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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들, 수정안 관철 의지 있었나”

세종시 수정안 주도, 정운찬 前 총리 토로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MB 측근들, 수정안 관철 의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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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로 넘기자?

김연광 19대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쓴 책 ‘선택’(2011)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김 실장은 2009년 10월부터 특임장관실 특임실장을 지내며 세종시 수정안 작업에 참여했다.

총리실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이 게으르고, 실현 가능성 없는 꿈같은 아이디어만 내놓는다” “국민투표가 안 된다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할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 박심(朴心)을 어떻게든 돌리던가, 아니면 다른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는데, 청와대는 무엇을 했습니까.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세종시 원안을 정말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수정할 의지가 확고한지에 대해 당시 저는 확신을 못했어요. ‘이게 국민투표감이냐’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하기 싫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비슷한 거죠. 그런데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하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 201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죠.

“국가의 장래보다는 개인, 나아가서는 정파나 정당을 우선하는 정치 풍토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가결되긴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 하신 말씀인데, 그분은 국회에서 가결될 걸로 생각했다더군요.”

정 전 총리는 이튿날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총리가 사퇴하겠다고 하는 것이 옳지 않아 표현을 ‘사의’에서 ‘책임’으로 바꿨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귀국 후 저를 불러서 그만두지 말라며 만류했어요. 제가 ‘대통령께서는 프리핸드(자유재량)를 가지고 일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8월 11일 퇴임했습니다.”

▼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정치논리에 희생됐습니다.

“국회의원 각자가 사안마다 옳고 그름을 택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자신이나 정파, 정당을 중심으로 표결해선 안 돼요. 게다가 내각책임제라면 당의 의견이 있을 테지만,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예요. 자신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의사 결정하는 건 옳지 않아요.”

“할 말은 다 했다”

정 전 총리는 “내가 써놓은 글이 있는데…” 하며 A4용지 3장을 건넸다. 글의 요지는 이렇다. ‘세종시는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실패고,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목적 달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치인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거짓 신뢰를 앞세울 경우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부담만 남긴다는 것을 세종시가 가르쳐주고 있다.’

“언론은 이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타이밍이 안 좋다’는 등의 지적을 하는데, 이왕 세종시가 거론됐으면 ‘세종시 문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자’라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미 된 것’이라는 사고 때문에 나라 망합니다. 2년 해보니까 비용이 무지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비용이 들어갈 거고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비용은 인정하고, 세종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해요.”

▼ 한 차관급 공직자는 “정책도 상품이라 팔아야 하는데, 마켓이 서울에 있으니…”라고 토로하더군요.

“가장 큰 문제가 차분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정말로 나라의 앞날을 좌우할 의사결정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장관은 서울에 있고, 차관은 서울 가는 중이고….”

정 전 총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이후인 지난해 6월, 채널A 시사프로그램 ‘이동관의 노트’에 출연해 “대통령과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2년 무렵부터죠.

“서울대 총장에 막 취임했을 때예요. 서울대 앞 고가도로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민원을 가지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처음 만나러 갔어요. 씩씩하고 좋더라고요. 솔직해 보이고요.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저한테 여러 자리를 제안하신 걸 보면, 그 분도 저를 좋게 보셨던 것 같고요.”

▼ 두 분의 팀워크는 어땠습니까.

“싸운 적은 없어요. 할 말은 다 했어요. 근데 자존심이 센 분이라 그런지 ‘당신이 옳다’는 말은 안 해요(웃음). 제 말을 들어주셨습니다. 받아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MB 측근들, 수정안 관철 의지 있었나”

정운찬 당시 총리가 충남 연기군을 찾은 2009년 10월 30일, 거리로 몰려나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충남 연기군 주민들.



신동아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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