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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대담|‘미친 영어 전도사’ 리양 vs‘괴짜 강사’ 정인석

영어 왕도는 ‘소리’에 있다

영어 왕도는 ‘소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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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비디오를 보니까 리 선생은 가르칠 때에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더군요?

리양 그렇습니다. 특히 발음을 가르칠 때에 제스처를 많이 써요. 제스처는 학생들에게 중국어와 영어의 발음 차이를 이해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popular, possible, watch 같은 단어의 발음을 설명할 때 간단한 제스처를 사용하는데, 그 효과는 정말 놀랍습니다. 농촌지역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방식으로 가르쳤는데 나중에 외국인들이 그 아이들의 영어를 듣고 놀라더군요.

정인석 제스처에 대한 나름의 일정한 법칙 같은 게 있겠지요?

리양 예를 들어 Thank you, Bad man, Fantastic, Satisfied와 같이 /애/ 발음을 가르칠 때에는 이런 제스처를 사용합니다(손을 움직여 보이면서). 평상시 말할 때에 이런 제스처를 쓴다면 지나친 과장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영어를 연습할 때는 이렇게 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몰아낼 수 있어요. 사실 동양인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할 부끄러움은 영어를 배우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그래서 외국인과 대화할 때에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해서 잠재력을 일깨우고 부끄러움을 몰아내야 합니다.

오늘도 저는 유난히 부끄럼이 많은 어떤 한국인 그룹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런 부끄러움을 버려야 해요. 그런 점에서 크게 소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인석 한국인을 가르쳐본 적이 있습니까?

리양 며칠 전에 한양대에서 공개 강의를 했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영어선생님들도 몇 분 만나봤고, 영어학원을 방문해서 학생들을 만나봤는데 역시 수줍음이 많더군요.

정인석 한양대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리양 모두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어디나 다 마찬가지예요. 저는 일본·홍콩 등지에서도 강의를 해봤는데, 모두 열성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일본인들도 가르쳐봤고, 일본의 방송과 신문에서도 제 얘기를 많이 다뤘습니다. 심지어 제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일본 전역에 방송되기도 했어요. 일본에서 강의할 때에는 그들에게 ‘우리 역사를 잊지 말라’,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등등 듣기 싫어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일본인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정인석 큰 소리로 말한다고 해서 무작정 큰 소리만 내라는 게 아니라 나름의 법칙이랄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겠지요?

리양 물론 일종의 규칙이 있습니다. 무작정 큰 소리로 말하라는 게 아니라 일정한 룰이 있어요. 말하는 속도도 빨라야 하고, 명확하게 말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큰 소리로 얘기해야 합니다. 일종의 과장도 필요합니다. possible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 그냥 빨리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possible이라고 강조할 부분을 제대로 강조하는 게 중요하지요.

서양언어와 동양언어의 차이

정인석 제 생각에 한국인과 일본인은 일단 발성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말을 할 때 숨을 내쉬지 않거든요.

리양 앞으로 한국어에 대해서 공부해볼 작정입니다만, 아직은 제가 한국인의 언어습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인석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리양 예, 제 친구가 얘기해준 적이 있고, 중국 국영방송이 정선생의 얘기를 다룬 적도 있어요.

정인석 제 생각은 이런 겁니다. 한국인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발성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을 고려해서 저는 발성법과 감정표현법 등으로 제 커리큘럼을 구성했어요. 이중에서 핵심은 물론 서양인들 고유의 발성법을 익히는 부분입니다.

서양 언어의 자음은 구강 내의 각각 정해진 곳에서 발음되고, 모음은 혀의 전후고저 위치에 따라서 발음됩니다. 발성법은 곧 우리의 구강구조를, 영어를 말하기에 적합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서양언어의 유성자음이나 무성자음을 발음할 때 혀의 위치는 거의 동일합니다. 동양언어의 발성음은 입술이 주로 상하로 움직이고 단절음인 데 비해서 서양언어는 입술이 주로 좌우로 움직이고 굴절음입니다. 그래서 서양언어를 말할 때 입의 움직임이 크지 않은 데 비해 동양언어는 입의 움직임이 크지요. 동양언어는 유성자음과 무성자음을 발음할 때 혀의 위치도 다릅니다. 손가락을 입술에 대보면, 유성자음의 경우 입술이 양쪽 턱으로 당겨지는 반면, 무성자음의 경우 아랫입술이 턱 쪽으로 당겨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양언어와 동양언어의 발성음과 구강 움직임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동양인에게는 아직 친숙하지 않지요.

리양 매우 체계적이군요.

정인석 이렇게 발성법을 다 배우고, 외국 문화를 알게 되면, 상황마다 가장 적절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발성법을 통해 영어 발음의 핵심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듣고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리양 정말 좋군요(웃음). 저는 정 선생께서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참고서나 교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자기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갖게 되는 문제점을 그처럼 근원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사람은 참 드물다고 생각해요.

정인석 리 선생의 교수법도 어떤 점에서는 제 교수법과 흡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군요. 저 역시 영어 모음과 자음을 강조해서 크게 말하라고 가르치거든요.

리양 연습할 때 입 모양을 한번 직접 보여주세요. 저를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정인석 (시범을 보이면서) 먼저 양쪽 턱이 이런 모양이 되지요. 모음을 발음할 때에는 숨을 내쉬면서 ‘아’라고 해보세요. 그냥 목젖에서 나오는 ‘아’ 소리가 아니라 숨을 내쉬면서 발음하는 것이죠. 자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들이 태어나 우는 소리가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은 목에서 발성을 하게 되지요. 한번 따라서 해보세요.

정인석 (크게) I am an English teacher.

리양 (따라 한다) I am an English teacher

정인석 모음을 천천히 하나씩 발음하세요. ‘I am’에 들어 있는 모음 세 개를 하나씩 천천히, 크게. 그러다가 나중에 점점 빨리 발음하면 돼요. 그런데 리 선생이 영어를 독학으로 배우고, 지금은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가르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리양 중국은 이제 개방된 사회입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 중국에는 4억5000만명 이상이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시장입니다.

제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건 12년 전인 1988년이었어요. 당시 저는 대학 2학년생이었는데, 영어시험에서 연속 세 번이나 낙제를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영어가 제 인생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고, 제가 영어를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영어를 못 하는 게 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어요. 선생님을 포함해서 우리 학급의 90% 이상이 영어로 말하지 못하더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것이 영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모색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영어 수업을 내팽개치고 야외로 나가서 큰 소리로 영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소리를 지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만 제게 심각한 집중력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저는 주의가 무척 산만할 뿐 아니라 지독한 부끄럼쟁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영어로 소리를 지르는 동안 바뀌어갔습니다. 용감한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크게 내는 동안은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도 있었고요.

정인석 매우 흥미로운 얘기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만명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칠 계획입니까?

영어학습이 최고의 오락이 되게 하고 싶다

리양 저는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돈을 바치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보고 싶어요. 이게 바로 제가 아시아 투어를 결심하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은 이 투어의 첫번째 방문국입니다. 한국을 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몇년간 100여 개의 아시아 도시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 뒤에는 정 선생 같은 영어교육 전문가와 함께 동양인의 영어학습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양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함께 연구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싶어요.

저는 이런 일들을 몇몇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아주 크게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소규모 수업이 아니라 스타디움 같은 곳에서 강의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스포츠스타, 팝스타가 만인의 관심사이듯이 저는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최고의 오락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정인석 장차 한국에서도 활동할 계획이 있습니까?

리양 그런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우선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데, 한국어는 참 어려워요(웃음).

정인석 리 선생의 교수법과 제 교수법에 흡사한 부분이 많으니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리양 좋은 생각이십니다.

정인석 앞서 얘기했듯이 언어 특성상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중국인에 비해서 영어를 배우는 데에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때문인지 제 경우엔 영어를 가르칠 때 참 힘들어요. 많은 사람들은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 것 같거든요. 사람들은 항상 좀더 쉽고 편한 방법을 찾습니다.

리양 정 선생의 방법은 쉬운 것인데요.

정인석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리양 그러나 정 선생의 방법론은 아주 효과적이잖아요? 영어권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는 한 제2 외국어 습득에서 쉬운 방법이란 있을 수가 없지요.

정인석 마지막으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합니다.

리양 정부와 영어 교사들이 함께 나서서 국가적 차원에서 영어와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우선 대통령부터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장쩌민 주석은 방미중이나 베이징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가능하면 영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정인석 바쁜 일정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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