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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보다 ‘분권성장’ 이룰 개헌 더 절박”

‘지방분권 개헌’ 점화 김관용 경북지사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정권 교체보다 ‘분권성장’ 이룰 개헌 더 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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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은 김관용 경북지사다. 그도 그럴 것이, 1월 16일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유일한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당과 보수 재건의 전면에서 입지와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서다. 1995년 민선자치 부활 이래 23년째 지방행정 현장만 지켜온 김 지사의 전격적인 중앙 정치무대 데뷔인 셈이다.

또한 1월 18일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국회 결의대회’를 주도해 “지금이 개헌의 적기(適期)”라 강조하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 속도감 있는 진행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국회와 정치권 내 지방분권 개헌 지지세력 확대와 국가 대개혁 등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안이 지방분권 개헌임을 공론화하려 마련한 자리. 이에 그치지 않고, 2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제1차 지방분권 개헌 촉구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3월 2일엔 대구에서 제2차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방분권은 “수도권 비만이 지방 쇠퇴를 부르는 국가적 재앙”임을 줄곧 외쳐온 김 지사의 지론.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데…”

게다가 김 지사는 여당 텃밭이자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TK)지역의 구심점 구실을 하는 자타공인 ‘맏형’격 리더다. 경북 구미(선산)가 고향인 그는 요즘 말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그럼에도 대구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국민)학교 교사로 출발해 행정고시(10회) 합격, 국세청(세무서) 및 대통령 민정비서실 근무를 거쳐 민선 1·2·3기 구미시장과 민선 4·5·6기 경북지사에 당선된 전국 유일의 6선(選)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이력을 지녀서인지 그가 대권을 꿈꾼다는 관측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김 지사를 2월 1일 만나 당 개혁 작업,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 위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도중 ‘긴급 속보’가 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소식. 김 지사는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사업을 통해 반 전 총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사이. 그는 혼잣말처럼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데…”라는 한 마디 반응을 보였다.





시대는 ‘디지털’, 가치는 ‘아날로그’

▼ 당 비대위 상임고문을 맡아 당 개혁에 앞장서는데, 수락 배경과 지금까지의 활동 상황은.

“1월 14일 인 위원장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로 찾아와 상임고문역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삼고초려(三顧草廬)’라 표현했듯,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요청을 했다. 인 위원장은 추후 당에 남아 뭘 해보겠다는 사심이 없는 분이다. 그래서 당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간청을 뿌리칠 수 없어 수락했다. 요즘 매주 2~3회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려 안동·서울을 오가느라 분초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며 당 재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1월 22일 인 위원장과 같이 발표한 당 혁신안도 그 일환이다.”

▼ 현재 자유한국당은 ‘3정(政) 혁신(정치·정당·정책 혁신)’을 표방한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건가.

“3정 혁신의 핵심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재창당 수준으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게 될 정치혁신은 민생 중심 국민참여형 인재 영입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고, 비리 전력자의 공천을 배제하며, 국민이 당무에 직접 참여하게끔 제도화하는 것이다. 비정상적 정당을 정상적 정당으로 바로잡을 정당혁신은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365일 일하는 국회’를 만들며, 당 회의체 운영 방식을 과감히 개혁해 국민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정책 쇄신의 출발점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제하에 정책혁신으로는 정경 유착 뿌리 뽑기,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 수립, 골목상권 보호, 대기업 불공정행위 근절 등에 나선다. 이러한 개혁의 완성은 분권과 협치, 경제분권,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개헌에 있다.”



▼ 보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문제점과 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보수는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다. 창조적 에너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현했고, 그 결과 10대 경제 강국으로까지 끌어올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 같은 역사적 성취가 고갈됐고, ‘보수(保守)열차’는 고장 났다. 보수의 근본은 도덕성과 책임인데, 기득권에만 안주하니 언제부턴가 책임질 줄 모르고 도덕성에 무감해져버렸다. 이번 탄핵 정국을 맞아서도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 보수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다. 대대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보수라야 건강한 진보를 동반하는 법이니까. 또 다른 문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보수의 가치는 ‘아날로그’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같은 전통적 가치에 머물러 급변하는 사회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내지 못한다. 양극화, 저성장,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못 담아낸다. 이러니 국민이 되레 정치를 걱정하는 판국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난 ‘보수열차’를 보수(補修)하는 정비공으로 긴급 투입된 거다. 다시 열차가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비대위 상임고문으로서의 내 임무다.”

▼ 김 지사는 ‘뼛속까지 보수’라는 평을 듣는다. 보수가 다시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희망은 있다. 로마를 로마답게 만든 건 시련 아니던가. 전쟁에서 이겼느냐, 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쟁이 끝난 후 뭘 했느냐에 따라 나라 장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수가 현재의 시련을 극복하려면 앞으로 무엇보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탄핵 사태의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패권정치는 대결의 정치지만, 정당정치는 경쟁의 정치다. 따라서 이젠 줄 세우기, 편 가르기 등을 역사의 잔재로 묻어버려야 한다.

또한 이념적으로 확실히 무장할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질서, 안보 등 기존 보수 가치를 확실히 지켜 정체성을 되찾는 동시에 새로운 보수의 길도 찾아야 한다. 이른바 ‘공정한 보수’ ‘따뜻한 보수’로 진화해야 한다. 양극화 및 차별 해소, 저성장 극복, 균형발전, 분권 등과 같이 사회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정립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더불어 엄격한 자기통제력을 갖고 ‘도덕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이 ‘OK’할 때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대통령 책임 묻되, 국가 개조 병행

▼ ‘촛불민심’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촛불에 담긴 국민의 여망이 무엇이라고 보나.

“온 나라가 시끄럽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정국이다. 하지만 결국 ‘민심이 천심’이고, ‘백성이 하늘’ 아니겠는가.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다.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촛불에 담긴 국민의 두 가지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망과 허탈감이다. 다른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낡은 체제에 대해 울리는 경종이다. 19세기 영국 역사철학자 액턴 경(卿)의 명언대로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되, 국가 개조도 병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이므로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겠나. ‘국가 틀’에 대한 근본적 개조는 새로운 협치 시스템을 만들어 사적 개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눈앞의 당리당략을 좇다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 여야 대선주자에 대한 견해는.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선 도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 시점에서 대선주자, 특히 다른 당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그들이 서로 장점을 보고 존중하며 경쟁에 임하는 구도를 이뤘으면 좋겠다. 지자체장의 대선 도전에 대해선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진국의 경우 주지사나 시장 출신으로 성공한 대통령과 총리가 많다. 서독 초대 총리 콘라드 아데나워는 쾰른시장 출신으로 74세에 총리가 돼 88세까지 재임했다. 그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고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다졌다. 현장 관리 및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고 살림살이까지 책임진 지자체장의 시·도정 경험은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양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당당한 도전은 국민 심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현장 느낌 아니까….”

▼ 일자리 창출이 이번 조기 대선의 화두인데.

“일자리 창출을 전담할 ‘일자리청’을 별도로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지금의 고용노동부는 너무 약하므로 예산 있고 힘 있는 기획재정부 소관으로 설치해 일자리 창출 로드맵과 진행 상황을 책임지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기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하도 여러 군데서 일자리 창출을 떠드니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고 미스매칭이 굉장히 많다.”


‘일자리청’ 신설 시급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도 교유하지 않나. 범(汎)보수연대에 대한 복안도 갖고 있을 법한데.

“난 그동안 중앙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 자유롭다. 덕분에 여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교유를 해왔다. 유승민·주호영 등 바른정당의 대다수 의원과 친분이 있다. 김종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많은 분,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요즘도 많은 이를 만나는데, 난 우리 당의 인재 영입을 위해서도 일정 역할을 하려 한다. 대선과 관련해선,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또는 ‘연대’로 가는 게 맞다. 우선은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께 다가간 다음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는 국민적 명령이자 시대적 소명이다. 현실적 가능성을 감안해 보수 대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 대결집 가능할 것”

▼ 바른정당 출범으로 보수진영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달한 대구·경북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비친다. 보수 대결집이 가능하다고 보나.

“탄핵 사태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이 대구·경북이다. 믿고 지지했는데도 단순한 부정(不正)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 국정 운영 사태가 벌어졌기에 시·도민의 실망과 허탈감이 더 큰 듯하다.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근원적 문제가 불거지니 그런 것이다. 그래도 시·도민은 대구·경북의 정신과 자존을 중요히 여긴다. 삼국통일의 화랑정신, 지조와 도덕의 선비정신, 국난 극복의 호국정신, 조국 근대화의 새마을정신으로 대변되는 대구·경북 정신은 ‘한국 정신의 창(窓)’으로 대한민국 역사와 발전을 이끌어왔다. 대구·경북은 호국의 보루이기도 하다. 인구 17만 명에 불과한 안동시에 1000만 인구에 육박하는 서울보다 독립유공자 수가 더 많을 정도다. 따라서 실망에만 머물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는 게 시·도민의 뜻이다. 바닥을 쳤으니 상승할 일만 남았다. 무엇보다 보수 본산으로서의 자존과 구심점을 되찾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대구·경북엔 역사적으로 정권 창출의 DNA가 흐른다. 그런 만큼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형식에 구애하지 않고 다시 보수 대결집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본다. 보수가 살길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라는 게 시대적 요구이므로.”

▼ 최근 지방분권 개헌을 화두로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개헌을 뜻하나.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이젠 분권화로 가는 게 맞다. 그동안 압축성장으로 국가 외형은 커졌지만, 이면엔 양극화,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등 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를 해결하려면 집중성장에서 분권성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치분권, 지역분권, 경제분권이다. 정권 교체보다 ‘분권 개헌’이 더 절박하다. 우선  ‘87년 체제’가 사회 변화 수용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분산형 통치구조로 전환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부터 끊어내야 한다. 대통령과 내각에 권한을 분산시키는 이원집정부제, 지방대표 상원을 도입한 국회 상하양원제,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이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 개헌은 그 이념과 자치단체 종류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보장 규정도 신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과정 초기부터 반드시 지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

▼ 꾸준히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여태껏 답을 내놓지 않아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끊임없이 저울질한다는 말이 돈다. 언제쯤 결심을 밝힐 건가.

“비대위 상임고문으로서 당 재건이 급선무다. 지금은 위기의 당을 구하고 보수를 반듯하게 다시 세워 국민께 돌려드리는 일만 생각한다. 인 위원장과 함께 보수의 새로운 길을 찾는 데 매진할 것이다. 당이 어려운 처지인데, 나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고민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지금껏 공직자와 6선 단체장을 거치는 동안 그 어떤 정치적 목적과 계산으로 다음 자리를 보고 일한 적이 없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레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리라 본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성심성의를 다하고, 국민의 부름이 있으면 그때 가서 고민해도 된다. 집안이 어수선한데 바깥일을 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경북을 전국 유일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이 되게 한 선제적 초동 대처, 독도 관할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잇단 독도 망언에 대한 경고성 독도 방문(1월 25일) 등 최근까지도 지방행정 현장을 야전사령관 같은 광폭 행보로 누벼온 김 지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실용’과 ‘실천.’ 국정이 직접 실현되고 바닥 민심을 실시간 체감할 수 있는 최전선에서 그가 늘 강조해온 건 ‘현장’이다. 그런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대선 도전 현장일까, 보수 재결집 현장일까.

인터뷰 며칠 후, 김 지사는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해 “마지노선은 박 대통령 탄핵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2월 14일 대구에선 그의 팬클럽 격인 ‘용포럼’이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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