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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性군기 무너진 한국군

계급 굴복이 합의? 여군 격리가 해법?

참을 수 없는 ‘性 갑질’의 뻔뻔함

  • 남성원 |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전 국방부 검찰단 검찰부장

계급 굴복이 합의? 여군 격리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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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섹스’…

계급 굴복이 합의? 여군 격리가 해법?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1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사 아가씨” 등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가해 당사자에게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군 당국이나 지휘부의 언행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난해 오 대위 사건이 세상에 공개되자, 군은 가해 소령의 성적 괴롭힘을 농담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자살의 상관성을 부정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식으로 오 대위 유가족에게 집요하게 합의를 종용하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여단장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직후인 1월 27일 성폭력 대책을 주제로 한 육군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 육군참모총장과 각 군사령관을 비롯한 장성들이 참석한 이 회의를 영관·위관급 장교 수천 명이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1군사령관은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여단장 사건과 관련해 “처음에 잘못된 것을 본인이 인지했으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고” 따위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군 하사가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으니 그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될 만했다.

이틀 뒤엔 피해 여군의 처지는 전혀 안중에 없고 가해 장교를 두둔하는 취지의 공식 발언이 군 출신 국회의원에게서 나와 다시 한번 국민을 놀라게 했다.

육사 출신으로 3성 장군에 기무사령관까지 지낸 송영근 의원은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여단장이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국의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할 외박을 제때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가정관리가 안 되고, 그런 섹스 문제를 포함해 관리가 안 되는 것들이 이런 문제(성폭행)를 야기한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가리켜 ‘아가씨’라고 호칭한 것도 논란이 됐다. ‘40대 중반인 유부남 지휘관이 외박을 나가지 못해 한 아가씨를 통해 섹스 문제를 해결한 사건이니 이해해줘야 한다’는 뜻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었다.

이를 취재한 기자들은 일부 장교들로부터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여성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엘리트 장교를 제물로 삼는 것 아니냐” “피해 여군이 꼬리를 쳐서” “전방에서 외롭고 무료해서” “부하를 너무 사랑해서” 등 가해자의 처지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어렵지 않게 들었다고 한다. 가해 지휘관, 군사령관, 군 고위직 출신 국회의원과 궤를 같이하는 인식이다.

연약한 슈퍼 乙, 여군 하사

여군은 병사로는 근무할 수 없고, 장교 또는 부사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장교로 임관하게 되면 임관 출신별로 복무기간이 정해지고, 부사관의 경우는 3년간 영내생활을 해야 하는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이후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이는 남성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3년 동안은 임시직으로 있다가 정규직으로 선발되는 구조다. 여성이 3년간 영내생활을 해야 하는 의무복무만을 위해 꽃다운 나이에 입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업으로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고,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는 데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군내 성폭력 피해자 183명을 조사한 결과 장기복무 선발 심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던 여군 하사가 109명(59.5%)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위(20명), 중사(13명), 중위(12명) 순이었다. 가해자의 계급별 분포를 보면, 장기복무 심사와 인사고과 등 인사권의 실무를 틀어쥔 영관급이 4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군 장교의 경우는 영관급으로의 진급 여부가 향후 군생활의 관건이 된다. 그래서인지 대위 계급인 여군의 피해가 많았던 점이 눈에 띈다.

군인은 진급에 목숨을 걸고 진급을 위한 보직에 모든 것을 내던진다고 한다. ‘무덤에 가서도 그해 진급 발표는 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그리고 진급자나 장기복무자 선발이 낙오자를 걸러내는 작업이 아니라 소수를 선발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진급권자니 실무 담당자의 말 한마디 혹은 어떤 요구는 진급이나 장기복무 선발 대상자에게 모든 것에 앞서는 최우선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도 “여성 부사관의 장기복무와 진급을 빌미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군 부사관의 장기복무 신청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넘는 상황을 악용한 부대 인사권자들의 성적 횡포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그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상급자의 인사고과가 승진이나 장기복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불합리한 인사 제도를 이번에는 확실히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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