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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도법 스님, 화쟁(和諍)의 길을 말하다

  • 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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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가 사상·문화적 중심을 올바르게 세우지 못하면 강대국에 휘둘리며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200년 넘는 친중 사대주의의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1945년 미군이 진주한 후 친미 사대주의가 나타났으나 21세기 접어들면서 약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상·문화적 중심을 굳건하게 세워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분단된 나라지만 우리의 위상과 역량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나라를 자랑할 때는 자부심을 갖고 말하는데, 국제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과거의 위상, 역량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양상이 보입니다.”

▼ 북한 핵 문제만 해도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 해결 방안을 찾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드러납니다. 역량을 직접 발휘하려고 하기보다는 외세에 의존해 문제를 풀려는 겁니다.

“위상이나 역량에 맞는 안목을 갖추지 못했어요. 자신감, 포용력을 가진다면 북한 문제를 푸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 강대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일도 마찬가지고요.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디자인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데, 서양 사람과 일하면 위축됐답니다. 현대 디자인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한글을 보면서 눈을 떴답니다. 한글이야말로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정체성에 눈뜨면서 위축감이 싹 사라져버렸다고 해요.”



안상수(63) 교수는 1985년 한글 글꼴 ‘안상수체’를 개발한 그래픽디자이너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우리가, 우리의 역사 속에서 갖게 된 세계관, 정신, 실천적 방법론을 당대에 맞게 잘 정립해나가면서 국민이 그것을 당대의 세계관으로 소화하게 하는 게 기본일 것 같습니다. 격동의 시대라지만 예전에도 똑같이 어려웠습니다. 우리의 색(色)을 갖고 우리의 길을 가되 주변과 잘 어울려야 합니다.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보편적 세계관과 함께 유·불·선 삼도를 회통한 최치원, 세종대왕, 동학의 정신 등을 한반도 구성원의 세계관으로 확립해야 합니다.”

진영, 이념, 지역 갈등이 일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하는 듯하다. 승자독식의 정치가 갈등을 부추긴다.

▼ 편가르기가 심합니다.

“인간은 편 갈려 살아왔습니다. 국가, 민족 같은 것으로 편 갈리고, 이념으로 나뉘어 극한 갈등도 겪었습니다. 편 가름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겁니다. 생존경쟁, 약육강식의 논리에서 적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죠.

한국 사회로 시야를 좁혀봅시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좌우 갈등, 동족상잔, 남북분단이 나타났습니다. 21세기 한국도 갈기갈기 찢어져 있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두 갈래예요. 하나는 인간 사회에서의 극단적인 대립, 다른 하나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나타나는 단절과 파괴를 어떻게 극복할지입니다.

‘인간 간에, 인간과 자연 간에 협력하고 나누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어구(語句)가 아닐까요. 화쟁의 세계관과 방법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당대이고, 어느 곳보다 필요한 곳이 한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안해, 잘못했어, 달라질게

▼ 화이부동쟁이불이(和而不同爭而不二·화합하나 같지 않고 다투나 다르지 않다)에 기초해 화쟁을 이끌어내고 열린 마음으로 회통을 통해 진리를 찾고 통합을 이루자는 게 원효의 주장인 것으로 압니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격한 한국 사회에서 화쟁, 회통의 사상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화쟁 이론의 핵심은, 간략하게 말하면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정서를 다치지 않게’입니다. 이치는 진실에 토대하는 것입니다. 진실을 잘 짚어 드러내더라도 정서적으로 얽힌 게 있게 마련입니다. 정서도 잘 살피고 헤아려 문제를 해결하는 게 화쟁입니다.

세월호 침몰이 던진 숙제를 제대로 풀면 한국 사회가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비극 혼란 부패 무책임 무능 같은 낱말이 우선 떠오르지만 사고가 났을 때 국민의 반응에 주목해야 합니다. 좌파도 우파도, 자본가도 노동자도, 여당도 야당도, 전라도도 경상도도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내 아픔처럼, 내 슬픔처럼 여겼습니다. 당시의 마음을 통해 현재적 삶을 가꿔나가면 우리가 인간다워진다고 봐요. 누군가의 슬픔, 아픔에 사람으로서의 반응과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어요. 다들 미안해, 잘못했어, 달라질게, 새로워질게라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안이 정쟁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길이 있겠지, 여겼는데 정쟁거리로 추락하는 현실을 보면서 맥이 탁 풀리더군요. 누군가의 슬픔, 아픔을 어떻게 정쟁의 도구로 삼습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화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지혜가 모여 인간의 고귀한 마음이 삶의 현장에서 발휘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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