 가능합니까. 각자 전공 분야와 이해관계가 다르잖아요. 통합적 지성이란 있을 수 없고, 지성인의 구실이 강조된다는 것 자체가 곧 후진사회임을 의미합니다. 정치를 포함해 사회 전체 지성의 수준이 향상돼야 해요.

이영훈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은 과거사 해석을 둘러싼 분열에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분열은 미래를 공유하지 못해 발생합니다. 분열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새누리당이란 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야당의 주요 구성원이 지닌 역사의식은 크게 달라요. 과거사를 보는 눈이 달라서죠. 그러니 선진국 진입이니 통일이니 떠들면서도 어느 한쪽도 국민에게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어젠다를 내놓지 못해요. 10년, 20년, 30년 뒤 한국 사회가 어디쯤 가 있어야 한다는 비전에 대해 공유하지도 않고 토론하지도 않아요. 이 간극은 쉽게 극복되기 힘들고, 다음 세대에서나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보수를 표방합니다. 그렇더라도 정권 초기에 독단적 국정운영과 부패·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이전 정부의 과오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앞섰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지적도 있습니다.

안경환 저는 좀 달리 생각합니다. 현 정부와 이전 정부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건 맞죠. 이전 정부의 잘못이 있으면 물론 바로잡아야죠. 그런데 일례로 4대강 사업의 경우 아직 확실한 선악 관계가 드러난 건 아니잖아요. 예컨대 5·18민주화운동 같은 명백한 사건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죠. 게다가 부패와 비리가 있었다는 걸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전 정부의 과오를 우선적으로 처리했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와 별개로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비전과 관련해 얼마만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를 내놨는가 하는 부분에서 신뢰감을 잃은 게 더 문제죠.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같은 문제는 나중에 적정한 절차를 거쳐 해결해도 늦지 않아요.

이영훈 자원외교의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실패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부정한 자금을 조성하거나 착복하기 위한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4대강 사업에도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그 부작용 또한 정책의 실패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각종 부패·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고 봐요.

첫째, 기득권을 먹고사는 계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정점에 자리한 게 저 같은 교수이고, 바로 아래는 공무원, 좀 더 밑은 기자, 대기업 사원, 그 아래는 공기업 및 금융기관 직원들이죠. 한국에선 이들이 귀족이에요. 이들을 다 합쳐봤자 전체 국민의 10%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90%는 옛날로 치면 유랑하는 하층민쯤 될 거라는 거죠. 이런 구조가 지난 20~30년 동안 형성됐어요. 이들 특권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학연·지연 등의 집단 연고주의를 공공연히 재생산하는 겁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선후배들이 원자력발전소에 포진해 서로 봐주기 한 것 보세요. 이렇듯 신분제적 위계가 아직도 공고합니다.

둘째, 우리 정신문화가 일견 우수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돈과 직위 등 물질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에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냐’고 묻는 앙케트 조사를 하면 ‘빌 게이츠’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아요. 물질주의 지향과 신분제적 사회 편성이 결합돼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이 고질적 구조를 과감히 깨뜨리는 게 선진화라고 생각합니다.

2/6
패널 : 안경환 이영훈 사회·정리 : 김진수 기자

관련기사

목록 닫기

진보-보수 지식인이 제시하는 ‘한국호’ 항로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